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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뉴욕 촌뜨기의 일기
2016.09.27 01:25

(214) 이영주: 문화와 역사적 유적의 도시 '코르도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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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촌뜨기의 일기 (36) 스페인 여행기-4


문화와 역사적 유적의 도시 '코르도바'



글: 이영주/사진: 이명선


촌뜨기 일기를 무려 5달 동안 쓰지 않았습니다. 글쓰기가 싫을 때가 있습니다. 신문 칼럼은 반드시 써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 있는데, 촌뜨기 일기는 안 써도 박숙희 대표가 채근을 안 하니 그냥 넘어갑니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렸습니다. 먼저 쓴 것을 읽어보니 세비야 얘기만 시작하고 중단되었습니다. 김 빠진 맥주 꼴이 아닐까, 싶으면서도 그래도 시작한 것은 마무리 해야 옳은 것 같아 무안한 마음으로 스페인 여행기를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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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man bridge of Córdoba 


행한 나라를 세어 보니 3~40개국 가까이 됩니다. 그 중에서 저는 세비야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한 곳에 그렇게 오래 있은 적도 없고, 친구들과 집을 얻어 밥해 먹으면서 다닌 적도 없으므로 그렇습니다. 아침은 빵이나 시리얼, 누릉지 같은 것을 끓여 먹고, 외식은 점심 한 끼 였습니다. 그것도 정식 요리를 시켜 먹지 않고 타파스를 먹으니 다양한 스페인 요리를 맛있게, 값싸게, 마음껏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저녁은 시장에서 고기며 야채, 생선들을 사서 네 명의 손 맛 좋은 친구들이 돌아가며 요리하니 임금님이 부럽지 않았습니다. 야채와 과일도 무척 저렴해서 사실 먹는 데는 돈이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아파트 앞마당에 여행사가 있었던 점도 편리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곳을 골라가며 다녔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시니어라 늘 시니어 할인을 해준 점도 작은 기쁨이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없었던 일입니다.   


처음 간 곳은 코르도바(스페인어: Córdoba, 아랍어: قرطبة)입니다. 과달키비르 강을 끼고 있는 코르도바 주의 주도인 코르도바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도시가 형성된 고도(古都)입니다. 이미 고대 로마시대에도 히스파니아 베티카 속주의 주도였으므로 지금도 로마 신전과 다리 등의 유적이 남아 있습니다. 2천 년 전의 로마교 다리 밑에는 당시 빵공장이 있던 아랍식 물레방아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데, 이 지역은 생태계 보존구역이라고 합니다.   


이후 서고트 왕국의 지배하에 들어갔다가 6세기에는 비잔티움 제국의 영토가 된 적도 있는 코르도바는 711년, 이슬람 세력에게 정복당하면서756년에 성립된 후우마이야 왕조에 의해 다시 수도가 되었습니다. 그 중심지였던 메스키타(Mezquita, 모스크)는 그 규모와 건축미가 보는 사람을 압도했습니다. 오래 전 터키에 갔을 때, 이스탄불의 소피아 성당을 보고 크고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아름답고 화려하고 웅장했습니다. 톨레도와 함께 코르도바가 서방 이슬람 문화의 중심지로 손꼽히는 이유가 납득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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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sque–Cathedral of Córdoba  Photo: Melissa Lee


IMG_4444.JPG Cathedral of Córdoba Photo: Melissa Lee 


독교를 중심으로 국토회복운동이 활발해지면서 필립 3세가 집권하자 15세기 말, 이 위대한 모스크는 가톨릭 교회로 개조되었다고 합니다. 모스크 안의 성당은 제가 이제껏 본 어느 가톨릭 성당 보다도 아름다웠습니다. 제대며 파이프 오르간이며 성가대 석이며 조각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건축미는 저의 필설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멋졌습니다. 저는 제단 앞에 앉아 하염없이 기도하고, 묵상하고, 혼자만의 그윽한 시간을 한껏 누렸습니다.   


198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 집합적 문화 유적지 코르도바는 고대 로마 시대의 철학자 세네카와 루카누스, 중세 시대의 철학자 이븐 루시드(아베로에스)가 태어난 도시이기도 합니다. 아베로에스는 유대인이면서도 아랍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은 인물로, 그의 동상이 좁은 골목길에 세워져 있습니다. 코르도바도 세비야처럼 골목길의 도시입니다. 골목 안에 식당이며 기념품 판매점이 다닥다닥 재미있게 모여 있습니다. 골목길 집들 베란다 풍경, 가지가지 꽃들이 애교 떨며 우리에게 앙징 맞은 손을 귀엽게 흔드는 풍경이 정답습니다.



IMG_4442.JPG Carmona Photo: Melissa Lee


란다 꽃은 세비야도, 코르도바 오는 길에 지나는 카르모나(Carmona)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세비야 북동쪽 33Km 지점에 있는 카르모나는  언덕 위에 만들어진 작은 타운입니다. 줄리어스 시저 시절을 시작으로 무어족의 지배를 오랫동안 받았던 탓에 이슬람과 이들 문화가 합작된 무데카 문화 유적이 많습니다. 카르모나나 코르도바나 집들이 모두 흰색입니다. 안달루시아 지방에서는 집이 시원하라고 흰색으로 짓는다고 합니다. 코르도바의 집집마다 창문과 베란다에 꽃들이 유난히 화려한 것은 해마다 5월에 열리는 꽃 페스티발  때문입니다. 그래서 집집마다 심은 꽃들의 모습이 장난이 아닙니다. 마치 꽃 디자이너가 디자인 한 것처럼 골목마다 베란다와 집 벽에는 크고 작은 화분들과 덩굴꽃 등, 온갖 꽃들이 스타일을 뽐내며 자랑하듯 피어 있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정말 꽃을 좋아합니다. 어느 나라에 가서도 이렇게 시골 마을 구석구석까지 꽃으로 뒤덮인 나라는 본 적이 없습니다.   


휘몰아치듯 꽃으로 뒤덮인 골목들을 돌다 보니 어느 가을날, 아직 어린 쌍둥이 두 딸을 하나는 등에 업고, 하나는 앞에 안고 동대문 시장에 반찬거리 사러 갔던 날이 생각나서 울컥했습니다. 시장 맞은 편 동네인 연지동에 살았으므로 시장은 바로 지척이었습니다. 시장 입구에 가면 늘 과일장수 리어카들이 길을 막듯이 장을 펴고 있었는데, 그날은 꽃이 가득한 리어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샛노랗게 핀 국화가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또 그 향기는 어떻습니까? 저는 시장 보려던 4천원을 몽땅 국화꽃만 사가지고 돌아왔습니다.  4천원이면 콩나물도 사고, 고등어 자반도 한 손 사고, 두부도 한 모 살 수 있는 돈이었습니다. 그날, 국화를 내 방과 아기들 방에 꽂아 놓고 그 향기에 행복해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저녁 반찬은 집에 있는 재료로 머리를 짜서 그런대로 잘 뭉뚱그려 해냈던 것 같습니다.   


꽃의 마을 코르도바, 역사와 문화의 도시 코르도바. 하루의 여정이었지만, 아직도 옛날식으로기름을 짜는  짜는 올리브 오일 공장 방문까지 알뜰한 여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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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수필가 강원도 철원 생. 중앙대 신문학과 졸업 후 충청일보 정치부 기자와 도서출판 학창사 대표를 지냈다. 1981년 미국으로 이주 1990년 '한국수필'을 통해 등단한 후 수필집 '엄마의 요술주머니' '이제는 우리가 엄마를 키울게' '내 인생의 삼중주'를 냈다. 줄리아드 음대 출신 클래식 앙상블 '안 트리오(Ahn Trio)'를 키워낸 장한 어머니이기도 하다. 현재 '에세이스트 미국동부지회' 회장이며 뉴욕 중앙일보에 '뉴욕의 맛과 멋' 칼럼을 연재 중이다. '허드슨 문화클럽' 대표로, 뉴저지에서 '수필교실'과 '북클럽'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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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Melissa Lee/freelancer RISD(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대학원 미술교육학 전공, 사진 부전공. 항상 사진을 찍고 싶은 욕망과 사진을 찍으면서 무심코 지날 수 있는 사물과 풍경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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