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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스테파니 S. 리: 내가 민화를 그리는 이유
흔들리며 피는 꽃 (20) 감동과 행복
내가 민화를 그리는 이유
City – Day, Stephanie S. Lee, Color pigment & gold pigment on Korean mulberry paper
누군가에게 ‘감동을 준다’는 건 사람의 감정을 동요시켜 마음을 움직인다는 의미일테다. 처음에는 그저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 오롯이 내 생각만 하며 그렸는데 전시회라는 것을 하면서부터는 보는이들이 내 그림을 통해 어떤 감정을 느낄지 궁금하기도, 염려스럽기도하다.
예술 작품을 통해 우리는 여러가지 감정들을 느낀다.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을 구현해 낸 작품을 볼 때는 기분좋은 놀라움을, 웅장한 스케일의 작업 앞에서는 압도되는듯한 위대함을 느끼기도 한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그림들을 보며 위로받기도 하고, 나와 비슷한 시각을 가진 작품을 보면서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존재하는구나 하는 안도의 기쁨도 맛본다.
어둡고 불편하지만 본인이 경험하지 못하는 깊은 슬픔과 두려움의 감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게 하는 그림도 있고,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용기있는 작품도 있으며, 살면서 잊고 지낸 감정을 건드리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림도 있다. 이렇듯 예술이란 우리에게 다양한 경험과 감동을 제공하며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고 의미있게 만들어 준다.
과연 나는 민화로부터 어떤 감동을 받았기에 민화의 영향을 받은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나의 그림을 통해 타인에게 어떠한 감정을 전해주고 싶은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타국에서 생활하는 나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림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림에 담겨있는, 자신과 타인의 행복을 향한 바램들이 깊이 와닿았다. 가식없이 솔직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소망할때 그 진심은 시대를 초월해서라도 통하는 법이다.
City – Night, Stephanie S. Lee, Color pigment & gold pigment on Korean mulberry paper
민화는 나에게 끊임없이 “괜찮다. 괜찮다.” 해주는 그림이었다. 뒤늦게 시작해도, 내멋대로 그려도, 서툴러도 다 괜찮다고 도닥여주는 그림. ‘할 수 있는 만큼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하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고, 누구에게도 행복을 빌어줄수 있다.’ 고 이야기해주는 그림이었다.
얼마전 긍정심리학 강의에서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감정조절 호르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담배, 술, 마약 등으로 얻는 가장 본능적이고 즉각적 쾌감을 주는 엔돌핀은 손쉽게 얻을 수 있지만 중독성을 띈다고 한다. 힘든 운동 후나 무언가를 노력해서 성취했을때 얻는 도파민으로부터의 쾌감은 엔돌핀보다는 고차원적인 쾌감이지만 그것을 얻는 과정에서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 하지만 산책을 하거나, 기꺼이 남을 위한 봉사를 할때 나오는 평온한 상태에서의 세로토닌은 잔잔하지만 지속적인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타인과 감정을 주고 받는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자니 나의 행복이 타인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램이란 게 실은 소박한 것이 아닌, 어쩌면 쉽지 않은 기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자극적이고 중독성을 띈 쾌감보다는 세로토닌으로 부터 오는 행복처럼 나의 그림을 통해 모두가 평온한 미소를 짓길 바래본다. 그리하여 각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데 나의 작업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한 사람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행복할 수 있게 도와 주는 것’, 그것이 곧 예술이 하는 역할이지 않을까. 그러기에 예술은 우리의 삶 속에서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