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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박준: 예술가의 손
사람과 사막 (3) 작가와 노동자
예술가의 손
Park Joon, Monument Valley, Arizona
요즈음 손을 아름답고 곱게 관리해주는 곳이나 손톱을 멋지게 만들어주는 네일살롱이 성황을 누린다고 한다.
일전에 한 지인이 나의 거칠고 못생긴 손을 만지며 걱정스러운 듯이 “아니 예술가의 손이 거친 노동을 하는 사람의 손보다 거치네. 예술가의 손은 곱고 멋져야 되는데…”하며 걱정스러운 눈길과 손길로 위로해준 적이 있다.
나는 지인에게 "작가는 자기 사상과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자신만의 생각과 방법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필히 손으로 하는 작업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작가들은 손이 거칠수록 작업의 완성도도 훌륭하다"고 농담조로 이야기 해주었다. 특히 조각가, 도예가, 나같이 암실에서 화학약품을 손으로 만지며 작업하는 사진가들은 더욱 손이 거칠수 밖에 없다.
Park Joon, Monument Valley, Arizona
나의 작업 과정을 지켜본 선배, 후배 작가들은 왜 고무장갑이나 찝게를 사용하지 않느냐고 나의 노랗게 변하고 썩어가는 손톱을 걱정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직접 손에 느껴지는 약품의 질감과 냄새야말로 내 작업의 과정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 도예가 강종숙 선생님은 자신의 손이 거칠다고 여자의 손이 이렇게 못생겼다고 살짝은 자랑스러운듯 이야기한 적이 있다. 역시 그분의 작품, 훌륭함을 넘어 경이로움을 느낀다.
꼭 손이 거칠고 못생겨야만 열심인 작가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혹여 예술가의 손이 고와야 한다는 오해를 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렇게라도 이해를 구하고 싶다.
박준 Park Joon/사진작가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나 해군 제대 후 83년 암울한 정치적인 상황을 피해 뉴욕으로 이주했다. 뉴욕 포토그래픽아트센터스쿨에서 사진을 전공한 후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가 됐다. 1997년 첫번째 전시 후 카메라 들고, 캘리포니아 데스밸리만 30회 이상 촬영했으며, 7월 뉴욕에서 LA까지 크로스컨트리 여행도 10여회 하면서 ‘로드 러너’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와이와 US 버진아일랜드만 빼고 전국을 돌았다. 아웃사이더로서 미국의 역사와 역사 속의 사람들로부터 교훈을 배우기 위해 떠난다. 1년에 2번씩은 대륙여행을 하고 있다. 2005년 뉴욕타임스는 생선과 인물을 모델로 작업하는 박씨를 대서특필했다. 그에게 "사진은 찍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