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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임/창가의 선인장
2016.10.30 16:21

(222) 이수임: 초대하지 않는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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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선인장 (45) 좀 불러요~ 


초대하지 않는 손님


좀 불러요.jpg

Soo Im Lee, omg, 2011, gouache on paper, 11 x 14 inches


“왜 찾아온다는 거예요? 부르지도 않은 남의 집에.” 

오프닝에서 ‘한번 찾아뵐게요.’ 라는 누군가의 인사말을 듣던 1.5세가 나에게 어눌한 한국말로 물었다.

한국에서는 그런 인사말이 일종의 친밀한 감정의 표현이라고 얼버무리려다가 ‘아니 초대도 하지 않은 집에 왜 오겠다고 초대하라. 마라느냐!’ 며 1세인 나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좀 불러요.’라고 말하는 사람 대부분은 자신의 집은 보물창고라도 되는 듯 단단히 걸어 잠군다. 손님을 맞으려면, 청소해야지, 음식 장만해야지, 손님 비위 맞춰야지 등등 힘든 일은 하기 싫고 남의 집에 가서 한끼 때우기는 쉽기 때문이다. 느긋하게 늦잠 자고 온종일 굶다가 빈손으로 나타나 배를 채우고 나면 ‘바빠서 이만’ 하며 사라지는 부류도 적지 않다. 여러 번 초대를 받았으면 한 번이라도 부르던지, 초대하지 못할 사정이 있으면 부르라는 소리를 말든지. 


그 많은 후배와 동료들을 초대하고 재워주다 부부 사이가 나빠진 이 선배님, 어떻게 그리 베풀 수 있었는지? 뭐 그럴싸한 집이라도 장만하시고 초대한 것도 아니고, 없는 살림에 음식 장만해서 먹이고 돌아가며 노래 부르라고 재촉하던 그분에게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고 싶지만 이미 고인이 되셨다. 이 선배님뿐만 아니라 김 선생님, 배 선생님, 정 선생님에게도 여러 번 초대받았다. 그 보답으로 건강하고 화목하시라는 바람이 통했는지 모두 잘 계신다. 


그런 정겨운 기억으로 나도 결혼하고서는 수시로 사람들을 불렀다. 많을 경우엔 50명 이상이나. ‘우리 집에도 한 번 오세요.’가 아니라, ‘그날 재미있었어요. 또 부르세요.’ 하던, 초대하면 기꺼이 가줄 수 있다는 지인들의 소리가 어느 날부터인가 무척 거슬렸다. 그동안 나는 ‘부르는 호구’였구나? 하는 심술이 발동해 그 요란한 해프닝에서 발을 뺐다.


‘좀 불러요~’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이 들고 힘들어 이젠 못해요.”라고 점잖게 거절할까? 아니면 ‘나이가 몇살인데 아직도 그런 말이나 하고 다니냐고?’고 심술부릴까? 망설이다 입을 꽉 다물고 못 들은 척한다.




Soo Im Lee's Poto100.jpg 이수임/화가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 전공으로 학사, 석사를 받았다. 1981년 미국으로 이주, 뉴욕대에서 판화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 대학 동기동창인 화가 이일(IL LEE)씨와 결혼, 두 아들을 낳고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에서 작업하다 맨해튼으로 이주했다. 2008년부터 뉴욕중앙일보에 칼럼을 기고해왔다. http://sooimlee3.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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