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오페라 소프라노 홍혜경에 경의 표하다
메트오페라 소프라노 홍혜경에 경의를...
메트 데뷔 32주년, 21개의 역, 371회 공연
12월 8일 메트오페라 '라 보엠' 인터미션에서 피터 겔브 관장이 홍혜경씨에게 경의의 표시로 '피가로의 결혼' 사진과 드로잉을 전달했다.
Photo: Marty Sohl/Metropolitan Opera
소프라노 홍혜경(Hei-Kyung Hong)씨가 지난 8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린 '라 보엠(La Bohème)' 공연 인터미션에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로부터 공식적으로 업적을 공인받았다. 메트로폴리탄오페라의 피터 겔브(Peter Gelb) 관장은 이날 인터미션에서 홍혜경씨에게 감사의 뜻으로 '피가로의 결혼 중' 알마비바 공작부인으로 출연한 홍씨의 사진과 드로잉을 전달하며 홍씨의 성취를 치하했다. 이날 홍씨는 푸치니 작곡, 프랑코 제피렐리 프로덕션의 '라보엠'에서 주역 미미 역을 66회 기록했다.
홍혜경씨는 1984년 메트오페라에 데뷔, 21개의 역으로 371회 무대에 올랐다. 미미를 비롯 '투란토트'의 리유, '라 트라비아타/춘희'의 비올레타, '카르멘'의 미카엘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이도메네오'의 일리아, '호프만의 이야기'의 안토니아, '피델리오'의 마르첼리나, '마술피리'의 파미나, '돈 조반니'의 체를리나 등 총 21개의 역을 맡아왔다.
메트오페라의 한인 1호
소프라노 홍혜경 Soprano Hei-Kyung Hong
미미와 미카엘라를 만나세요
2011.12. 2. 뉴욕중앙일보
Hei-Kyung Hong, Photo: J. Henry Fair
“우아하고 감동적인 연기…풍부한 음색, 세련되고 청아한…”(로미오와 줄리엣)
“신선하고도 광채가 나게 노래…아름다운 표현과 정제된 피아니씨모…”(라보엠)
뉴욕타임스가 올 3월(2011년) 줄리엣으로, 11월엔 미미로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무대에 오른 베테랑 소프라노 홍혜경씨에 대해 보낸 찬사다.
1982년 메트오페라내셔널카운실오디션에서 우승한 홍씨는 84년 모차르트 오페라 ‘티토왕의 자비’의 세르빌리아 역으로 데뷔한 이래 메트에서만 350편 가까이 출연해왔다.
‘라보엠’ 공연을 끝낸 ‘메트의 디바’ 홍혜경씨가 지난 달 29일 링컨센터에서 공개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메트오페라길드의 월간지 ‘오페라뉴스’의 편집장 폴 드리스콜과 무대 위와 뒤, 그리고 가족에 대한 대담을 나누었다. 이 행사는 오페라뉴스의 ‘성악가의 스튜디오’의 한 프로그램이다.
'라보엠'에서 홍혜경씨
'수잔 홍'에서 '혜경 홍'으로
홍혜경씨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한인 제 1호 성악가다.
메트 데뷔 이전 1981년 홍씨는 작곡가 지안카를로 메노티의 초청으로 이탈리아 스폴레토페스티벌과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찰스턴에서 프로로 데뷔했다. 당시 줄리아드의 작곡가 커트 아들러의 제안으로 홍씨의 이름을 영어권에서 발음하기 좋은 ‘수잔 홍’으로 이름을 썼다. 하지만, 친구들과 줄리아드음대 친구들의 설득으로 바로 공연 후 바로 ‘혜경 홍’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신선한 느낌을 주는 비결은.
“오페라 가수들이 긴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신선감을 유지해야 한다. 마치 그 역을 처음 하는 배우같은 기분으로 정서적으로 신선해야 한다. 미미가 루돌포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로미오와 줄리엣' Photo: Marty Sol/The Metropolitan Opera
-올 3월 줄리엣 역도 맡았는데.
“줄리엣 역이 내 목소리에 맞는다. 극적으로 무척 편안한 느낌을 준다. 내 막내가 줄리엣보다 나이가 많다. 하지만, 오페라 가수로서 관객에게 믿음이 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나의 경우는 둘째 딸 베아트리체가 줄리엣과 성격이 닮았다. 파티를 좋아하는 베아트리체를 관찰하면서 그 느낌으로 줄리엣을 연기했다.”
-메트에서 모차르트 오페라로 데뷔했다. 베르디나 푸치니보다 모차르트를 더 많이 했는데.
(홍씨는 ‘피가로의 결혼’’돈 지오반니’‘코지 판 투테’‘티토왕의 자비’‘마술피리’‘이도메네오’ 등 모차르트 오페라에만 120여회 출연했다.)
“처음 노래를 하면서 마리아 칼라스같은 위대한 성악가들의 노래나 바그너와 베르디 오페라를 들으면서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글쎄 성격인지, 아니면 ‘한국인의 뜨거운 피’ 때문인지 모르겠다. 한인은 ‘동양의 이탈리안’으로 무척 감정적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내겐 모차르트가 맞았다. 모차르트는 부담스럽지 않고, 상대적으로 하기 쉽다. 하지만, 난 베르디에 맞는 목소리를 타고 태어나지는 않았다. 푸치니의 ‘라보엠’을 해왔지만, ‘토스카’(푸치니 작곡)엔 맞지 않는다.”
'피가로의 결혼'
-‘나비부인’은 어떤가.
“목소리가 맞지 않는다. 만일 목소리가 됐다면, 돈도 많이 벌었을 것이다.(웃음)
첫째 ‘나비부인’은 보컬 측면에서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 둘째로, 아시안이라서 나비부인으로 정형화되고 싶지 않았다. ‘나비부인’ 50회를 하면 내 목소리가 망가질 것만 같았다.”
-하고 싶은 역은.
“‘마농’을 정말 하고 싶다.”
“가족이 우선, 음악은 축복”
2007년 메트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 성악가들이 주연한 '라 트라비아타'에서 테너 김우경씨와 홍혜경씨. Photo: Marty Sol/The Metropolitan Opera
-초기에 아시안 성악가들이 별로 없었다. 한국인이라는 것이 더 주목을 받고, 한국인으로서 일종의 부담도 있었나.
“난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난 옆 사람보다 더 잘하고 싶었을 뿐이다. 난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열중하기 때문에 나 자신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관심을 추구하는 동물’이 아니던가! 난 정말 잘하고 싶었다.”
-지금은 아시안 성악가들이 참 많아졌다.
“맞다. 내가 전에 시작할 때는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고, ‘오리엔탈’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아시안 성악가들이 무대에 더 많아지면서 이젠 익숙해진 것 같다.”
'호프만의 이야기'
-어떻게 목소리를 유지해올 수 있었나.
“1984년 오페라를 시작했을 때 메트와 시티오페라에 드나들며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성악가들이 2∼3년 후에 사라지는 것을 봤다. 사람의 목소리는 나빠질 수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 목소리를 잃어버릴까봐 정말 겁이 났다. 그래서 목소리를 관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성악가들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트하우스는 정말 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노래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소리를 테크닉을 갖고 질러야 한다.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에게 맞는 역도 유의해서 택해야 한다.”
-집에선 어떻게 목소리를 관리하나.
“조용히 지낸다. 소리 지르거나, 크게 웃지 않는다. 전에 남편과도 싸우질 않았다. 내 목소리에 좋지않기 때문이다!(웃음)”
'투란도트'에서 류로 출연한 홍혜경씨와 출연진이 커튼콜에서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엄마로서 성악가로서 어떻게 조율해왔나.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다. 엄마란 풀타임 직업이며, 오페라 가수는 내게 보너스인 셈이다. 아이들이 없었더라면, 음악이 내 인생이었을 것이다. 내 경우는 축복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오페라단인 메트에서 노래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내게 중요하다. 우리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 출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을 두고 짐을 싸서 노래하러 2∼3개월 외국에 가있는 것을 생각할 수 없었다. 엄마는 집에 있어야 한다.”
-이 자리에 젊은 성악가들이 꽤 있다. 조언을 한다면.
“자신의 목소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왜 ‘아이다’를 못하지?' 하지 말고 정직하게 영리하게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모든 이에게 자신만의 특장이 있기 마련이니까 그 부분을 갈고 닦아야 한다.”
소프라노 홍혜경 인터뷰
"우리는 목소리 상자(voice-box)를 타고 난 민족"
2007. 1. 10 뉴욕중앙일보
"저의 공연을 보셨다면 사랑스런 김우경씨의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러 오셔야합니다.
이 공연은 한인사회의 빅 이벤트입니다. 김우경씨가 아주 자랑스럽습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소프라노 홍혜경씨가 10일부터 다섯차례 무대에 올려지는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앞두고 상기되어 있다. 메트 무대에서 지난 23년간 200회가 넘는 공연을 해왔지만 이번만은 특별하다. 상대 역이 바로 한인 테너 김우경씨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10일 공식적으로 메트에 데뷔한다.
127년 역사의 메트오페라에서 동양인이 남녀 주역을 맡은 것은 최초의 일이다. 그것도 한인 성악가들이 인종적 벽을 허물고 역사적인 장을 열었다는데 의미가 크다.
2006년 8월 센트럴파크의 메트오페라 콘서트에 '라 트라비아타'의 주역으로 노래한 홍혜경, 김우경씨.
아시안 1호 메트의 주역 소프라노인 홍씨 자신도 아직까지 100% 완전히 '그들의 세계'에게 받아들여져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 차이점을 알기 때문에 홍씨는 더 노력했다.
"나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것이 무언가를 찾아보고 열심히 노력했어요. 나는 왜 미미를 사랑하나 비올레타는 누구인가 등 맡은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나만의 독특한 색깔을 목소리로 전달하려 했지요."
홍씨가 무대에서 내뿜는 매력은 가창력 외에도 카리스마 혹은 연기력일지도 모른다. 뉴욕타임스는 그에 대해 '우아하고 해맑은 음정의 아름다움' '기품과 능숙 정서적으로 충만한' 등의 찬사를 보냈다.
메트오페라에는 이번 시즌 홍씨와 김씨 외에도 소프라노 신영옥씨 바리톤 윤형씨 데이빗 원 그리고 베이스에 입양 한인 앤드류 갱개스타드가 무대에 오르며 코러스에는 이승혜.정연목.이주환.윤길웅씨 등이 활동 중이다.
2007년 1월 메트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드레스 리허설에서 홍혜경씨와 김우경씨. Photo: Sukie Park/The Korea Daily
"한국인은 대개 외향적이고 정서적으로 뜨겁기도 차갑기도 하지요. 우리는 노래 잘 하는 얼굴과 체격 그리고 영혼이라는 목소리 상자(voice box)를 타고 태어난 민족입니다. 목소리와 연기는 모두 우리의 피 속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지난 해 8월 새 단장 피터 겔브를 맞은 메트오페라는 대중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티켓가 인하 영어 단축 공연 야외 및 영화관 방영 위성방송 라이브 중계 DVD 출시 등 새로운 전략으로 컴퓨터 세대에 소구하고 있다.
"오페라가 아무리 멋있어도 관객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지요. 세상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오페라와 거리가 먼 iPod 세대에게 마케팅하는 것을 환영합니다. 그러나 결국 오페라는 목소리의 예술입니다. 시각적인 연출과 목소리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지요."
홍씨는 한인들에게 자부심을 갖고 문화 생활로 여유를 찾을 것을 강조했다.
"이번 공연은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한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이 공연을 지원해주시고 오셔서 즐기셔야 합니다."
Photo: J. Henry Fair
홍혜경 Hei-Kyung Hong
서울 예원고 재학 중이던 1972년 뉴욕으로 이주, 줄리아드음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2년 메트오페라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1984년 모차르트 오페라 ‘티토왕의 자비’에서 세르빌리아 역으로 데뷔하며 메트에 데뷔했다.
이후 라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라보엠’의 미미, ‘투란도트’의 류, ‘리골레타’의 질다, ‘피가로의 결혼’의 알마비바 백작부인 등에 20여개 역할에 350회 이상 출연해왔다. 2007년 1월 홍씨는 테너 김우경씨와 ‘라 트라비아타’에 출연하며 메트 역사상 최초의 아시안 주역 남녀 성악가로 기록됐다.
2014년 호암예술상을 수상했으며, 메트 오페라 데뷔 30주년을 맞아 지난 4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열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성악과에서 가르치고 있다.
박숙희 뉴욕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sukie@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