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스와 디벤콘@볼티모어미술관(BMA)에서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SFMOMA)으로
마티스/디벤콘 Matisse/Diebenkorn
리처드 디벤콘 "앙리 마티스는 나의 영원한 스승"
Oct. 23, 2016-Jan. 29, 2017@Baltimore Museum of Art
March 11–May 29, 2017@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SFMOMA)
Matisse’s The Yellow Dress (1929-31); Diebenkorn’s Seated Figure With Hat (1967) Baltimore Museum of Art
세계에서 파블로 피카소 만큼 전시가 자주 열리는 작가도 없을 것이다. 내년 런던의 테이트 모던에선 피카소의 1932년 작품만을 모은 전시회 'Picasso 1932'를 열 예정이다. 피카소의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앙리 마티스 또한 뮤지엄이 사랑하는 블록버스터 아티스트다. 올 4월 보스턴에서는 '스튜디오의 마티스(Matisse in Studio)'를 타이틀로 한 특별전을 연다.
상업성 있는 마티스를 다른 작가와 비교하는 전시도 열렸다. 최근 볼티모어 미술관(BMA, Baltimore Museum of Art)에서는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와 미국화가 리처드 디벤콘Richard Diebenkorn(1922–1993)의 작품세계를 비교하는 전시 '마티스/디벤콘'가 지난해 10월 23일부터 올 1월 29일까지 선보였다. 3월 11일부터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로 이동되는 전시다.
Matisse’s View of Notre Dame (1914); Diebenkorn’s Ocean Park #79 (1975) Baltimore Museum of Art
볼티모어미술관의 최고 흥행 전시는 2007년 '마티스: 조각가로서의 화가(Matisse: Painter as Sculptor)'였다. 그 기록을 깬 것은 다시 마티스. 마티스/디벤콘 특별전이 이전 관람객 수보다 30% 증가한 4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전시엔 디벤콘 작품 56점과 마티스 작품 36점이 소개됐다. 최근 볼티모어에서 막바지에 달한 마티스/디벤콘 전시회를 감상할 수 있었다.
"난 일본에서 훔친다. 중국에서 훔친다. 드 쿠닝에게서 훔친다. 디벤콘에게서 훔친다. 그리고, 동시에 그들을 모욕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웨인 티보-
Matisse’s The Blue Window (1913), Diebenkorn's Woman on a Porch (1958)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미술에서 오리지널한 작품이 얼마나 가능할까?
천재적인 피카소조차 자신이 남의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베끼는 것은 모방으로 끝나지만, 훔쳐온 것을 자기화하면 작가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닌가? 음식을 즐겨 그렸던 캘리포니아 화가 웨인 티보는 리처드 디벤콘의 친구이기도 했다. 그조차 다른 문화, 다른 작가들에게서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을 공언했다. 1가지를 훔치면 저작권 위반이지만, 여러가지를 훔쳐 비빔밥처럼 자기화하면, 웨인 티보로 남는 것인가 보다.
Matisse’s Studio, Quai Saint-Michel (1916); Diebenkorn’s Urbana #4 (1953) Baltimore Museum of Art
마티스/디벤콘 특별전을 보면서 프랑스의 거장 마티스에게서 '영감(inspiration)'을 받아 연구하고, 그린 미국 작가 리처드 디벤콘은 베낀 것인지, 훔친 것인지, 영감인지, 오마쥬인지 헷갈렸다. 리처드 프린스처럼 남의 인스태그램 사진을 도용해도 무죄가 되는 이즈음, 유명해지면 카피는 '영감'으로 포장될 수도 있는듯 하다.
Matisse’s Notre-Dame, A Late Afternoon (1912); Diebenkorn’s Ingleside (1963)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디벤콘의 56점과 마티스의 36점을 선정, 때때로 나란히 비교하는 마티스/디벤콘 전시는 거장과 그를 흠모했던 작가의 주제, 스타일, 컬러와 테크닉을 비교한 듀엣전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마티스의 마술적으로 거칠 것 없는 캔버스와 디벤콘의 그리다 만듯, 여백이 있는 캔버스는 억지춘향 유사보다는 대비로 느껴지고, 읽혀진다. 마티스는 하늘에서 이 전시를 어떻게 생각할지...
Matisse’s Reclining Model with a Flowered Hat (c. 1923) Diebenkorn's Woman Seated in a Chair (1963) Baltimore Museum of Art
어쨌거나 마티스/디벤콘 전시는 15년 전 큐레이터 케이티 로스코프(Katy Rothkopf)가 마티스와 디벤콘의 여인 드로잉에서 유사성을 발견한 후 기획됐다.
리처드 디벤콘은 포틀랜드에서 태어나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장했고, 스탠포드대 재학 중 아트컬렉터 사라 스타인의 집에서 마티스 그림을 처음 보았다. 이후 동부해안에서 해병대로 복무하던 중 MoMA, 워싱턴 DC의 내셔널갤러리와 필립스 컬렉션, 그리고 파리와 러시아 뮤지엄들을 방문하면서 마티스를 연구했다. 이후 40여년간 마티스를 추종하는 작품을 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Richard Diebenkorn, Memo. Man and Woman in a Large Room (1957), Interior with Doorway (1962)
리처드 디벤콘이 남긴 '그리기 시작할 때의 메모'
1. 확실하지 않은 것을 시도하기. 확실한 것은 나중에 올 수도, 안올 수도 있다. 그러면, 그때는 가치있는 착각일 수도 있다.
2. 완전하지 않은 예쁜, 애초의 자세는 가치가 없다. 더 이상의 작업을 위한 자극을 제외하고는.
3. 리서치를 해라. 그러나, 리서치한 것 외의 다른 것을 발견하라.
4. 처음의 신선한 생각을 활용하고, 반응하라. 하지만, 완전히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라.
5. 어떤 종류라도 주제를 '발견하지' 말라.
6. 어떻게든 지루해지지 말라. 그러나 무료해진다면, 행동에 사용하라. 그 파괴적인 잠재성을 활용하라.
7. 실수는 지워질 수 없다. 그러나, 현재의 위치로부터 이동하게 만들어 준다.
8. 낙천주의자가 되라.
9. 혼란을 감수하라.
10. 비뚤어진 방법에만 주의하라.
The final room of Matisse/Diebenkorn Baltimore Museum of Art Photo: Cara Ober
Baltimore Art Museum
10 Art Museum Drive, Baltimore, MD
https://artbm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