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 '문라이트' 쇼킹 해프닝
누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자 명단 봉투를 빼돌렸나?
오스카 최우수작품상, '라라 랜드'에서 '문라이트'로 번복 해프닝
<Update>
2017 오스카상 최우수 작품상 수상자 명단이 담긴 봉투를 잘못 전달한 이는 아카데미상을 감사한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회계사 브라이언 쿨리난(Brian Cullian)으로 밝혀졌다. PwC에서 오스카 시상식에 2인의 파트너를 특파했으며, 이들은 시상자에게 봉투를 전달해주는 임무를 맡았다. 그런데, 브라이언 쿨리난은 스마트폰으로 스타들의 사진을 트위터에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정신이 분산되어있다가 엠마 스톤/여우주연상 봉투를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오류를 알고 스테이지 매니저들과 무대로 나갔고, 워렌 비티가 갖고 있던 봉투를 달라고 했지만 비티는 증거로 갖고 있었다. 쿨리난은 봉투를 주기 직전에 엠마 스톤과도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라라 랜드' 프로듀서 조단 호로비츠, 사회자 지미 킴멜, 수상자 호명 봉투를 들고 있는 배우 워렌 비티.
*'Moonlight' or 'La La Land'? Best Picture Mix-up at Oscars <YouTube>
도날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 드라마, 수퍼볼 뉴잉글랜드 패트리엇츠와 아틀란트 팰콘의 역전극에 이어 2017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역전극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2월 26일 LA에서 지미 킴멜의 사회로 열린 제89회 오스카상 시상식 피날레는 최우수 작품상 발표였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Bonnie and Clyde, 1967)'의 왕년 스타 워렌 비티와 페이 더너웨이가 무대에 올랐다. 제작 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였다. 그런데, 워렌 비티가 봉투를 연 후 잠시 머뭇거리더니 페이 더너웨이에게 넘겼다. 더너웨이는 뮤지컬 '라라 랜드'를 최우수 작품상으로 외쳤다.
이에 이미 여우주연상과 감독상 등 6개 부문상을 거머쥔 '라라 랜드' 캐스트와 제작진이 무대에 올랐고, 프로듀서들이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있었다. 1분 30초 정도 경과 후 무대에 소란이 일었다. 정장 입은 사람들 사이로 헤드셋을 낀 제작진이 나타난 것. 그중 한 인물이 조단 호로비츠가 들고 있던 봉투를 가리켰다. 호로비츠가 봉투를 여니 '엠마 스톤-라라 랜드'가 나왔다. 다른 봉투가 열렸다. '문라이트'와 제작진 이름이 담긴 '최우수 작품상'이었다.
'라라 랜드'팀이 무대를 내려가고, '문라이트'팀이 올라갔다. 호로비츠와 '문라이트 '배리 젠킨스 감독이 포옹하고 있다.
워렌 비티가 어리둥절해하고, 오스카상을 쥐고 수상소감을 발표한 '라라 랜드'의 프로듀서 조단 호로비츠가 앞장서서 '문라이트'가 최우수 작품상'이라고 정정했다. 그는 "실수가 있었어요. '문라이트' 당신들이 최우수 작품상입니다"라고 외쳤다. 호로비츠는 '이건 농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객석의 '문라이트'팀이 경악을 하며 환호했다.
이때, 아카데미상 시상식 사회자 지미 킴멜이 무대에 올라 '워렌 비티'에게 '무슨 일이예요?하'고 물었다. 워렌 비티는 "봉투를 여니 엠마 스톤-라라 랜드라고 써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페이 더너웨이는 '라라 랜드'를 파악하고 호명한 것이다.
엠마 스톤, 존 레전드, 데미안 셰이젤 감독 등 '라라 랜드' 팀은 실망한 표정으로 무대를 떠났다. 그 자리엔 '문라이트' 팀이 올라갔다. 조단 호로비츠는 '문라이트'의 배리 젠킨스 감독과 뜨거운 포옹을 했다. 2시간 35초간에 벌어진 반전의 드라마였다.
그러면, 누가 여우주연상 수상자 봉투를 비티에게 건냈을까?
조단 호로비츠가 작품상 수상자 명단이 쓰여진 '문라이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도대체 누가 이들에게 봉투를 잘못 전해주었을까? 아니면, 일부러 '문라이트' 봉투를 빼돌리고, 여우주연상 봉투를 주었나?
할리우드 아카데미 시상식 89년 역사에서 초유의 작품상 번복 사건이다. 미국인 3400여만명이 시청하는 아카데미상 시상식 진행의 아연실색할 오류가 됐다.
'문라이트'는 흑인들의 드라마이며, '라라 랜드'는 백인들의 뮤지컬이다. 정치와 수퍼볼처럼 양극의 영화, 미국의 현실을 반영하는듯한 해프닝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배우라도, 각본이 나쁘면 이런 대형 사고를 치기 마련이다. 배우는 주는 대로 읽을 수 밖에 없다. '보니와 클라이드' 페이 더너웨이와 워렌 비티는 이 오스카 해프닝의 주역이 되고 말았다. 워렌 비티는 부인 아네트 베닝이 '20세기 여성'에서 명연기를 보내주었지만, 후보에 못오르는 비운까지 겹쳤다.
*Stars React To 2017 Oscars 'Moonlight' and 'La La Land' Best Picture Mix-Up <YouTube>
주간 '뉴요커' 잡지가 트위터에 최우수작품상 '라라 랜드'를 올리며, 찬사를 보낸 후 8분만에 실수였다며 '문라이트'로 정정했다.
뉴욕타임스가 '라라 랜드'가 오스카 최우수작품상이며, 수상자 풀리스트 링크를 올린 후 8분만에 번복했다. '문라이트'의 배리 젠킨스 감독이 오스카상을 거머윈 채 인사하고 있다. 뒤는 사회자 지미 킴멜.
이에 따라 뉴욕타임스와 뉴요커 등 언론은 최우수 작품상을 '라라 랜드'에서 '문라이트'로 정정하며, 풍자 커리커처를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라라 랜드'의 데미안 셰이젤 감독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뒤는 '자유의 여신상'이 아니라 감독상을 발표한 배우 할리 베리. 뉴요커 트위트.
뉴요커가 '문라이트'의 배리 젠킨스 감독의 승리를 대선과 수퍼볼 이후 쇼킹한 엔딩이라고 평했다.
아카데미상 투표와 시상식을 감독한 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ricewaterhouseCoopers)는 "문라이트, 라라 랜드, 워렌 비티, 페이 더너웨이와 시청자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어떻게 수상자 명단이 든 봉투가 바뀌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문라이트'는 이날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 등 3개 부문상, '라라 랜드'는 여우주연, 감독, 오리지널 작곡, 주제가, 촬영상, 프로덕션 디자인상 등 6개 부문상, '바닷가 옆 맨체스터'는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의 2개 부문상을 수상했다. 한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은 이란 감독 아스가 파하디의 '세일즈맨'이 수상했다. 2011년 '별거'에 이어 두번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감독은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에 저항하며 불참했다.
아카데미상 역사상 최악의 해프닝이 2월 27일 뉴욕데일리뉴스와 뉴욕포스트의 표지를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