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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7 00:25
멸종된 뉴욕 종이 커피 컵 '안소라(Anthora)'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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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테이크아웃 커피 컵 '안소라(Anthora)' 이야기
WE ARE HAPPY TO SERVE YOU
http://www.nycoffeecup.com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점심 시간에 청와대에서 참모들과 테이크 아웃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보도되었다.
어느 방송인은 텀블러(tumbler, 원통형 글래스) 대신 1회용 종이컵을 썼다고 논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커피 매니아로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은 평소 단골 커피숍에서 원두를 선별(콜롬비아 4·브라질 3·이디오피아 2·과테말라 1), 블렌딩해 구입해갔다고 한다.
뉴욕에서는 상징적인 커피용 종이컵 '안소라(Anthora)'가 있었다. 고대 그리스 문양이 그려졌고, 희랍어 모양의 영어가 쓰인 커피컵이다. 지금은 스타벅스와 텀블러에 밀려서 희귀 컵이 됐지만.
그런데, 왜 그리스 문양이었을까?
멸종된 뉴욕의 아이콘 안소라(Anthora) 종이컵
안소라는 1963년 셰리 컵 컴퍼니(Sherri Cup Co.)의 직원 레슬리 벅(Leslie Buck)이 디자인했다. 당시 뉴욕의 다이너와 커피숍 운영자 대부분은 그리스계 이민자들이었다. 이들의 입맛에 맞게 제작한 것.
1922년 체코슬로바키아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레슬리 벅의 본명은 라즐로 부크(Laszlo Büch). 부모를 나치에 의해 잃은 후 아우슈비츠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뉴욕으로 이민왔다. 1950년대 형과 수출입 사업을 하다가, 후반에 종이 사업에 손을 댔다. 그러다가 1960년대 중반 셰리 컵 컴퍼니에서 취직해 세일즈 매니저로 일하다가 마케팅 디렉터가 된다.
메트뮤지엄의 테라코타 암포라 그리스 국기 그리스 문자
여기서 레슬리 벅은 그리스 고객들을 위해 종이 컵에 고대 그리스 암포라(amphora, 양 손잡이가 달리고 목인 좁은 큰 항아리)를 그리고, 희랍어처럼 각진 활자체의 영어로 "당신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서 기쁩니다(WE ARE HAPPY TO SERVE YOU)"를 넣었다. 블루와 화이트는 그리스 국기색깔에서 가져왔다. 커피 컵 이름 안소라는 레슬리 벅이 '암포라'를 잘못 발음해서 얻어진 이름이다. 이렇게 뉴욕의 테이크아웃 종이 커피컵이 탄생했고, 뉴욕의 얼굴이 됐다.
1994년 안소라 컵은 무려 5억개가 팔렸고, 뉴욕타임스는 1995년 기사에서 안소라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컵"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2005년 안소라 컵의 판매량은 2억개로 감소했다. 뉴욕타임스는 2007년 "멸종 위기에 있는 유물"이라고 전했다.
안소라 컵의 트레이드마크는 2005년 셰리를 인수하며, 판매권을 매입한 솔로 컵 컴퍼니(Solo Cup Co.)가 획득했다. 2006년 판매가 감소하자 솔로 컵은 안소라의 대량 배급을 중단하고, 기념품 숍과 레스토랑에 라이센스를 팔았다.
안소라 동전지갑($16.50) http://www.nycoffeecup.com
레슬리 벅은 로열티 수입을 올리지 못했지만, 컵의 성공으로 상당한 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1992년 은퇴할 때 회사에선 안소라 1만개로 만든 특별한 선물을 희사했다고. 롱아일랜드 글렌코브에서 살다가 2010년 87세로 세상을 떠났다.
안소라는 뉴욕의 노란택시, 블랙&화이트 쿠키 만큼 뉴욕의 아이콘으로 남았으며, TV 시리즈 'NYPD 블루' '매드 멘' '로 앤 오더' 등 히트 TV 시리즈에도 등장했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선2003년 그레이함 힐이 디자인한 도자 안소라 컵을 판매하며, 아마존 등에서도 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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