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조건부 영주권 해제: 공동 청원 또는 단독 청원
시민권자와 결혼 후 영구 영주권 취득 위기가 오면...
오스트리아 출신 아놀드 슈와제네거는 10살 때부터 미국에 오는 꿈을 꾸었고, 보디빌딩을 통해 1968년 21세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1986년 4월 JFK 대통령의 조카 마리아 슈라이버와 결혼했다. Photo: AP
이민법 케이스들을 다루다 보면 안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시민권자와의 결혼을 통해 조건부 영주권을 받은 뒤, 영구 영주권을 받기 전에 결혼 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입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고민하시다가 문의를 해오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예전 칼럼에서 설명드린대로 빠르고 안전하게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시민권자와의 결혼을 통해서입니다. 결혼한 지 2년 이내의 커플인 경우 영구 영주권이 아닌 2년간 유효한 조건부 영주권(Conditional Residency)이 주어집니다.
조건부 영주권이 만들어진 토대는 1986년 제정된 이민사기결혼 수정안 (Immigration Marriage Fraud Amendment of 1986)입니다. 이민자들이 영주권 목적으로 시민권자와 결혼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과 더불어 이에 대한 나름의 대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즉, 조건부 영주권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서 다시 한번 진실된 결혼인지를 심사하여 통과된 경우에만 영구 영주권을 받게 됩니다.
그럼 조건부 영주권 해제 신청을 해야 하는 시기는 언제일까요?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특별한 사유없이 조건부 영주권 만료일 이전에 해제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만료일을 기점으로 영주권 신분을 잃게 되어 불법체류(Unlawful Presence) 일수가 계산되고, 나아가 추방재판에 회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조건부 영주권이 승인된 날로부터 계산하여 2년이 되기 90일 전부터(90-day window) 조건부 해제 신청서를 접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건부 영주권 승인일이 2014년 1월 1일이고, 2015년 12월 31일이 영주권 만료일이라고 하면, 2015년 10월 초부터 12월 31일 사이에 조건부 해제 신청서를 이민국에 접수해야합니다. 이러한 신청시기에도 예외가 있는데 아래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간혹 2년의 시작 시점을 결혼 기념일로 계산하여 낭패를 당하기도 하오니 각별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조건부 해제 신청에 사용되는 이민 양식은 I-751, Petition to Remove the Conditions of Residence 이며, 총 수수료는 총 $590입니다. 수속 기간은 6개월~8개월 정도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1년 혹은 그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랜 수속 기간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접수하면 접수증이 오고, 이 접수증은 동시에 조건부 영주권 신분의 1년 연장서의 역할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I-751 수속 기간 동안 취업 및 여행을 할 경우 이 접수증을 신분 증명 서류로 제출하면 됩니다.
I-751 공동 청원
I-751 신청은 시민권 배우자의 사인을 받아 제출하는 공동 청원(Joint Petition)이 기본적인 요구사항입니다. I-751에 부부 모두 사인을 한 뒤, 조건부 영주권을 신청할 때 제출했던 서류와 유사한 자료(Joint Documents)들을 최근 날짜로 업데이트해서 준비하시면 됩니다. 이 서류들을 통해서 이민목적으로 결혼하지 않았고, 조건부 영주권자로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되는 것입니다. 보통 공동 세금 보고기록, 공동 소유 재산 서류, 리스 및 렌트 관련 서류, 보험관련 서류, 공동명의 은행 계좌, 자녀의 출생증명서, 유틸리티 서류, 사진 등을 제출하면 됩니다.
영화 '코난 더 바바리언''터미네이터'로 할리우드 스타가 된 슈와제네거가 1983년 9월 16일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후 당시 애인이었던 마리아 슈라이버와 시민권 증서를 들고 기쁨을 나누었다. 단, 결혼을 통한 취득은 아니었다. Photo: Wally Fong/Associated Press
I-751 단독 청원
그렇다면 I-751에 시민권자 배우자가 사인할 수 없거나 혹은 시민권 배우자가 협조하려 들지 않은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분들이 문의해오시는 내용 중 하나가 이 부분입니다. 진실된 결혼생활을 시작했지만 2년이라는 기간 내에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겨 별거하거나 이혼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사실 이민국에서도 이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득이하게 시민권 배우자의 협조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다음의 예외적인 경우들(첫째 ~ 셋째)에 한해 조건부 영주권자 단독으로 I-751을 신청하여 조건을 해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Waiver of Joint Filing Requirement). 여기서 중요한 점은 예외적인 경우들(첫째 ~ 셋째)에 해당될 때는 위에서 설명드린 신청 시기 기준인 90일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90일 시점 이전, 90일 ~ 만료일, 만료일 이후에도 접수할 수 있다는 점 기억해 두시길 바랍니다.
첫 번째, 진실되게 시작된 결혼이 2년 기간 내에 법적으로 끝난 경우입니다. 즉 이혼(Divorce)이나 결혼 무효선언(Annulment) 등으로 끝난 경우입니다. 따라서, 이혼 수속 중이거나, 법적 별거 (Legal Separation) 혹 단순 별거 등은 제외됩니다. 주에 따라 법적 별거가 일정기간 지난 뒤에 자동으로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이 경우에 해당되는 분들은 I-751과 함께 이혼 판결문 혹은 결혼 무효선언 관련 법원 기록을 제출함으로써 단독으로 조건제거가 가능합니다. 물론 이때에도 결혼생활이 진실된 것이었음을 함께 증명해야 합니다. 이혼이나 결혼 무효선언이 90일 시점 이전에 완료된 경우에는 90일 시점까지 기다리지 않고 언제든지 I-751 신청이 가능합니다. 나아가 조건부 영주권 유효기간 2년이 지난 뒤에도 신청이 가능합니다.
두 번째, 조건부 영주권자가 본국으로 추방된다면 극심한 고통에 처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사실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조건부 영주권자가 원한 일이었다거나, 더 나은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고려되는 요인은 조건부 영주권자가 미국에 거주한 기간, 미국 내 가족관계, 미국 내 직업, 그리고 본국 내 가족관계와 경제상황, 본국의 경제사회적 상황 등입니다. 이 경우는 증명하기 쉽지 않고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번째, 조건부 영주권자가 결혼 기간 동안 시민권자 배우자로부터 정신적, 감정적, 물리적 혹 경제적 학대를 받았고 이로 인해 조건부 영주권자가 극심한 고통에 처한 경우입니다. 참고로 이혼하지 않아도 됩니다. 실제로 조건부 영주권자 스스로 본인이 학대 혹은 박해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례로 시민권자 배우자가 자신이 도와주지 않으면 결국에는 추방될 수 밖에 없다고 조건부 영주권자를 협박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즉, 이민신분을 근거로 자신의 지배하에 놓고자 하는 전형적인 가정폭력의 한 형태입니다. 조건부 해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원인이 조건부 영주권자가 아닌 시민권 배우자에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친구, 이웃, 직장 동료, 종교 지도자, 가족, 선생님, 혹 믿을 만한 목격자 등으로부터 아주 자세한 선서진술서(Affidavit)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학대를 증명할 만한 모든 자료들을 제출하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사실 이혼을 제외한 위의 예외적인 상황들을 인정받기 쉽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 계신 전문인과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판단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즉, 본인의 상황이 예외조항에 해당되는지, 2가지 이상이 해당될 수 있는지 그리고 해당되었다고 판단되었을 때 필요한 서류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불법체류 (Unlawful Presence) 문제가 있기 때문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2년 내에 이혼을 하게 되었을 때, 각 주나 카운티마다 이혼 수속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무엇보다 시간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불법체류 일수가 발생하지 않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불행하게도 시민권 배우자와 2년 기간 내에 사별하게 된 경우, 공동청원이나 예외 상황에 의지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영주권 조건부 해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공동청원을 통해 조건을 제거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이민법적으로 가장 바람직하고 절차상으로도 간단합니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공동청원이 가능하지 않게 된 경우에도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주위에 계신 전문인과 의논하여 적절한 도움을 받으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