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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뮤지엄 19-20C 초 유럽회화 갤러리 산책

My Best Five by Ryu Won Hye


류원혜/뉴욕컬처비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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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술관을 좋아하며, 특히 유럽회화에 관심이 많다. 내가 독일 전공인데다가, 미술교육과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때문이었을까.  


13-18세기의 그림들도 좋지만 주로 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아주 오래 전이라 그런지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 21세기의 나와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을 받고는 한다. 그래서 19세기와 20세기 초의 유럽회화를 무척이나 사랑한다. 역사를 알고보면 더욱 재미있다. 인터넷으로도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진짜' 유럽회화를 보려면 유럽에 가야한다. 단지 그림을 보려고 여행을 다녔던 것은 아니었어도, 나에게 있어 미술관은 여행에 있어 빠질 수 없는 필수코스였다. 그래서 영국의 내셔널갤러리와 대영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와 오르세 미술관, 독일의 노이에피나코텍, 오스트리아의 미술사박물관 등 유명한 미술관은 찾아가 직접 감상하고는 했다. 


인터넷과 교과서로만 보던 그림을 실제 눈 앞에 마주했을 때의 감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좀 더 미술을 공부하고 마음이 한층 더 성숙해진 후에 봤으면 더 감동적이었을 것 같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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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뉴욕에 있으니 가장 큰 미술관에 들러야 하는 건 당연지사이다. 역사가 짧은 미국은 대부분 작품들을 기증받거나 큰 돈을 들여 구매했다고 한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두 번째 간 날은 평일인데다 투어에 참가하는 대신 자유롭게 원없이 그림 구경을 해보았다. 내가 향한 곳은 19-20세기 초기 유럽회화 갤러리. 너무 넓고 미로같은 내부구조 때문에 길을 잃어 봤던 그림을 또 보는 일도 많았지만, 덕분에 더 자세하고 새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감명 깊게 본 그림 5점을 연대 순으로 선정해보았다.



#1. Gustave Courbet의 Young Ladies of the Village, 18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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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쿠르베(Gustave Courbet)는 지난해 유럽문화사를 공부하면서 더 깊게 알게 된 프랑스 화가이다. 그는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그린다는 사실주의를 최초로 적용했다. 당시 프랑스의 주요 화풍인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에서 탈피하여 일상적인 사건을 그림의 주제로 담아냈다. 하지만 귀족들의 호화로운 삶이 아닌 초라한 농민, 노동자들의 삶과 정서를 사실적으로 그려내어 당시 상류층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였다. 그가 살던 시기의 프랑스는 산업혁명과 도시화로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 도심에 빈민들이 가득했다. 따라서 쿠르베의 관심사는 고대의 신이나 영웅들 대신 농부와 같은 노동자 계층이었다. 


이 그림은 쿠르베의 세 명의 누이동생이 그의 고향인 오르낭(Ornans) 마을에서 산책하는 모습을 보이는 그대로 담고 있다. 초반에는 비평가들에게 우스꽝스럽다고 비난받기도 했다. 쿠르베의 작품하면 바로 떠오르는 회화는 아니지만 평화로운 분위기와 쿠르베가 자신의 누이들을 바라보며 그려냈을 상상을 하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 작품 외에도 그림 속에 객관적 사실을 충실하게 반영했던 쿠르베의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화가의 아뜰리에'이다. 중심부의 인물은 쿠르베 자신이고 그를 중심으로 좌측에는 빈곤, 실업, 죽음 등 그가 실제로 지닌 사회적 관심의 대상들을 배치했지만, 우측에는 쿠르베의 정신적 지원자들로 미술애호가, 수집가 등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인물들을 배치하여 당시많은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쿠르베는 이에 굴하지 않고 소신있는 공화주의자로 정치와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 Pierre-Auguste Cot의 Springtime, 1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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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코트(Pierre-Auguste Cot)는 동시대의 모네, 마네, 피사로 등의 인상파 화가들과 대조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현시대에는 인상파 화가들에 비해 콧의 유명세가 덜하지만 당대에는 그의 전형적인 프랑스 아카데미즘의 그림체가 더 인기가 많았다. 이 작품은 코트의 대표작으로 '봄날'이라는 제목답게 그림이 걸려있던 벽면이 모두 화사해보일 정도로 따뜻한 분위기를 지녔다. 


바로 옆에 걸려있던 그의 '폭풍(The Storm)' 역시 두 남녀가 같이 옷을 뒤집어쓰고 폭풍우를 피하는 모습이었다. '봄날'은 그네를 함께 타며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나 수줍어하며 남성의 품에 안겨있는 여성과 비록 눈빛이 그림에 나타나있지는 않지만 굳이 보지 않아도 사랑스러운 그녀를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남성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봄날의 햇살처럼 따사로운 첫사랑같다.



#3. Georges Seurat의 Circus Sideshow, 188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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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 역시 신인상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프랑스 화가이다. 바로 이전의 인상파의 색채원리를 과학적으로 체계화하고 인상파의 무질서한 형상을 다시 일으켜세운 19세기 말 프랑스 신인상주의의 특징은 바로 '점묘법'이다. 점묘법은 물감을 혼합하지 않고 순수한 색을 붓에 묻혀 캔버스 위에 작은 점을 찍어나가는 방식이다. 따라서 색점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그려 작품 한 점을 완성하는 데에만 몇 년이 걸린다. 


쇠라의 작품 중에서는 아마 학창시절 미술교과서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본 적이 있다면 모를 리가 없는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A Sunday Afternoon on the Island of La Grande Jatte)가 대표적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로도 제작될 만큼 유명한 작품인데, 그 옆에 걸려 있던 'Circus Sideshow' 역시 쇠라의 점묘법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이 그림은 밤을 배경으로 한 쇠라의 첫 번째 작품이다. 쇠라는 주로 낮이 배경이거나 인공조명의 밤을 담아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Circus Sideshow'는 최초로 어두운 밤의 모습을 그려냈다. 'Sideshow란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행인들에게 서커스 공연 티켓을 구매하도록 무료로 길에서 펼치는 작은 공연을 뜻한다. 그림 속에 우측을 보면 저 멀리 티켓을 사기 위해 줄을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4. Paul Gauguin의 Two Women, 19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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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고갱(Paul Gauguin)은 조르주 쇠라로 대표되는 신인상주의가 지나친 과학성으로 인해 개인의 감수성을 간과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느끼고 냉철한 신인상주의로부터 서정성을 회복시키자 했던 프랑스 화가이다. 폴 고갱, 폴 세잔느, 빈센트 반 고흐로 대표되는 후기 인상주의는 동시대의 화가들끼리도 공통점이 없을 정도로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고 볼 수 있다. 고갱의 '두 여성'은 그의 수많은 타히티 사람들을 주제로 한 그림들 속에서 가장 강렬했던 작품이다. 


그는 왜 타히티를 배경으로 그림을 그렸을까. 폴 고갱은 우여곡절이 많은 삶을 살다가 고흐와 함께 지내게 된다. 그러다 문명세계에 혐오감을 느껴 순수한 자연의 예술을 추구하기 위해 남태평양의 타히티섬으로 떠나 그곳의 원주민들의 건강함과 열대의 뜨거움을 밝고 강렬한 색채로 그의 예술에 불어넣었다. 이 작품 역시 타히티의 두 여성의 표정과 선명한 색채가 그들의 순수함과 건강함을 그림 너머에서 잘 전달해주고 있다.



#5. Franz von Stuck의 Inferno,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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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폰 슈툭(Franz von Stuck)은 과거 전통에 반발하여 자유로운 표현활동을 목표로 혁명적인 분리파를 창립한 독일 화가이다. 그의 모교인 뮌헨미술아카데미에서 젊은 화가들을 가르쳤는데, 그의 제자들 중에는 바실리 칸딘스키와 파울 클레 등 젊은 천재화가들도 있다. 슈툭의 대표작인 'The Sin'은 뮌헨의 노이에피나코텍에서 직접 감상했었는데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주로 종교와 신화를 새로운 시각에서 그려냈는데, 처음에는 기존 미술의 통념을 벗어난 작품에 평론가와 세간의 큰 비판과 반발이 있었다. 


'Inferno'는 그다지 유명한 작품은 아니지만 지옥의 불길과 뱀과 사탄, 죄와 죄인을 모두 담고 있어 다른 화가들의 작품과는 다르게 어둡고 무서운 느낌을 받아 기억에 남는다. 슈툭은 독일 상징주의, 표현주의의 시작을 열었다. 구스타프 클림트, 에두바르드 뭉크와 함께 분리파로 분류되는 그는 인페르노처럼 주로 지옥, 죽음, 원죄, 선과 악에 대한 메시지를 그림에 담았다. 슈툭의 인페르노 외에 다른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어둡지만 그 중에 인간의 나체만 밝게 처리하여 상징주의가 성(性)을 다룬다는 점도 찾아낼 수 있다. 다른 관람객들도 인페르노 앞에 오래 머물러 유심히 관찰하는 걸 보면 이 작품은 메트뮤지엄에 전시된 그림들 중 가장 어둡고 섬뜩할 정도로 무서운 악마적 느낌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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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세잔느, 모네, 마네, 클림트, 르누아르, 고흐, 피카소 등 너무나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들을 둘러보는 내내 시간가는 줄 몰랐다. 4시간이 넘게 관람한 후 뮤지엄 밖으로 나오니 정문 계단  앞에서 한 남성이 색소폰으로 한국의 가요와 아리랑, 동요를 연주하고 있었다. 계단에 앉아 이번에는 그림을 감상하느라 지친 눈을 감고, 귀를 열고 잠시 쉬면서 메트뮤지엄 관람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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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화가들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필자는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르누아르의 작품을 처음으로 직접 보았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르누아르만의 따뜻하고도 부드러운 분위기에 그의 그림이 걸린 방에 들어서면 마치 천국에 온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이다. 


메트뮤지엄에서는 르누아르의 꽃 그림과 고흐의 꽃 그림을 나란히 비교해보았는데 부드러운 그림체의 르누아르와 다소 거칠고 강렬한 색감과 선으로 표현한 고흐의 특성이 비교되어 흥미로웠다. 지난해 이맘때 쯤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궁전에서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 역시 처음 마주했을 때 화려한 금색으로 가득찬 그림에 눈이 부셔 멍하니 바라만보았던 기억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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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전시 작품들은 유럽의 뮤지엄들과 비교하면 모두가 다 알 정도로 저명한 화가의 작품 수는 적은 편이긴 하다. 하지만 유럽 뿐 아니라 미국,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의 회화, 조각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거대한 예술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안에 다 돌아보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두세 차례에 걸쳐 찬찬히 하나하나 뜯어보기를 추천한다. 아마 그런 이유로 기부금 입장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밤 9시까지 문을 여니 여유롭게 둘러보며 메트뮤지엄에서 전 세계의 예술을 온 몸으로 느껴볼 수 있다.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1005 5th Ave. @82nd St.

일-목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30분/ 금,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http://www.metmuseum.org



류원혜150.jpg 류원혜/뉴욕컬처비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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