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센트 체인 재벌 F. W. 울워스와 건축가 캐스 길버트의 골든 랑데부

고딕 양식 '상업의 성당' 울워스 빌딩의 스펙터클한 로비

1913년 완공 당시 세계 최고 높이(57층, 790ft, 240m)빌딩으로 기록된 로어 맨해튼의 울 워스 빌딩(Woolworth Building)은 별명이 ‘상업의 성당(Cathedral of Commerce)’일 만큼 로비가 성당처럼 화려하다. 유럽의 고딕 성당을 본따서 건축되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위대한 건축가 카스 길버트(Cass Gilbert)가 5센트, 10센트 염가 가게로 갑부가 된 F.W. 울워스를 위해 설계한 울워스 빌딩은 속살을 들여다 보아야할 필요가 있다. 로비가 눈부실 정도로 웅장하고 화려하다. 

Frank W. Woolworth

먼저 F. W. 울워스는 누구인가?

1996년 1월 컬럼비아대 어학생으로 와서 기숙사를 잡은 후 갔던 숍이 인근 울워스 스토어였다. 홈디포보다 아주 작은 규모로 그릇부터 감독 의자까지 가정용품을 팔았던 곳이다. 이듬해 울워스, 그 이름은 베네터 그룹으로, 2001년엔 풋 로커(Foot Locker)로 바뀌게 된다.

 

소매업계의 전설적인 인물 프랭크 W. 울워스(Frank W. Woolworth, 1852–1919)는 1852년 뉴욕주 로드맨에서 태어났다. 경영대를 중퇴한 후 취직해서 재고담당으로 일하면서 아이디어를 발견했다. 무엇이든 5센트를 붙여 놓으면, 날개 돋힌듯 팔려나간 것. 여기에 상품 진열 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꾸었다. 이전까지 점원이 고객의 쇼핑 리스트를 받아 찾아다 주는 방식에서 탈피, 선반에 물건을 진열해놓고 소비자가 물건을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물건을 진열했다. 이후 박리다매로 돈을 쓸어 모으며, 전성기에 미국, 캐나다와 영국에 체인 318개를 운영했던 할인숍의 원조가 울워스다. 

 

1878년 뉴욕주 유티카의 첫 울워스 스토어.

5센트 스토어로 재벌이 된 프랭크 W. 울워스는 재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싶었다. 지금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와 오버랩된다. 울워스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본부 건물을 짓기 위해 1910년 3월 시티홀 인근(233 Broadway) 부지를 200만불에 매입했다.  그리고, 건축가로 캐스 길버트(Cass Gilbert)를 지정하면서 건축비 1350만 달러를 모두 현금으로 지불했다.

1913년 4월 24일 캐스 길버트는 57층, 높이 792ft, 고속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고, 머리엔 푸른색 지붕을 얹은 울워스 빌딩을 완공했다. 고딕양식을 주조로 하되 로마네스크와 비잔틴 등 기타 양식을 절충한 ‘고딕 리바이벌(네오 고딕)’ 양식의 울워스. 그 외관은 석회암 컬러의 테라코타 패널로 장식됐다. 

 

고딕 성당처럼 십자형의 화려한 로비는 대리석 천장과 모자이크로 치장했고, 로마네스크 성당 구조에 비잔틴 양식의 모자이크와 ‘노동’ ‘상업’을 주제로 한 벽화로 장식되어 있다. 스테인글래스에 햇빛이 들어오며, 청동의 인테리어는 20세기 초반 뉴욕에서 가장 스펙터클한 것으로 꼽혔다. 

또한, 발코니엔 캐스 길버트가 울워스 모형과 함께 있는 커리커쳐 조각이 마주보고 있다. 건축가 개스 길버트는 울워스 빌딩을 안고 있으며, 5센트로 재벌이 된 F. W. 울워스는 수전노처럼 동전을 쥐고 있다. 울워스의 사무실은 어떻게 꾸며졌을까? 프랑스 제국 스타일의 대리석으로 장식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워스 빌딩 개막 당시엔 우드로우 윌슨 대통령이 워싱턴 DC에서 전기불을 원격조종으로 켰다. 1913년 완공된 후부터 1930년 크라이슬러(Chrysler) 빌딩이 등장할 때까지 울 워스 빌딩은 17년간 세계 최고 빌딩으로 우뚝 솟아 있었다. 2017년 7월 울워스는 뉴욕에서 24번째로 높은 빌딩으로 주저 앉았다. 

1916년 울워스의 세례식에서 S. 팍스 캐드만 목사는 울워스가 유럽의 고딕성당을 닮았다고 해서 ‘상업의 성당(Cathedral of Commerce)’이라고 불렀다. 1930년대엔 57층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1945년까지 관광객들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9.11 이후 달라졌다. 테러 예방을 위해 보안 검색 강화로 관광객의 출입이 차단됐다. 1966년 미사적 랜드마크, 1983년 뉴욕시 랜드마크로 지정됐다.

 

울워스 빌딩은 1977년부터 4년간 에렌크란츠 그룹에 의해 주름살 제거 수술에 들어갔다. 테라코타 디테일이 캐스트스톤으로 대치됐으며, 고딕 장식의 대부분이 제거됐다. 현대화의 이름으로 울워스의 개성도 거세됐다. 모더나이제이션의 전형이다. 

건물은 1998년까지 85년간 울워스의 소유였다가 위트코프 그룹에 1억5500만 달러에 매각됐다. 울워스는 신발회사 ‘풋 로커(Foot Locker)’로 이름을 바꾸었다. 지금 미 전역에 남아있는 울워스 건물은 주택을 포함 19개에 이른다.

뉴욕 곳곳에 럭셔리 콘도가 올라가거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등이 콘도로 개조되는 부동산 개발 붐에서 울 워스도 빗겨가지 못했다. 2012년 7월 부동산 개발업체 알케미 프로퍼티가 울워스의 꼭대기 30층을 6800만 달러에 매입, 5층 펜트하우스를 비롯 럭셔리 아파트로 공사 중이다. 총 개발비는 구입가를 포함 1억5000만 달러가 투여된다. 부동산업자들은 2500스퀘어피트 아파트 한 채가 75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울워스는 영화 '스파이더맨 2' '위대한 개츠비' 등이 촬영됐다. 일반인의 로비 입장은 금지되었지만, 로비 투어가 마련되어 있다. 투어는 30분($20), 60분($30), 90분($45) https://woolworthtours.com  

 캐스 길버트(Cass Gilbert, 1859-1934) 

오하이오주 제인스빌에서 3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다. 9살 때 미네소타주 세인트폴로 이주했고, 아버지가 사망한다. 맥칼레스터 대학교 중퇴 후 17살에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한 후 에이브라함 M. 래드클리프의 건축회사에서 수련했다. 19살에 MIT로 진학해 건축 코스를 수학했다. 컬럼비아대학교 건축회사 ‘맥킴, 미드& 화이트(McKim, Mead & White)’를 거쳐 미네스타의 세인트폴로 이주, 미네소타주 의사당과 10여개 이상의 교회를 지었다. 뉴욕으로 복귀한 후 알렉산더해밀턴관세청(현 아메리칸인디언 뮤지엄), 서굿 마샬 법원, 세인트루이스미술관, 디트로이트 공립도서관 등을 설계했다. 캐스 길버트는 건축이 역사적 전통과 기성 사회질서를 반영해야 한다고 믿는 보수주의자였다. 그가 설계한 대법원(Supreme Court)과 울워스 빌딩은 대표적인 작품이다. 

Woolworth Building

233 Broadway@Park Pl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