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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정정욱: 엄마, 아빠에게
컬빗 인턴 뉴욕 스토리 <1> 정정욱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
안녕 엄마, 아빠.
연락도 잘 안 하는 딸이 뉴욕에서 어떻게 지내나 궁금할 것 같아 이렇게 편지를 써.
부족함 없이 자라게 해줘서 너무 고마웠지만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해보고 싶어 다 큰 딸이 뉴욕에 갔지. 그땐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증명같은 게 내게 필요했던 것 같아.
우선은 혼자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었는데, 우연히 뉴욕에서 인턴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고, 바로 붙잡았지. 그게 뉴욕인 건 중요하지 않았어. 한국만 아니면 괜찮았으니까.
이야기를 갖고 있는 건물들. 센트럴파크에서 본 산레모 아파트.
나한테 미국이란 총을 소지할 수 나라였고, 평생 가지않을 곳이었어. 알다시피 내가 겁이 좀 많잖아. 그런데 이렇게 뉴욕에서 살게 되다니 인생은 정말 장담할 수 없는 것 같아.
14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뉴욕의 첫 인상은 애석하게도 ‘더럽다’였어. 뉴욕 지하철 공기는 사우나에 들어간 듯 알 수 없는 열기로 후끈했고, 바퀴벌레와 쥐들의 집합소였지. 호텔은 열악한 기숙사에 가까웠고, 공용 화장실은 하나 밖에 없고, 방 안에서 바퀴벌레가 등장하곤 했어. 나와 다르다는 게 어색해서 불편했고, 도대체 왜 뉴욕이 대단한 곳인지 알 수 없었어.
뉴욕공립도서관의 로즈 열람실에서.
그런데, ‘커다란 사과’ 같다던 뉴욕을 한 입 한 입 깊게 베어볼수록 이 곳은 정말 뜨거운 도시임을 알았어. 그냥 지나쳤던 건물들이 사실은 저마다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책에서만 봤던 것들이 눈 앞에 펼쳐졌고, 들어만 봤던 스타들이 텔레비전에서 평범하게 토크쇼를 하고 있었어. 몇 발걸음만 걸어가면 존 레논이 살던 아파트가 있고, 지하철을 타고 올라가면 마이클 잭슨이 공연하던 극장이 있고, 아래로 내려가면 월 스트리트가 있었어.
밤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라는 말이 있잖아. 시간이 지나니까 점점 익숙해지더라. 그리고, '다르다는 게 틀린 게 아니다'는 걸 직접 느끼면서 뉴욕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어.
돌아가면 들려줄 이야기가 너무 많아. 잠들지 않은 뉴욕에서는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나. 매일 일기장을 빼곡하게 채울 정도야.
그리워하고 있을 엄마, 아빠에게는 미안하지만 뉴욕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 떠날 날이 걱정이야.
할렘 클럽 슈라인(Shrine)에서 리아 우드의 콘서트.
한국에 돌아가기 얼마 남지 않은 요즘 뉴욕에서 뭘 얻었을까? 무엇이 달라졌을까? 생각해보곤 해.
대단히 달라진 건 없는데 하나는 얻었어. ‘어딜 가든 부딪혀볼 용기’ 서툰 영어로 뉴욕 이곳 저곳을 취재해보니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 한국에 돌아가면 이 감각을 잊지 않고, 도전해볼 거야.
이런 기회를 지지해준 엄마, 아빠 고마워. 남은 시간 동안 더 많이 부딪혀 보고, 경험해보고 돌아갈게.
잠들지 않는 도시에서 꿈꾸는 딸이
정정욱/뉴욕컬처비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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