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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윤 변호사 이민칼럼
2017.08.16 14:05

(12) 가정폭력 피해구제법을 통한 영주권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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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윤 변호사 이민칼럼

가정폭력 피해구제법(VAWA)을 통해 영주권 받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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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한 이민정보가 넘쳐나고 있는 요즘, VAWA에 대한 관심과 정보는 상대적으로 적어 보입니다. 오늘은 VAWA를 통한 영주원 신청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VAWA는 ‘Violence Against Women Act of 1994의 약자이며,가정폭력 피해 구제법으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1994년 빌 클린턴 정부시절 제정된 법안으로, 성별과 연령에 상관없이 가정폭력 피해당사자들이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의 도움 없이도 단독으로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가정폭력 피해 당사자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이 두드러지는 법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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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 부부의 이혼 전쟁을 그린 영화 '장미의 전쟁(The War of the Roses, 1989)'의 한 장면.


필자의 기억에 남는 최근 케이스는 30살의 잘생긴 베네주엘라 남성이었습니다. 잡지에서 걸어나온 듯한 외향과 세련된 매너를 가진 그 남성과 VAWA를 연결시키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요즘 대세인 9살 연상녀와의 운명적인 사랑 그리고 그녀의 자녀에 대한 그의 지긋한 애정과 보살핌은 소설 테마로도 부족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점차 빛을 잃게 되었는데, 그 원인은 바로 부인의 알콜중독과 함께 그에게 가해진 언어적, 물리적 폭력이었습니다. 말만 들으면 상상하기 힘든 그림입니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다른 자료들을 통해 그 동안 그가 받아온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충분히 증명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와 서류 미비자였던 그가 영주권을 얻고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납니다. 


이름과 달리 VAWA는 여성만을 위한 법안이 아닙니다. 

위 케이스처럼 폭력은 속성상 성별이나 나이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VAWA가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적용하도록 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의 학대 피해자인 배우자 혹은 21세 이하 자녀(예외적인 상황에는 25세까지 연장도 가능합니다), 시민권자 자녀(21세 이상) 으로부터 학대받은 부모 등이 VAWA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cho3.jpg The War of the Roses

VAWA를 통해 영주권 신청을 단독으로 하기 위해서는

(1) 신청자 본인이 형사상, 이민법상 심각한 범죄가 없는 도덕적으로 흠이 없는 사람(Good Moral Character) 이어야 합니다. 
(2)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와의 결혼이 이민혜택을 목적으로 한 허위결혼이 아닌 진짜 결혼(Bona Fide marriage)이어야 합니다.
(3) 실제로 그 배우자와 동거를 했고, 마지막으로 (4) 배우자, 부모, 혹은 자녀로부터 폭력 또는 극심한 학대를 받았어야 합니다. 


이 같은 조건들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민국에 많은 객관적인 자료들을 제출하게 됩니다. 주로 경찰기록, 법원기록, 병원 기록, 정신과 의사의 소견서, 심리상담사의 보고서, 피해 당사자의 진술서, 가족이나 친구들의 편지 그리고 동거를 증명할 서류들 등이 사용됩니다. 

이러한 VAWA 자격 조건이 만족되면 먼저, 이민국 양식 Form I-360과 함께 위의 관련 자료들을 이민국에 제출합니다. 
심사 단계에서 추가 서류요청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만, 무사히 이 단계가 승인되면, 다음 단계는 신분조정 단계로 이민국 양식 Form I-485와 영주권 신청에 필요한 제반 서류들을 이민국에 제출하게 됩니다.
첫 단계인 I-360 심사는 보통 8개월에서 10개월 정도 걸립니다만, 케이스에 따라서는 4개월 이내에 승인이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VAWA 신청서가 승인되면 신청자는 15개월간 이른바 ‘유예조치(Deferred Action)’를 받게 됩니다. 즉, 이민국에 의한 추방절차 대상자들 중에서 아주 낮은 순위에 배정되어, 유예기간 중에는 사실상 추방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cho4.jpg The War of the Roses

 VAWA를 통해 영주권을 신청할 때 다른 혜택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이미 언급한 대로, 영주권 신청을 위해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의 동의가 필요 없습니다. 
(2) 밀입국자의 경우도 미국 내에서 신분조정을 통해 영주권 취득이 가능합니다. 
(3) 일반 영주권 신청에 필요한 재정보증인이 필요 없습니다.
(4) 취업 허가서(Work Permit) 신청이 가능합니다. 
(5) 신청인이 2년 기한 임시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 곧바로 10년 기한 영구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6) 피해 부모가 요건을 만족시키면, 피해를 당하지 않은 자녀와 함께 영주권 신청이 가능합니다. 
(7) 이미 추방재판에 회부된 후라도 I-360 승인을 받으면, 추방명령을 면제받고 영주권 신청을 진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도 합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만일 미국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 배우자와 이혼하거나 가해자와 사별한 경우에는 이혼이나 사별 후 2년 내에 배우자 도움 없이 직접 영주권 신청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접수 시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더불어 영주권 청원서를 제출하기 전이나 아직 수속 중에 재혼을 하게 되는 경우에도 직접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므로 신중한 주의를 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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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WA 케이스를 다룰 때마다 필자가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 만난 한국 여성분이 생각납니다. 
법대에 입학하기 전, 모든 것이 낯설었던 그 당시, 뉴욕가정상담소에서 마련한 Training Program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상담소 간사님께서 맨해튼 다운타운에 위치한 Sanctuary For Family를 저에게 소개시켜 주셨습니다. 비영리 법률단체인 그 곳에는 한인 변호사가 한 분 계셨는데, 영어가 부족한 한인 여성과의 상담에 동석하여 작은 도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한인 여성분은 한국에서 미군과 결혼한 뒤 미국으로 건너왔고, 슬하에 아들을 두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생활 내내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상담 내내 울고 계셨던 그 분은 다른 이민자들처럼 이민법이나 미국사정에 많이 어두웠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다른 그 무엇보다 그 분의 걱정은 아들과 자신의 이민 신분문제였습니다. 이혼하면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하시고 그저 오랜 세월 참고 살아오셨다고 했습니다. 낯선 땅에서 그 분의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개인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 이후 그 분이 법률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마도 VAWA를 통해 영주권 신청을 하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분처럼 불확실한 이민 신분 때문에 어떤 도움도 거절하고, 무조건 힘들게 참고 계신 분들이계시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대로 VAWA법안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이민법상 많은 혜택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현재 상황을 다각적으로 검토하면서 신중의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혜택만 생각하고 섣불리 결정하기보다는 주위에 계신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하길 권해드립니다. 이민 신분 때문에 더 이상 아픈 분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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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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