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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 김희자: 마음 들여다 보기
바람의 메시지 (24) 예술작품의 존재 이유
마음 들여다 보기/To be mindful
나는 늘 삶 속에서 변하는 내 마음을 관조한다. 마음을 본다는 것은 마음을 열기위해서다.
어떤 공간의 문이 닫혔을 때는 안과 밖으로 분리되지만, 문이 열려있으면 소통되어 구분이 있을 것이 없다. 마음도 열면, 안과 밖이 둘이아니다. 마치 무한대를 상징하는 기호같은 뫼비우스의 띠의 구조처럼 문의 위치가 될 중간 지점을 기점으로 안과 밖이 시작과 끝이 없는 연결로 이루어진다. 우리들의 사유도 그처럼 오감의 작동이 대기와의 문을 열고 소통 되는 것을 느낄 때 우리는 살아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상태에서 어떠한 의도가 욕망으로 작동되는지를 알아차림(be mindful)이 스스로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을 잘 알게 되면 타자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게 되고, 상대 위치의 타자를 분별을 위한 분별의 관계로 보다는 이해와 대화로 열린 관계로서의 존재가 된다. 인간은 물론이지만, 동식물들, 흙과 물, 한알의 모래알 속에서 까지도 느낌으로 소통됨으로써, 우주 본질에 이르르게 된다고 많은 시인과 명상 예술가들이 말하지 않던가. 세상에 일어나는 선과악, 나와 내 앞에 있는 무엇에 분별시비를 하게 되는 것은, 관계와 현상 속에 놓여져있는 상대적 존재가 곧 자기 자신의 거울 속 반사 이미지라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본래 마음은 거울처럼 무엇인가가 비추어지지 않으면, 공간도 시간도 본래 없는 절대적으로 빈 공(absolute empty)의 상태이다. 그러나 마음에 바라는 뭔가가 기포처럼 생겨나서, 욕망과 집착으로 왜곡된 허상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단지 한개의 버블과 같은 허구인줄을 자각하지 못한다. 늘 뭔가를 도모하고 바라는 마음은 그것이 선이던 악이던 늘상 구하고, 분노하고 질투하는데, 사람들은 그 감정이 자아라고 착각하고 그 파도 거품 속에서 허우적이며 산다. 진정한 예술은 그 순간을 멈추어서 자신을 알아차릴수 있도록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며, 삶의 숙성을 위한 효모제로의 역할을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랫 동안 나는 내 마음을 알아 차리기(mindful)를 위한 명상을 해왔다. 불교경전이나 선승들이 마음을 거울에 비유함에서 영감을 얻어 나는 작품에 거울을 삽입하여 구성요소로 삼게 되었다. 그리고, 내 마음을 열고 세상과 소통하고자 마음 거울 위에 현실과 비현실과의 관계를 깊이 사유하면서 그 관계성을 비추어 내기가 내작품이다. 비유와 상징적인 방법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기 위해 작품들은 평면회화로는 의도와 개념을 표현할 길이 없었기에, 반입체 부조형식에 어떤 내연과 필연으로의 여러가지의 형태로 전개되도록 그리고 만든다.
롱아일랜드 노스포크 사운드의 김희자 작가 스튜디오.
첫째, 마름모 입체 외형 화면 가운데 부분의 삼각형태와 큰 삼각 입체 속 중앙에 또 삼각 형태로 중복시켜 제작된 작품들이 있다. 중앙의 삼각형 속에는 3쪽의 거울이 각기 다른 각도로 달리하여 반사시킴으로해서 어떤 가상적 다면 구입체가 생겨 허공에 떠있는듯한 상태로 나타난다. 3개의 거울이 반사되어 만드는 허구적 공간은 우리가 현실이라 여기며 보고 느끼는 것이 관계성에 의해 다른 상황의 형태로 바뀌어 이루져 있는 것에 불과함을 보여 주고자 함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혼란과 착각을 면할 수가 없다. 그리고 세변으로의 3이라는 숫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관계 형성의 근본이라는 숫자로 천.지.인을 말하며 동서양의 모든 전통 종교나 철학사상에서 말하는 완벽한 구조 개념이기도 하다.
두번째, 병풍을 연상케 하는 가로로 길게 전개된 방법으로, 주로 바람과 물결을 그린 작품들은 등분된 선 마다에 거울을 수직으로 넣어 관조하는 마음과 시간, 공간이 함께 하여 서사가 숨겨진 심상 풍경이 되도록 의도했다. 또한, 파노라믹한 효과에 거울 반사로의 반복을 시킴으로 시선의 위치에 따라 작품이 항상 달라 보이고, 빛의 방향에 따라 반사광의 작용으로 늘 다르게 보여진다.
그리고, 그와 같은 형식으로 중간 사이즈의 많은 작품들 역시 가로로 길게 현판같은 비례를 쓰고 있다. 이는 전통 산수화에서 산수경관을 그린 후에 여백을 두고 거기에 시제를 써서 서사적인 시공을 확장하고, 관람자가 심안으로 자연의 대기 속을 여유자적하게 거닐 수 있도록 상상하는 기법을 구현하려 했다. 문인화 속에 쓰여지는 싯귀를 대신하여 마음을 은유하는 거울을 사용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특히 대기산수를 표현하려는 작품에서는 자연 나무의 결은 필연이었다. 나무라는 생명이 침묵으로 대기를 응축한 결과물이기에, 그 결을 따라 흐르는 우주의 기운이 마치 우리들 숨결로 스며들어 더욱 승화의 느낌으로 스며들기를 바라며 선택한 것이다.
세번째로, 크고 작은 상자같이 생긴 작품들이 있는데, 언제나 전면에 열려진 창문이나, 입구가 있다. 시선이 그림의 안과 밖으로 드나들며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다. 결코 표면 그림 만으로는 속에 무슨 이야기가 전개되는지 알 수 없기에 호기심을 유발하게 된다. 표면 그림의 뒷면에 그려진 그림과 부착물이 안쪽에 접합되어진 거울에 반사가 되어서 표면 그림과 안쪽으로 그려진 이미지가 중첩되고 연결되어서, 비현실의 혼란이 생기도록 했다. 이러한 연상작용이 뫼비우스의 띠와 같이 거울이 중간에 있어 반사작용에 의해 이미지들이 반복되어지는 콘베이어 벨트의 기능을 함으로써 시작과 끝이 없이 연상이 된다. 마치 무대 커튼 뒤의 알 수 없는 모색들을 궁금해 하듯이 열린 입구로 살짝 들여다 보다가 자신의 얼굴이 비춰져서 마치 들킨 마음처럼 움칠 놀라며 비현실 속의 또 하나의 이미지가 된 자신의 얼굴을 보며 즐거운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나는 이 순간을 내 마음상자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현실이며 진짜라고 여기는 자기 자신이 허상들과 함께 오버랩되어 비춰진 관계 속의 허상이 되면서 순간적 당혹감과 신선한 경험을 주려 의도했다. 대부분의사람들은 이 순간의 의도나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함을 나는 알고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에 의문의 씨앗은 뿌려진다. 언젠가 그 씨앗이 조건이 갖춰지는 어떤 상황을 만나면 발아가 되면서 내가 주고싶었던 알아차림의 순간을 갖게 되리라고 믿는다.
나에게 있어서 예술작품이란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 일으켜서 발을 멈추게 하고 어떤 감흥과 함께 이게 뭐지?라는 질문을 통해 감상자 나름의 해답인 메시지를 찬찬히 찾아보도록 할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상자 자신이 말로는 무어라 형용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씨알의 싹처럼 알아차림의 아하! 느낌으로 가슴이 뛰고, 닫힌 감성의 바람이 일어나길 바란다. 그로 인해서 숨어있는 진정한 자아를 깨워내어 비록 가녀릴지라도 무한으로 통하는 듯한 느낌의 충만을 안겨주고 싶다는 기대로 나 자신을 먼저 시험하며 작업을 한다.
*김희자 작가가 8월 30일부터 9월 5일까지 서울의 갤러리 올(Gallery All, 종로구 인사동길 36 원빌딩 3층)에서 초대전을 연다.
오프닝 리셉션 및 작가와의 대화는 8월 30일 오후 6시-8시. 2-720-0054 http://kpaa-all.or.kr
김희자 Wheiza Kim/화가
이화여고 시절 문예반에서 활동한 후 서울대 미대를 졸업했다. 결혼 후 10여년 동안 붓을 꺾고 있다가, 30대 중반을 넘기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다시 작업을 시도하기 위해 성신여대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1997년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SUNY) 방문 초청작가로 와서 한국현대미술을 가르쳤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국전을 시작으로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100 여회의 그룹전과 22회의 개인전을 열며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했다. 현재 롱아일랜드 끝자락 노스포크 사운드에 거주하며, 자연과 더불어 작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