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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이수임: 돈, 모으는 재미로 산다
창가의 선인장 (62) 모전자전
돈, 모으는 재미로 산다
목감기로 비실비실한 마누라와 아이들을 위해 남편은 군소리 없이 쏜살같이 달려간다. 아침 일찍 24시간 영업하는 포트리 한식당으로 가서 설렁탕 4개를 각각 따로 포장 주문해서 사온다. 하나는 나에게 그리고 두개는 아이들에게 배달하고 남은 한개는 본인의 점심으로 먹기위해 부산을 떤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종종 설렁탕에 빈대떡을 곁들인 외식을 함께 즐겨서인지 지금도 한국 음식 중 먹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물으면 늘 같은 대답이다. 가끔 아이들이 설렁탕이 먹고 싶다고 하면, 픽업하느라 귀찮을 텐데도 뉴저지로 달려간다.
아이들은 내가 만든 김밥도 무척 좋아한다. 난 일주일에 한 번은 김밥을 싼다.
따뜻한 밥에 소금에 절인 오이와 당근 그리고 달걀, 아보카도에 스팸을 넣는다. 아이들에게는 4줄씩 그리고 남편과 나는 각각 2줄씩 만들어 남편이 전해주면, 아이들은 그것으로 두 끼분을 때운다. 가끔 케일 된장국을 곁들이면 좋아 죽는다.
각자 살아 자주 얼굴 보는 일은 드물지만, 아이들도 나를 기쁘게 할 때가 많다. 작은 아이는 1주일에 한 번은 전화해서 안부를 묻는다.
“넌 거르지 않고 늘 때 맞춰 전화하는구나!”
“한국말 잊어버릴까 봐 연습하려고요.”
해외에서 번 돈을 나에게 던져주며 “엄마 다 가지고 있어요.” 하는 게 아닌가.
“왜 내가 가져. 네가 힘들게 번 돈을.” 아이 계좌에 오히려 더 보태서 넣어줬다.
알뜰한 작은 아이와는 달리 큰 아이는 많이 벌고, 많이 쓴다. “엄마 살 것 있으면 말해요. 내가 다 사줄게요.”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아마존에서 찾아 링크를 보낸다. 그러면 큰 아이가 사 주니 고마울 수밖에.
젊은 혈기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마구잡이 소비생활만은 제어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각자 이름으로 은행 계좌를 열어서 그간 조금씩 모아놓은 쌈짓돈을 저금해 줬다. 내 경우는 돈을 쓸 때보다 모으는 것이 더 재미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그 재미를 붙여주려고 했다. 비상시에는 써도 되지만 가지고 있다가 벌어서 더 모으라고. 다행히도 두 녀석 다 낭비하지 않고 투자해서 불어나는 재미를 즐기는 모양이다.
예전에 친정 아버지에게 말했다.
“나는 아버지에게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하는데 아버지는 나에게 늘 주기만 하시니 고마워요.”
“내가 해 줄 수 있는 딸이 있고 능력이 있다는 것이 나를 기쁘게 한다. 너는 그저 기쁘게 받으면 된다.”
친정 아버지와의 대화가 항상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따라 다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나도 아버지를 닮아가나 보다.
아이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잔잔한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