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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나의 것 '쓰리 빌보드' ★★★★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골든글로브상 4개 석권, SAG 연기 앙상블상, 오스카 여우주연, 남우조연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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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드레드 헤이스는 제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에 뿌려졌던 웨스팅하우스 전력회사의 포스터 "We Can Do It!" 속의 모델 여성을 연상시킨다.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미주리주 에빙 외곽의 빌보드 세개(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이상한 영화 제목이다. 마치 사진 작품의 설명같다. 
 
올초 골든글로브상 드라마 부문 최우수 작품상, 여우주연상(프란시스 맥도만드), 남우조연상(샘 로크웰), 각본상(마틴 맥도나)를 석권하고, 배우조합상(SAG) 여우주연, 남우조연, 앙상블 연기상(애비 코니쉬, 피터 딘클리지, 우디 해럴슨, 존 호크스, 루카스 헤지스, 젤리코 이반넥, 칼레브 랜드리 존스, 프란시스 맥도만드, 클락 피터스, 샘 로크웰, 사마라 위빙)을 수상한 작품. 그리고, 아카데미상 7개부문상(작품, 여우주연, 각본, 남우조연 2, 편집, 오리지널 작곡) 후보에 올라있는 영화다.
 
'쓰리 빌보드'는 #MeToo 운동으로 성추행해온 유명인사들이 추락하고 있는 오늘을 예견한듯, 한 여성의 분노와 복수를 통쾌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연기파 프란시스 맥도만드(Francis McDormand)가 분한 엄마 밀드레드 헤이즈(Mildred Hayes)는 '에일리언'의 시고니 위버나 '에린 브로코비치'의 줄리아 로버츠보다 강인하다. 아니, 그녀는 무시무시하다. '쓰리 빌보드'는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매혹당한 사람들(The Beguiled)'과 함께 #MeToo의 상징으로 기록되어야할 의미심장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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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간 살해당한 딸에 대한 슬픔, 죄책감과 경찰에 대한 분노로 투쟁하는 밀드레드.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미주리주 에빙(*허구의 지명)에서 선물의 집을 운영하는 이혼녀 밀드레드 헤이즈(프란시스 맥도만드 분)은 딸 안젤라가 성폭행 후 살해된 지 7개월이 지났는데, 범인을 체포하지 못한 동네 경찰의 무능력에 분노하고 있다. 딸에 대한 죄책감(사고난 날  말싸움 중 심한 말을 했다), 슬픔(10대인 딸을 잃었기에)은 격분의 감정으로 치솟게 된다. 스마트폰 텍스트나 인터넷 페이스북보다 그녀에게 가까운 것은 외곽의 광고판(빌보드)이었다. 그것도 고속도로가 아니라 인적이 드문 에빙 외곽의 버려진 빌보드 세개에 문자로 항의한다. 그것도 붉은 바탕에 검은 활자. 디지털 시대 관객에겐 아날로그적인 발상이다. 
 
"죽어가는 도중 강간당하다(RAPED WHILE DYING)"
"그리고, 아직도 체포는 없다?(AND STILL NO ARRESTS?)"
"어떻게 윌로우비 서장은?(HOW COME, CHIEF WILLOUGHBY?)" 
 
이 빌보드는 동네방네 소문이 나고, 에빙 경찰들은 물론 10대 아들 로비('바닷가 옆 맨체스터' 발군의 연기자 루카스 헤지스 분)와 19세와 연애 중인 전남편 찰리(존 호크스 분), 동네 치과의사, 신부님까지 동네사람들이 등돌리게 만든다. 게다가 경찰서장 빌 윌로우비(우디 해럴슨 최고의 연기)은 췌장암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상태였기에 그에 대한 동정의 여론이 팽배하다. 동네에서 고립된 밀드레드는 인종차별에 성차별 의식으로 똘똘 뭉친 경찰 제이슨(주목해야할 배우 샘 로크웰 분)과도 사사건건 부딪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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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변화하는 경관 제이슨 딕슨(샘 로크웰). 그의 연기도 주목하시라.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하지만, 그녀는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 치과에서 치료받다가 의사를 상해하고, 낯선 청년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로비의 학교에서 자동차에 음식을 던진 학생들을 (이단 옆차기?)로 차는 불량배 엄마다. 
 
어느날, 윌로우비 서장은 가족과 행복한 피크닉 후 자살한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빌보드 때문이 아니라고 명백히 밝히며, 빌보드 광고비도 기부했다. 또한, 부하 경찰 제이슨에게 분노를 삭히고, 미해결된 안젤라 살해범을 형사로서 수사해달라는 요청도 담겨 있었다. (우디 해럴슨의 휴머니티가 감동적이다.)
 
매서운 인종차별주의자 홀어머니(샌디 마틴 분, 졸고 있는 그녀 무릎 위로 기어가는 거북이가 으시시하다)와 사는 마마보이 제이슨은 분노에 불타 빌보드 광고 사무실의 책임자를 창밖으로 던져버리고, 신임 경찰서장 흑인 애버크롬비(클락 피터스 분)에 의해 파면된다. 
 
이즈음 빌보드는 불에 타버린다. 이에 격분한 밀드레드는 한밤중 경찰서에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질러버린다.(올림픽 선수를 방불케하는 완벽한 적중력에 테러리스트같은 모습!) 이때 경찰서에 안젤라 사건 파일을 픽업하러 들렀던 제이슨은 화상을 입고, 마을의 중고차 판매원인 난쟁이 제임스(피터 딘클리지 분)은 헤이즈와 데이트 중이었다는 거짓말로 방화범에 지목될 밀드레드를 위기에서 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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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경관은 '싸이코'의 노만 베이츠처럼 마마보이다. 모자의 장면 또한 스릴 넘친다.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한편, 얼굴에 화상을 입은 제이슨 경관은 불사조처럼 다시 태어난다. 어느날 술집에서 청년들의 이야기를 엿듣다가 안젤라 사건 혐의자로 간주한다. 그리고, 몸싸움을 벌여 청년의 DNA를 채취하고, 아이다호주 자동차 번호판 번호도 메모한다. 
 
밀드레드는 난쟁이 제임스와 정식으로 레스토랑 데이트를 하다가 전남편 찰리와 19세 애인과 맞부딪힌다. 찰리는 난쟁이를 놀리면서 빌보드를 불태웠다고 으시댄다. 이때 밀드레드는 와인병을 들고 찰리의 테이블로 걸어간다(*이 장면에서 그녀의 성질을 아는 관객은 조바심으로 가득하다. 분명, 그녀는 와인병으로 찰리의 머리를 깰 것같은 긴장감!) 이러한 밀드레드의 극단적인 성격과 과장된 상황들, 그 위로 흘르는 팝송이 '쓰리 빌보드'를 범죄 드라마가 아닌, 블랙 코미디로 만든다.
 
제이슨은 강간 혐의자의 단서를 경찰서장에 가져가지만, 범인은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진다. 조사 결과 DNA가 맞지 않으며, 청년은 해외에 군복무 중이었다는 알리바이가 있었던 것. 
 
하지만, 제이슨은 그 청년이 누군가를 강간한 자임을 확신하고, 밀드레드와 장총을 갖고 아이다호로 떠난다. 청년을 찾아가는 차 안에서 밀드레드는 자신이 경찰서를 방화했다고 자백한다. 이들은 침묵과 쓴 웃음으로 화해를 한다. 적에서 동지가 된 남녀, 그들의 미션인 된 청년을 어떻게 처리할까에 대해서는 가는 도중 의논하기로 하며 길을 떠난다. 영화는 여기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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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차 판매원 제임스가 밀드레드를 위기에서 구해준 후 데이트를 하는데...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쓰리 빌보드'를 보는 즐거움은 밀드레드의 집요한 복수전 스토리에 이어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다. 1996년 미네소타주 배경 영화 '파고(Fargo)'에서 만삭의 경찰서장으 열연,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프란시스 맥도만드의 귀환이다. 맥도만드는 할리우드에서 굳이 예뻐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는 유일한 여배우일지도 모른다. 레드 카펫에서조차도 디자이너 드레스가 아니라 청바지를 당당하게 입고 나오는 두둑한 배짱이 있다. 맥도만드는 한살 반 때 입양됐고, 메릴 스트립처럼 예일대 연극과에서 공부했다. 1984년 컬트 감독 조엘 코엔(Joel Coen, 파고, 바튼 핑크, 레이징 아리조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과 결혼해 파라과이 출신 아이를 입양해 키웠다.  
 
경찰서장 우디 해럴슨은 '내추럴 본 킬러(Natural Born Killer)' 이후 최고의 역을 맡았다. 그가 자살 후 살아남은 자들에게 유서를 낭독하는 목소리에서 그의 '존재감'은 더욱 빛난다. 해럴슨과 함께 조연상 후보에 오르면서 표를 나누어가져야 하는 샘 로크웰은 영화 '싸이코(Psycho)'의 안소니 퍼킨스처럼 으시시한 어머니를 두고, 인종차별, 성차별의 정점에 선 악당 경관 역을 온몸으로 해낸다. 그의 변화가 '쓰리 빌보드'의 주요한 축이기도 하다. 
 
이들의 연기가 돋보인 이유는 시나리오에 있을 것이다. 마틴 맥도나 감독은 희곡작가 출신으로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메거폰도 잡았다.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대사 하나하나, 액션 하나하나가 정교한 데생처럼 완성된 수작이다. 탄탄한 시나리오에서 좋은 연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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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말기 판정으로 죽음을 앞둔 경찰서장 빌(우디 해럴슨)의 휴머니티.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프란시스 맥도만드가 분한 밀드레드 헤이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웨스팅하우스 전력회사의 포스터 "We Can Do It!"의 모델이 부활한 것처럼 보인다. 데님 오버롤에 머리 스카프 옷차림이 유사하다. 밀드레드는 우리 시대의 여전사, 아마조네스다. '쓰리 빌보드'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희생되어온 여성들을 욕구불만, 도처에 만연한 성추행, 그리고 미국사회 곳곳의 무기력함을 드러낸다. 여기서 맥도만드는 가부장적인 사회에 정의를 회복하는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다.
 
'쓰리 빌보드'의 라스트 씬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로드 무비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 1991)'의 마지막 장면과 대조를 이룬다. 유부녀 지나 데이비스와 수잔 새런든은 여행을 떠났다가 성희롱하는 남자를 살해하며 도망자 신세가 된다. 우리는 이들의 여정에서 성차별 사회의 면면을 목도한다. 마지막 절벽 앞에서 경찰과 대치했을 때 델마와 루이스의 선택은 벼랑으로 향해 자동차를 돌진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동반자살의 비극이다. 
 
반면, '쓰리 빌보드'에서 밀드레드에게 델마와 루이스처럼 '자매애(female bond/sisterhood)'를 느낄 수 있는 여성은 부재했다. 선물의 집 흑인 여성직원이 "Go Girl!"이라 말해주긴 했지만, 전체에서 배역은 약했다. 대신 빌보드가 서있는 들판에 나타난 사슴 한 마리에 감정을 토로하는 밀드레드는 외로운 전사다. 
 
하지만, 결말에서 밀드레드는 성차별주의자에서 개과천선한 전 경관 제이슨과 동지가 되어 길을 떠난다. 여성들의 비극적인 엔딩(델마와 루이스)에서 남녀 2인조의 하모니(쓰리 빌보드)까지는 한세대가 넘게 흘렀다. '쓰리 빌보드'는 성차별주의 경관인 남성을 여성 편으로 만들었다는 승리감과 안도감을 안겨주는 달콤한 영화다. 그래서 #MeToo 시대 밀드레드 헤이즈의 복수전에 기립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지난해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는 관객상도 받았다. 115분.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