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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베트남에서 덴마크까지...디아스포라 작가의 정신적 여정

욘 보(Danh Vo) 회고전: Take My Breath Away


Feb. 9-May 9, 2018 

Guggenheim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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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h Vo, She was more like a beauty queen from a movie scene, 2009 (left)/ 16:32, 26.05, 2009, Late 19th-century chandelier



2013년 3월 욘 보(Danh Vo, 1975- )는 휴고보스상 2012 수상자로 구겐하임뮤지엄에서 특별전 'I M U U R 2'을 열었다. 샌프란시스코 중국계 작가 마틴 왕(Martin Wong, 1946-99)의 수집품 4천여점을 선보인 이 전시는 잘 정리된 벼룩시장같았다. 


중국산 미니 도자기, 흑인 노예 인형, 미키마우스, 플라스틱 햄버거 등 일상용품이 구겐하임에 들어가면, 미술품이 된다는 것은 이미 1917년 마르셸 뒤샹(Marcel Duchamp)이 입증했다. 뒤샹은 철물점에서 구입한 소변기 '샘(Fountain)'을 'R. Mutt 1917’라는 이름으로 뉴욕 갤러리에 전시하며 '레디 메이드(Ready-Made)'와 개념미술(Conceptual Art)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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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h Vo, Oma Totem, 2009, Philips television set, Gorenje washing machine, Bomann refrigerator, wooden crucifix, and personal casino entrance card (lef)/ Pantoffel, 2013, Gold and ink on paper, writing by Phung Vo


맨해튼 구겐하임뮤지엄에서 2월 9일부터 5월 9일까지 계속되는 욘 보의 회고전 '숨을 앗아가 버리다(Danh Vo: Take My Breath Away)'는 구겐하임이 휴고보스상을 헌사하며 키운 마흔네살 작가 욘 보의 회고전이다. 


그의 15년 작가 생활을 결산하는 이번 회고전은 구겐하임의 나선형 공간에 뼈대만 남은 의자, 로마 조각 파편, 자유의 여신상 파편(We the People), 황금색으로 덧칠한 카드보드 박스, 파리의 한 호텔에 매달렸던 샹들리에, 소더비 경매에서 구입한 펜촉, 반쯤 열린 더플 백,  세탁기, 냉장고, TV, 화분 등 100여점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인류학자 조셉 캐리어(Joseph Carrier)의 베트남 전쟁 당시 젊은이들의 사진,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뉴욕포스트 기자가 보낸 발레 초청장에 대한 감사 편지, 1964년 베트남 전쟁을 유발한 통킹만 결의 때 사용한 펜촉, 고대 로마 조각, 신문, 타자기, 그리고 안셀 아담스의 사진까지 진품 수집물이나, 필사본이 대부분이다.


욘 보는 100년 전 마르셀 뒤샹의 개념에 충실한 작가처럼 보인다. 그는 자신이 작품을 제작하기보다는 수집하는 것을 즐긴다. 또한, 제작은 중국의 공장이나, 자신의 아버지(Phung Vo)에게 필사를 맡기면서 두손을 뒷짐을 지고 있는듯 하다. 말하자면, 욘 보는 손 하나 까딱 안하고 잔머리나 굴리는 게으른 작가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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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h Vo, We the People (detail), 2011-2016, Copper (back)/ Untitled, 2008, Carry-on bag 


하지만, 세계 미술계가 욘 보에게 찬사를 보내는 이유가 있다. 그의 영화같은 삶이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1975년 바리아에서 태어난 욘 보는 네살 때 가족과 배를 타고 피난하다가 덴마크 선박에 의해 구조됐다. 말하자면, 보트 피플(Boat People)이다. 그는 덴마크에서 성장했고, 코펜하겐의 로열대니쉬아카데미 회화과 중퇴 후 프랑크푸르트 슈테델슐레 미술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LA, 파리의 거주작가를 거쳐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덴마크 국가관 대표작가로 전시했다. 현재는 멕시코시티와 베를린에서 살며 작업하고 있다. 바야흐로 글로벌 작가다.


베트남 난민 '보트 피플'로 덴마크에 정착한 동성애 작가로서 욘 보는 역사와 성정체성, 식민지주의, 아웃사이더 등 사회적 이슈를 안고 있다. 즉, 그의 드라마틱한 삶 자체가 예술감인 것이다. 욘 보의 개인사는 미술사의 토픽이 되고, 그가 수집한 골동품, 사진, 일상용품을 뮤지엄에 배치하면 사회 권력구조와 개인적 열망, 문화 충격과 식민지 자본주의, 그리고 성정체성이 고스란치 드러나는 시각적 일기장이 된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걸작 구겐하임 뮤지엄 공간을 나선형으로 올라가며 욘 보의 작품들은 그의 과거의 흔적을 길어올리는 정신분석학적 도구들로서 예술작품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욘 보는 '보트 피플'이라는 '흙수저' 출신이지만, 스토리와 영감이 분출하는 '금수저' 아티스트로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행운아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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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h Vo, Massive Black Hole in the Dark Heart of Our Milky Way, 2018


욘 보는 뒤샹처럼 도발적인 작품을 발표했다. 2003년 결혼과 이론을 거듭하면서 자신의 설(last name)을 이어가는 프로젝트 'Vo Rosasco Rasmussen'를 선보였으며, 현재의 공식 이름은 Trung Ky Danh Vo Rosaco Rasmussen이다. 


하지만, 2005년 그는 네덜란드의 아트 컬렉터 버르 크로이트로부터 약속한 작품을 제작하지 않아 고소당했다. 이후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욘 보는 남의 작품(인스태그램)을 도용해서 소송당한 리처드 프린스처럼 불명예스러운 오점을 남겼다. 그는 게으른 작가인듯 하다. 


회고전의 타이틀 'Take My Breath Away'도 영화 '톱 컨'의 주제가(그룹 베를린의 노래)와 동명이다. 욘 보의 회고전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걸작 공간에서 공허해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베트남 난민 출신으로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작가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의 족적을 상징하는 모티프들. 그 레디-메이드 작품들을 펼치면서 자신의 트라우마 치료하는 굿마당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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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h Vo, Dirty Dancing, 2018, Wooden Christ (Spain, 16th century)


개관시간: 일-수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45분,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45분, 목요일 휴관, 추수감사절•크리스마스 휴관. 

▶입장료: $25(성인), $18(학생, 65세 이상 노인) 12세 미만 어린이 무료.  *토요일 오후 5시 45분-7시 45분 마음대로 내세요. 

1071 5th Ave. 88th St. 212-423-3500, http://www.guggenhei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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