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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허병렬: 행복이란...
은총의 교실 (36) 여섯번째 복은 '일복'
행복이란...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를 맞이하거나 또는 다른 때라도 인사성 있는 사람들이 즐겨 쓰는 인사말이다. 그냥 예사로 들어 넘길 수 있는 인사말이지만 옆의 사람을 보살피는 정다움을 느끼게 하는 인사말이다.
우리가 바라는 복이란 무엇일까? 복이란 행복이나 좋은 운수를 가리키고, 여기에는 흔히 다섯 가지가 있다고들 말한다. 그것은 수(오래 살고), 부(많은 재화를 가지고 넉넉하게 살고), 강녕(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하게 살고), 유호덕(좋은 덕을 갖추고), 고종명(제 명대로 살고)을 가리킨다.
복 중에서도 첫 번째인 오래 산다는 것에 변화가 왔다. 100세 이상 장수자들이 늘면서 은퇴 이후의 세월이 길어졌다. 은퇴 연령을 늘리면서 젊은이들의 직장 찾기가 어려워졌다. 사회가 장수시대를 대비하기도 전에 이렇듯 장수시대가 닥쳐와서 혼란을 일고 있다. 우리가 바라던 장수시대는 이루었지만, 물리적 수명보다는 건강한 장수 생활을 하는 것이 복이라는 것이 본래의 뜻일 게다.
두 번째 넉넉하게 산다는 것도 생각할 문제가 있다. 삶을 뜻있게 살려면 재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런데 욕심에 욕심을 더해서 돈 벌기 위해 산다면 그 수단이 목적이 되어 버린다. 무엇이든지 적당 선을 지키는 것이 어렵운 것 같다.
‘강녕’이란 좋은 말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편하면 얼마나 좋은가. 이를 깨뜨리는 일은 지나친 욕심을 부릴 때인 줄 안다. 이를 재는 마음의 측정기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항상 살펴볼 일이다.
좋은 덕을 갖춘다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여럿이 모여서 산다는 것을 가끔 잊기 때문이다. 개인의 각종 욕심을 제어하는 힘은 사회인으로서 긍지를 느끼고 책임을 지는 일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다섯 번째의 제 명에 가기도 어렵지만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
근래 교육계에서 대두되는 토픽은 ‘인성교육’이다. 지식이나 기술교육이 잘 이루어지더라도 바탕이 되는 인성교육이 없다면, 제대로 교육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럼 인성교육이란 무엇인가? 또 이것은 어디서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인성교육은 사람다움을 기르는 교육이라고 하겠다. 인성교육은 가정과 학교가 협력할 기초교육이며, 지식교육이나 기술교육의 바탕이 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야 하는 상호간의 신뢰와 존중, 보살핌과 좋은 행동 그리고 일할 때 책임감을 가지고 공평하게 처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인성교육의 토대가 없다면 지식과 기술교육은 그 뜻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이런 깨달음에 도달한 것은 지식과 기술을 사용하는 목적이 때로는 애매하게 되었기 때문이고, 인성교육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여섯 번째 복을 찾아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닌 ‘일복’인 것이다.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취하거나, 입고 싶던 옷을 입거나, 값진 장신구를 가지거나, 좋은 친구를 사귀거나 등은 틀림없이 행복의 조건들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가치를 느끼며 하고 싶은 일감을 찾았을 때다. 그것이 무엇인가는 개인차가 있어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그러나, 각자가 하고자 하는 일감을 찾아서 그 일을 하며 얻는 성취감을 초월하는 기쁨보다 큰 것은 없을 듯하다.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복중의 복은 ( )복?’이라는 물음의 ( )에 이 글자를 써 넣는다. ‘일’복이라고.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