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떠도는 환유 5/김경년, Floating Metonymy 5
Photo: Youngmi Jin
떠도는 환유 5
---무어라고 불러야 좋을까
김승희
사랑도, 눈물도, 진짜가 아닌 것 같애.
사랑 비슷한
눈물 비슷한
흔적 비슷한
분노 비슷한
그런 비슷한 것들이 나 비슷한 것들을
감싸고
한 줄기 햇빛의 선 속에 우우 우우
갇혀 떠도는 먼지처럼
생 비슷한 것들을 이루고 있어
나 비슷한 것들아
시대 비슷한
나라 비슷한
지식인 비슷한
고뇌 비슷한
외침 비슷한
절망도 낙천도 아닌
어스름 비슷한
이 향방의 묘혈 속에서
죽음 비슷한 生이 있어
살지도 죽지도 못하고
엄마 비슷한
아내 비슷한
자식 비슷한
교수 비슷한
시인 비슷한 것들을
매우 비슷하게
은막 비슷한 곳에서
너, 참, 정말, 무엇에 널 걸 거니? 응? 말해봐,
참, 무엇에든 널 걸어야 할 거 아냐?
이런 닦달 속에서도, 아무데도 날 걸지 않는,
아무데도 걸 수가 없는, 걸 것이 없는, 파쇄된
나를, 아니 나 비슷한 것들을 데리고,
사전꾼처럼 사기꾼, 아니 무한히 높은 곳에서
밀어버려 무한낙하로 산산이 엎어지고 있는
사닥다리의 해방처럼......
Floating Metonymy 5
(What should I call this?)
Kim Seung-Hee
Even love, tears, don't seem real.
Something like love,
something like tears,
something like scars,
something like rage--
such things, semblances,
envelope the thing re
sembling me;
in the sunlight,
milling about,
like roaming particles of trapped dust,
we form something like a life.
All of them are like me--
in something of an era,
in something of a country,
being something of an intellectual,
having something of suffering,
making something of a scream.
With neither despair nor optimism,
in near-darkness,
in this tomb of my whereabouts,
there is life that resembles death.
I can neither live nor dies--
something of a mom,
something of a wife,
something of a child,
something of a professor,
something-or-other of a poet,
something like an actor;
somewhere, as on a silver screen.
"You! Really, truly, what are you going
to hang onto? Huh? Tell me!
Really, don't you have to hang onto something?"
Pestered, I did not hang myself onto anything:
there was nowhere I could hang onto,
nothing even to hang.
Broken, I--no, I led all those who are like me,
like a loan shark, a crook--
no, from an infinitely high place
I pushed them out into an infinite descent,
like the liberation of a ladder
tumbling down, the pieces scattering....
Translated by Kyung-Nyun Kim Richards & Steffen F. Richards, 1996
광주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영문과와 동 대학원 국문과 졸업, '이상 시연구'로 박사학위.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그림 속의 물' 당선,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산타페로 가는 사람' 당선. 소월시문학상(1991), 고정희상(2003) 수상. 시집 '태양미사' '왼손을 위한 협주곡' '달걀 속의 생'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 등, 산문 '고독을 가리키는 시계바늘' '33세의 팡세' '사랑이라는 이름의 수선공'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등, 소설집 '왼쪽 날개가 약간 무거운 새' 등을 냈다. 버클리대 어바인 캠퍼스에서 한국문학 강의(1995-98). 현재 서강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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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무슨 번역자까지 프로필 소개를 해 주셨어요? 넘 감사하지만 또 부껍습니다. 김승희 시인과 저를 이렇게 소개해 주셔서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상스러운 부활주간을 맞으시기 바라며 김경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