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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이수임: 나는 중매쟁이가 좋다
창가의 선인장 (65) 한풀이
나는 중매쟁이가 좋다
“나이는 서른셋이고 지금 미국에서 박사과정 중이야.” “어느 대학 나왔는데?” “서울에 있는 모 대학이야.” “그래, 글쎄, 우리 딸이랑 나이 차이가 좀 있는 것 같다.” “박사과정 동안은 뭘 먹고 사니?” “많은 돈은 아니지만, 연구소에서 둘이 생활할 만큼은 받아.” “박사학위 받기가 그렇게 쉽니, 학위 받고 난 다음에 중매서라. 우리 아이가 아직 결혼할 생각을 안 해서.”
남자가 일류 대학 나오지 않아 싫고, 박사가 아니라 박사 과정이라 싫단다. 급히 결혼을 시켜야 한다고 찾아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급하지 않다며 전화를 끊는다.
난 중매서는 것을 좋아한다. 결혼 적령기에 있는 외로운 사람, 결혼을 원하는 싱글들을 보면 중매서고 싶어 머릿속으로 ‘누가 있더라’, ‘누가 있지.’ 하며 궁리하다. ‘아! 있다, 있어.’ 하며 여기저기 전화를 해댄다.
남편은 “또 발동이 걸렸구나!” 하며 옆에서 혀를 찬다. 그러다 성사가 안 되면 “내가 뭐랬어, 그만하랬지, 왜 열내다가 욕 먹어, 중매가 그리도 서고 싶으면 아예 사무실을 차려놓고 나 안보는 데서 하던지.”
내 나이 서른이 되어 결혼도 못 하고 외로울 때 아무도 중매를 서 준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것이 아직도 한이 맺혔는지, 한풀이하느라 중매서고 싶어 안달이다.
내가 중매를 서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을 보면 기뻐서 또 중매하고 싶어진다. ‘전화 몇 통화면 외로운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데’ 라고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중매를 잘못 서서 욕도 먹지만 그깟 수모쯤이야. 외로운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중매를 서고 결혼을 해서 살다가도 싸우게 되면 가정상담도 해야 한다. 싸운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나이 들어 간신히 한 결혼인데도 철이 없어선지 남자에게 요구 조건이 많다. “그림을 그려야겠으니 스튜디오를 마련해 달라”고 조르다가 남편과 싸웠단다.
갖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열심히 노력해서 남편에게 크레딧을 잘 쌓고 난 다음에 원해야 하는 게 아닌가. 결혼하자마자 스튜디오를 마련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크레딧이 없으면서 은행에서 융자받기를 바라는 것보다 더 철없는 요구다.
소개하면 서로가 상대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며 싫다고 한다. 결혼해서 같이 노력하여 쌓아 올라갈 생각은 하지 않고 결혼을 통해 현실에서 도피하여 안식처를 찾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내 주위엔 결혼 적령기에 있는 여자는 많은데 남자가 드물다. 가뭄에 콩 나듯, 요즈음 남자 한 명이 생겨서 부지런히 중매를 서려고 하는데 주위의 여자들이 별 반응이 없다. 앞날이 유망하고, 건강하며 밝은 그리고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인데 박사가 아니라서 싫고, 일류대학을 안 나와서 싫단다. ‘너 자신을 알라’며 소리 지르고 싶지만, 꾹 참고 여기저기 전화를 한다, 남편 눈치를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