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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고양이로다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香氣)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生氣)가 뛰놀아라



Spring Arrives Like a Cat


Lee Jang-hee


The aroma of lovely spring hanging 

on the soft fur of a cat, like pollen.

 

In the cat's big, gold, round eyes,

the flame of crazy spring is flowing.


On her lips, shut silently,

warm spring drowsiness roams around.


On the cat's sharply stretched whiskers,

spring is vigorously jumping around.



Translated by Sukie Park/NYCultureBeat



이장희.jpg 이장희(李章熙, 1900-1929) 시인, 번역가

호는 고월(古月). 경상북도 대구에서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낸 이병학의 11남8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5세 때 어머니와 사별 후 계모 아래서 자랐다. 대구보통학교를 거쳐 일본 교토중학교 졸업. 금성의 편집의원을 지내면서 양주동, 유엽, 김영진, 오상순, 백기만, 이상화, 현진건 등 문인들과 어울렸다. 총독부 관리로 취직하라는 부친과의 불화로 가난하고, 고독하게 살다가 1929년 대구 자택에서 음독 자살했다. 죽기 전 며칠간 방에 엎드려 금붕어만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작 '봄은 고양이로다'가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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