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임 수틴은 왜 동물 시체에 집착했을까? 쥬이시뮤지엄 'Flesh'(5/4-9/16)
Chaim Soutine: Flesh
폭력에 방치된 인간의 조건
May 4 - September 16, 2018
Jewish Museum, New York
Amedeo Modigliani, Portrait of Soutine, 1916(left), Chaim Soutine, Still Life with Rayfish, c. 1924, oil on canvas.
유대인 작가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쥬이시 뮤지엄에서 5월 4일부터 9월 16일까지 '하임 수틴: 살(Chaim Soutin: Flesh)'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엔 닭 등 가금류에서 살육된 소, 생선 등 정물화 30여점이 소개된다.
러시아(현 벨라루쉬)의 유대인 마을에서 태어난 하임 수틴(1893–1943)은 유대인 폭력을 피해 20세인 1913년 파리로 이주했다. 에콜 드 보자르를 다니며 루브르박물관에서 거장들의 꽃, 과일, 음식, 사냥감 등 정물화를 연구했다.
Chaim Soutine, Brace of Pheasants, 1926/ Chicken Hanging before a Brick Wall, 1927
수틴은 종종 작업실에 동물 시체를 들여와 이웃들을 경악시켰다. 악취 때문에 경찰이 찾아왔을 때 수틴은 예술의 중요성에 대해 강연했다고 한다. 마크 샤갈은 수틴의 방에서 복도까지 피가 흘러나온 것을 보고 "누군가 수틴을 죽었다"고 외치며 뛰어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도살된 소를 그리면서 참혹했던 어린시절의 기억을 지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대인들은 코셔법률로 동물들이 고통이나 지체됨 없이, 신속하게 목을 잘라 피를 뺀 채 효율적으로 도축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수틴은 작업실에서 썩어가는 동물 시체의 색깔을 살리기 위해 반복적으로 피를 부었다.
Chaim Soutine, Two partridges on a Table, 1926
하임 수틴은 1920년부터 1929년 사이 렘브란트의 '살육된 황소(Slaughtered Ox, 1655)'에서 영감을 받은 동물 시체 연작을 10여점 그렸다. 왜 수틴은 동물 시체에 집착했을까?
파리에 살던 젊은 화가 수틴은 유대인 이민자이자 모더니스트로 아웃사이더였다. 정물은 수틴이 컬러, 구도, 붓질을 실험하고, 테크닉을 발휘할 수 있는 장르였다. 인간의 먹거리인 될 소, 생선, 가금류 등의 그림은 강렬한 표현주의 색채로 음식으로서 먹음직스러움 보다는 죽음의 잔인한 상태를 강조한다. 동물과 인간, 아름다움과 고통, 생명과 죽음이라는 화두를 던져준다. 수틴이 어릴 적 고향에서 목도했던 유대인을 타겟으로 한 폭력 뿐만 아니라 제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고발한 것처럼 보인다.
Chaim Soutine, Carcass of Beef, c. 1925/ 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Slaughtered Ox, 1655, Louvre, Paris
파리의 가난한 화가 수틴은 같은 러시아 출신 화가 마크 샤갈(1887–1985)와 몽파르나스의 이방인으로 '파리학파'로 활동했다. 수틴은 이탈리아 출신 유대인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 –1920)와도 친해졌으며, 종종 모딜리아니의 모델이 되었다.
1922년 세잔, 마티스, 르누아르 등을 수집한 필라델피아의 아트 콜렉터 알버트 C. 반즈 박사가 수틴의 회화 50여점을 구입하면서 수틴의 명성이 올라간다. 반즈 박사의 컬렉션은 반즈 파운데이션에서 소장, 전시하고 있다.
Chaim Soutine, Still Life with Artichoke, 1916/ Still Life with Herrings, 916/ Still Life with Fruit, 1919
수틴은 제 2차 세계대전 중 게슈타포를 피해 파리를 떠나 방랑했다. 파리에 안전한 도피처를 마련했지만, 1948년 여름 급성 위궤양으로 인한 출혈과다로 사망한다. 수틴의 장례식엔 파블로 피카소, 장 콕토 등이 왔으며, 몽파르나스 묘지에 묻혔다.
쥬이시뮤지엄은 1998년 '파리의 표현주의자: 하임 수틴의 회화(An Expressionist in Paris: The Paintings of Chaim Soutine)'전을 연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