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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 강익중: 차이나타운 발라드
詩 아닌 詩 <7> 차이나타운 발라드
중국집에선
제일 먼저
냅킨으로 접시와 숟가락을 닦는다
아무리 더워도 찬물은 마시지 않는다
여러 번 듣고도 자꾸 잊어버리는데
차를 따라주면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 번 톡톡
차를 다 마신 후 주전자 뚜껑을 열어놓는다
잔은 다 채우지 않는다
참 그리고
무얼 시킬지 모를 땐 옆 사람 먹는 걸 잘 본다
친구를 대접할 땐 배불리 먹고 남을 정도로 시킨다
맛있는 음식은 친구에게 양보한다
음식 만드는 사람이 착해야 음식도 착하다
주위가 시끄러워도 신경 쓰지 않는다
기다리는 손님을 위해 식사가 끝나면 즉시 일어난다
팁은 항상 넉넉히 준다
나는
포춘쿠키를 믿는다
남자는 머리빨
넷째 주 수요일
머리 깎는 날
공원 앞 반지하 미용실
걸어서 10분
깎는데 10분
요금도 10불
아 벌써 10년째
남자는 머리빨인데
성격 급한 주인아주머니
가위질 때문에
그동안 많이 참았다
안테나가 삐죽삐죽
목 뒤 잔머리는 그대로
가장 아쉬운 뒤통수는 납작
다른 곳을 알아보리라
10불 더 투자하리라
굳게 다짐을 하지만
기억력 부족인가
결단력 부족인가
넷째 주 수요일
또 다시 내 발길은
공원 앞 반지하 미용실
아 벌써 10년째
남자는 머리빨인데
새로 산 운동화
기쁜 소식 하나
집 근처에 한국식당이 새로 생겼다
동네에 나 말고 한국 사람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새로 산 운동화를 꺼내 신고 식당으로 향한다
한창 바빠야 할 점심시간인데 손님이 별로 없다
처음이라 그렇겠지 스스로를 안심시킨다
주인아저씨도 크게 걱정은 안 하는 표정이다
새 운동화를 눈치 못 챈 것 같지만 상관없다
떡라면에 떡볶이를 시켰더니 파전을 공짜로 준다
동네를 몇 바퀴는 돌아야 배가 꺼질 것 같다
도서관 옆 나무가 우거진 작은 공원을 지난다
만나는 꽃들과 새들에게 살며시 인사한다
새로 산 운동화를 슬쩍 보여준다
기분 좋은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