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p du jour (2) 스태튼아일랜드 페리와 자유의 여신상
뉴욕 & 피플
어떤 개인 날(Un Bel Di Vedremo)
한국에서 영화 '워킹 걸(Working Girl, 1988)'이 개봉됐을 때 오프닝 장면이 기억에 생생하다. 자유의 여신상을 360도로 도는 헬리콥터 숏에서 강물 위의 스태튼아일랜드 페리가 보인다. 배는 월드트레이드센터 쌍둥이 빌딩이 서있는 맨해튼으로 항해 중이다. 카메라는 배 안의 승객들을 보여준다.
흰양말에 스니커 차림의 멜라니 그리피스와 조안 쿠색이다. 칼리 사이먼의 주제가로 유명한 'Let the River Run'이 합창으로 흐르며 페미니스트 영화는 시작된다. 그리고, 증권거래인 해리슨 포드의 비서인 멜라니 그리피스는 회사 건물 앞에서 하이힐로 바꾸어 신는다. 스태튼아일랜드에 사는 비서 테리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Working Girl Opening <YouTube>
1988년, 한국에서는 서울 올림픽 열기로 국민적 자부심이 팽팽해진 때다. 대우비디오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던 시절 ABC-TV의 미니 시리즈 '아메리카(Amerika)'의 홍보를 맡았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TV물을 팔아야 했다. 소련이 미국을 침공한다는 가설로 시작되는 미국의 시련을 담은 드라마로 가수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모델 마리엘 헤밍웨이, '쥬라기 공원'의 샘 닐이 출연했다.
광고 카피를 고민하다가 자유의 여신상 붕괴되는 이미지에 '소련이 미국을 침공했다. 수퍼맨도 람보도 나타나지 않았다. 코카콜라도, 맥도날드도 무너졌다...' 라는 식의 카피를 썼고, 스포츠 신문에 박스 광고를 냈다. 그랬더니, 전국의 비디오 도매상에서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아메리카'는 블록버스터 비디오가 됐다. 기분은 묘했다.
1996년 뉴욕에 와서 물론 '워킹걸'처럼 스태튼아일랜드 페리를 타봐야 했다. 당시엔 쿼터 동전을 내고 페리를 탔다. 생각보다 자유의 여신상은 배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25센트로 30분 가까운 뱃놀이는 스릴이었다. 어느덧 페리는 무료가 됐고, 자유의 여신상을 볼 수 있기에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의 역사는 철도왕 코넬리우스 밴더빌트(Cornelius Vanderbilt)에서 시작됐다. 스태튼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코넬리우스는 16세에 단돈 100달러로 배를 산 후 맨해튼으로 생선, 과일 등을 수송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미 전역 철도까지 정복한 것이다. 초기에 페리는 남녀유별로 섹션이 분리되었다고 한다. 2003년 10월 Andrew J. Barberi호가 부두 충돌 사고로 11명이 사망, 1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페리에도 각자 이름이 있다. John F. Kennedy부터 스태튼아일랜드 출신 여성 사진가 앨리스 오스틴(Alice Austen), 바다 풍경 전문 화가 존 노블(John Noble), Spirit of America-God Bless America! 등 최고 수용 승객은 6천명이라고.
스태튼아일랜드 페리는 24시간 운항된다. 대개 30분마다, 러시아워엔 15분-20분 마다 다닌다. 총 거리는 5마일, 라이드 시간은 25분. 사우스스트릿 시포트(지하철 1번 맨해튼 남단 종점)이나 화이트홀(R 트레인), 볼링 그린(지하철 4,5)에서 탈 수 있다.
기다리는 것도 지루하지 않다. 사우스 페리에는 어떤 날 멕시코 뮤지션들이 "엘 콘도르 파사"를 연주했다. 세인트조지 터미널 아쿠아리움엔 눈을 꾸벅거리는 아프리카산 열대어도 볼 수 있다. 스태튼아일랜드로 향할 때 로어맨해튼의 뷰는 페리 후미에서, 자유의 여신상은 2층 오른쪽 데크에서 감상하는 것이 좋다. Let the River Run~
Staten Island Ferry
https://www.siferry.com
*스태튼아일랜드 트라토리아 로마나(Trattoria Romana) 디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