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튼 아일랜드 명소 (2) 자크 마르셰 티벳 미술관(Jacques Marchais Museum of Tibetan Art)
Staten Island <2> Jacques Marchais Museum of Tibetan Art
스태튼 아일랜드 명소를 찾아서
맨해튼, 브루클린, 브롱스, 퀸즈와 함께 뉴욕시 5개 보로 중 하나인 스태튼 아일랜드(Staten Island)는 한동안 잊혀진 보로였다. 면적은 맨해튼보다 3배(58스퀘어마일)에 가깝지만, 인구는 1/3 정도(48만명, 2017)인 스태튼 아일랜드는 행정적으로 리치몬드 카운티(Richmond County)에 속해있다.
맨해튼 사우스페리 역에서 페리를 타고 5마일, 25분을 항해하거나, 브루클린 베이릿지에서 베라자노 브리지(Verrazano-Narrows Bridge)로 이어지는 스태튼 아일랜드는 걸출한 인물들을 배출했다. '철도왕' 코넬리우스 밴더빌트(Cornelius Vanderbilt, 1794–1877)가 태어났고, 여성 사진작가 앨리스 오스틴(Alice Austen, 1866-1952)의 보금자리 겸 뮤지엄이 있다.
또한, 아역 여배우 출신 자크 마르셰(Jacques Marchais, 1887-1948)가 세운 티벳미술관(Jacques Marchais Museum of Tibetan Art)이 자리한 곳이다. 스태튼 아일랜드는 뉴욕 유일의 타운 사적지구 '리치몬드 역사 타운(Historic Richmond Town)'이 보존된 보로이기도 하다.
스태튼 아일랜드의 명소를 <1>앨리스 오스틴 하우스 <2> 자크 마르셰 티벳 미술관 <3> 리치몬드 역사 타운 순으로 소개한다.
<2> 자크 마르셰 티벳 미술관 (Jacques Marchais Museum of Tibetan Art)
배우 출신 자크 마르셰의 컬렉션으로 1948년 개관
Jacques Marchais Museum of Tibetan Art & Ms. Jacques Marchais
20여년 전 가을 티벳 불교 미술관을 찾아 지하철 타고, 페리 타고, 버스 타고, 언덕을 걸어 올라갔다. 그 후로 오랫동안 잊고 있다가 실로 오랜만에 다시 자크 마르셰 티벳 미술관(Jacques Marchais Museum of Tibetan Art)으로 가는 길은 더 힘들게 느껴졌다. 나이 탓이리.
뉴저지의 뉴왁미술관(Newark Museum)과 맨해튼의 루빈 뮤지엄Rubin Museum of Art)도 티벳, 히말라야, 인도 등 불교미술품을 소장 규모가 톱 클래스지만, 자크 마르셰 티벳 미술관은 특별하다. 도심이 아니라 세파로부터 떨어져 고적하게 언덕 위에 자리했다는 지리적인 이유 외에도 티벳 미술관을 연 자크 마르셰라는 여장부의 스토리가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자크 마르셰(Jacques Marchais, 1887-1948)는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태어났다. 남성 이름이지만, 여성이다. 아들을 원했던 조각가 아버지 존 코블렌츠가 애가 태어나기 전에 지었던 프랑스식 남자 이름을 그대로 썼다. 예전 한국에서도 흔한 일이었다. 남자 이름을 쓰는 여자는 성공하기 쉽다고 했던가? 자크 마르셰도 그런 경우였던 것 같다. 아버지는 자크가 어릴 적 사망했다. 엄마 마가렛 노만은 배우가 되겠다는 딸에게 에드나(Edna)라고 예명을 지어주어 에드나 코블렌츠(Edna Coblentz)나 에드나 노만(Edna Norman)이라는 이름을 썼다.
자크 마르셰가 운영했던 파크 애브뉴 갤러리
그러면, 자크 마르셰 여사는 불교 미술품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아주 어릴 적 필라델피아에서 인도와 차(tea) 무역을 하던 고조 할아버지의 트렁크에서 나온 작은 청동조각상을 본 후였다. 어린 자크는 같은 또래 어린이들처럼 인형이 아니라 청동조각을 갖고 놀았다고 한다.
시카고에서 아역 배우로 데뷔한 마르셰는 보스턴으로 이주했고, 16세에 결혼한다. 첫 결혼에서 세 아이를 낳은 후 33세엔 이혼에 이르렀다. 싱글이 되어 뉴욕에 온 후엔 연기자로 돌아가 불교미술과 철학에 관심있는 뉴요커들과 사귀었다. 그러다가 1921년 화학공장 사장 해리 클로버와 결혼, 당시 맨해튼 부자들의 별장이 즐비했던 스태튼 아일랜드로 이주했다.
1927년 어머니가 사망한 후 유품을 정리하다가 다시 청동조각상을 발견한 후 본격적으로 티벳 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1930년대엔 티벳역사와 문화에 권위있는 컬렉터로 알려지게 된다. 1938년 소장품이 증가하자 맨해튼 파크애브뉴 51스트릿에 인도&티벳 갤러리를 오픈했다.
자크 마르셰와 남편 해리 클로버(왼쪽 위), 티벳미술관 개관 후 자크 마르셰 여사.
자크 마르셰 여사는 자신의 집 옆에 컬렉션을 전시할 미술관을 비롯, 테라스 정원, 연못, 도서관으로 구성된 평화롭고, 명상을 할 수 있는 티벳미술문화센터를 계획하게 된다. 티벳에 가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리서치를 해서 뮤지엄을 히말라야의 사찰처럼 설계해서 이름도 'Temple Room' 'Chanting Hall'로 이름지었다.
1948년 말 티벳미술관은 오픈했을 때 소장품 규모는 티벳, 네팔, 중국, 몽고, 남아시아 등지의 불상 1천500여점을 비롯, 탱화, 제의식 도수, 직물, 가구, 족자, 악기, 장식품 등 3천여점에 이르렀다. 개관 당시 '라이프(Life)'지는 "뉴욕의 라마사원: 새 티벳 사찰이 스태튼아일랜드를 어리둥절하게 만들다"라는 제목으로 오프닝 소식을 보도했다.
하지만, 자크 마르셰 여사는 1948년 2월 뮤지엄이 개관한 지 4개월 후에 세상을 떠난다. 7개월 후에는 그녀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었던 남편마저 그녀를 따라 눈을 감는다. 마르셰의 열정은 티벳 불교미술이었지만, 생전에 그녀는 늘 모든 종교에 개방적이었다. 그녀는 "조로아스터, 모세, 부처, 공자, 예수, 모하메드의 가르침은 궁극적인 목표는 같다"고 강조했다. 1991년 티벳의 지도자 제 14대 달라이 라마(Dalai Lama)가 이 뮤지엄을 방문했다. 2009년 티벳 미술관은 뉴욕 사적지구에 등재된다.
메그 벤트루도 관장 인터뷰
"미 최초의 티벳 미술관 자부심"
Ms. Meg Ventrudo, Executive Director of Jacques Marchais Museum of Tibetan Art
자크 마르셰 티벳미술관 메그 벤트루도 관장(Meg Ventrudo, Executive Director)은 메릴랜드주 로욜라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후 버지니아주 조지메이슨대에서 역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컬럼비아대에서 비영리기구 경영 과정을 이수했다. 월스트릿의 미재정박물관(Museum of American Finance)에서 전시교육 디렉터를 지낸 후 2004년부터 자크마르셰티벳미술관의 관장을 맡고 있다. 티벳미술관과 스태튼아일랜드에 관한 궁금한 점을 질문했다.
-지금 열리고 있는 특별전을 소개한다면?
메그 벤트루도: 오는 12월까지 열리게 될 세가지 전시가 진행 중이다. 'Long Life Deities'전은 뮤지엄 컬렉션 중 탱화와 조각을 포함한 전시이며, 'The Art of Nepal'은 최근 구입한 네팔 미술품과 뮤지엄에 기증된 네팔 유물을 소개하고 있고, 중국-티벳 성지의 복원이다.
-뮤지엄 방문객은 어느 규모인가? 한인들도 방문하는지?
메그 벤트루도: 연간 6천여명이 방문하고 있으며, 50% 정도가 외국인들이다. 한국인 관람객들도 있다.
티벳미술관에서는 'Long Life Deities'전과 'The Art of Nepal'이 열리고 있다.
-뉴왁뮤지엄, 루빈 뮤지엄과 비교해서 자크 마르셰 티벳미술관의 장점이라면?
-메그 벤트루도: 우리 미술관 소장품은 1920년대부터 1948년 사이에 이루어졌으며, 티벳을 비롯 네팔, 중국 북부와 몽고의 미술, 유물, 탱화, 제의용품과 문화적 공예품들이다. 가장 오래된 유물은 12세기이며, 티벳미술관은 미국에서 티벳 미술과 문화를 위한 첫번째 뮤지엄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자크 마르셰의 생애에서 가장 매혹적인 점은?
-메그 벤트루도: 아역배우로서 매혹적인 삶을 살았다는 것, 그러나 내 생각에 가장 매혹스러운 점이라면 티벳에 한번도 가보지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티벳 미술품을 포괄적으로 수집했다는 것이다.
-전시 외에 특별 행사를 진행하나?
-메그 벤트루도: 토요일 오후 3시 30분에 타이치(태극권) 강습, 오전 11시 30분엔 명상 시간이 열린다. 뿐만 아니라 영화 상영, 강연, 티벳 출신 뮤지션, 댄서, 승려들과 함께 하는 특별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티벳 미술관장으로서 가장 좋은 점이라면?
-메그 벤트루도: 훌륭한 티벳 미술 컬렉션은 보존하는 것과 흥미로운 방문객들을 만나는 일이다.
-미술관장으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메그 벤트루도: 작은 규모 뮤지엄으로서는 기금 조성이 항상 어려운 일이다. 또한, 뮤지엄이 1945년 건축되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Jacques Marchais Museum of Tibetan Art
-미술관을 방문하기에 좋은 계절은?
-메그 벤트루도: 정원이 아름다운 여름과 가을이다.
-일반인들의 스태튼아일랜드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메그 벤트루도: 대부분 사람들이 스태튼아일랜드엔 볼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지만, 방문해볼만한 문화기관과 공원들이 많다. 스태튼아일랜드 남쪽해안의 컨퍼런스 하우스 파크(Conference House Park)에 방문하길 추천한다. 이 공원엔 유서깊은 주택이 3채있으며, 사우스폴(South Pole)은 뉴욕주의 최남단이다.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좋아하는 식당은?
-메그 벤트루도: 뉴도프 레인의 브리오소(Brioso, http://briosorestaurants.com)와 테이스트 오브 인디아(Taste of India, http://www.tasteofindia2.com), 세인트 조지의 베소(Beso, http://www.besonyc.com), 포레스트 애브뉴의 브루노 카페 & 베이커리(Bruno's Cafe and Bakery, http://brunosnyc.com).
Jacques Marchais Museum of Tibetan Art
입장료: $6(일반), $4(노인, 학생) 무료(회원)
개관 시간: 수-일요일 1pm-5pm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 타고 가는 방법: 맨해튼 사우스 페리 터미널에서 페리 타고 세인트조지 터미널에서 내린 후(25분 소요) 버스 S74를 타고 Lighthouse Avenue 역(약 40분 소요)에서 내려 언덕으로 올라간다.
338 Lighthouse Ave, Staten Island, NY https://www.tibetanmuseum.org
*스태튼 아일랜드 명소 <1> 앨리스 오스틴 하우스 (Alice Austen House)
*스태튼아일랜드 트라토리아 로마나(Trattoria Romana) 디너
*스태튼아일랜드 스너그하버 문화센터 by 류원혜(컬빗 인턴기자)
*soup du jour <2> 스태튼아일랜드 페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