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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 이영주: 몬태나 일기(3) 즉석 경매와 음악회
뉴욕 촌뜨기의 일기 (49) 몬태나 일기 3
즉석 경매와 음악회
글, 사진: 이영주
7월 8일에 Bridger Canyon의 한 Ranch에서 열린 행사장에 다녀왔습니다. 랜치 주인이 직접 파킹 안내를 하고 있었습니다. 푸른 들판이 끝없이 펼쳐진 목장 풍경이 얼마나 시원하던지 혼자서 주변을 한참동안 걸어 다녔습니다.
이미 리셉션이 시작되어 음식들이 음료수와 함께 서빙되었습니다. 푸짐한 음식들은 맛도 좋았고, 보기에도 화려했습니다. 일단은 하나씩 다 맛보고, 맛있는 건 다시 더 먹었습니다. 건물 안이 궁금해서 들어가 보았습니다. 서부다운 실내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그림도 많았고, 작고 예쁜 장식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하고 있어 친근감이 느껴졌습니다. 영화 포스터가 이층 올라가는 벽면을 장식한 게 특히 그랬습니다.
화장실로 주인의 문화 수준이 나타나니 화장실 투어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화장실 벽면을 ‘New Yorker' 잡지 표지로 장식한 게 눈에 뜨였습니다. 한 권씩 봤을 땐 무심코 지나쳤던 뉴요커 표지가 한데 모아 놓고 보니 그 독특함과 감각적인 것이 대단한 예술 작품처럼 보였습니다. 막내 친구인 벳시도 뉴요커 표지로 집 복도를 장식했던 게 떠올랐습니다. 내용이 알찬 뉴요커 잡지는 그만큼 미국인들에게 자부심인가 봅니다.
이번 행사는 Montana Chamber Music Society를 위한 기금 모금 즉석 경매 및 실내악 연주회였습니다. 즉석 경매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경매꾼인 사회자가 목청도 좋고, 리듬감도 훌륭해서 사람들을 웃기기까지 하니 시작부터 재미있었습니다. 경매 상품들은 연어잡이 낚시 여행, 와인, 그림, 목장 경험, 뉴잉글랜드 여행, 낚시학교 무료 입학, 개인 홈 컨서트, 연주회 티켓 등 종류가 다양했습니다. 놀란 것은 너무나 쉽게 사람들이 자기들의 주머니를 여는 것이었습니다. 한 시간쯤 진행된 경매에서 4만 3천 550불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날 경매의 백미는 넥타이 경매 였습니다. 사회자가 만국기에 어린이 얼굴이 그려진 알록달록 하고 귀여운 넥타이를 매고 있었습니다. 모든 경매가 끝나사 사회자가 인사를 하는 도중에 한 사람이 당신이 매고 있는 넥타이를 경매할 의사가 없느냐고 질문한 게 발단이었습니다. 사회자는 처음엔 황당해 하더니 “사실은 이 넥타이에 역사가 있다”면서, 몇 년 전 어린이 재단을 위한 경매 때 맸던 넥타이가 그 후 다른 경매 때 이야기가 나와 1천불에 경매되었는데, 경매로 넥타이를 산 사람이 돌려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음 경매에 매고 갔더니 또 경매하라고 해서 750불에 낙찰되어 그것을 750불 주고 되샀는데, 다시 경매하라고 해서 1,200불에 낙찰되어 어쩌구 저쩌구, 역사가 길기도 길었습니다. 결국 이 날도 운명의 넥타이는 다시 경매의 파도를 탔고, 1천2백불에 낙찰되었습니다. 낙찰자가 막내의 친구였던 사실은 비밀입니다. 쉿!
실내악 연주는 막내가 바이얼리니스트로 피아노 삼중주였지만, 사실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았습니다. 워낙 바깥 텐트에서 하는 것이라서 음향도 그렇고, 조명도 없는 데다 날도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음악에 집중될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기네 커뮤니티를 위해서 이렇게 재미난 행사를 통해 기금을 마련하고 상부상조하는 모습은 퍽 부러웠습니다.
이영주/수필가 강원도 철원 생. 중앙대 신문학과 졸업 후 충청일보 정치부 기자와 도서출판 학창사 대표를 지냈다. 1981년 미국으로 이주 1990년 '한국수필'을 통해 등단한 후 수필집 '엄마의 요술주머니' '이제는 우리가 엄마를 키울게' '내 인생의 삼중주'를 냈다. 줄리아드 음대 출신 클래식 앙상블 '안 트리오(Ahn Trio)'를 키워낸 장한 어머니이기도 하다. 현재 '에세이스트 미국동부지회' 회장이며 뉴욕 중앙일보에 '뉴욕의 맛과 멋' 칼럼을 연재 중이다. '허드슨 문화클럽' 대표로, 뉴저지에서 '수필교실'과 '북클럽'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