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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 이수임: 아들의 땀방울, 엄마의 눈물
창가의 선인장 (72) 청춘의 힘
아들의 땀방울, 엄마의 눈물
대부분 부모가 그렇겠지만 나도 젊은 날 혈기와 에너지로 뭉칫돈을 아낌없이 자식을 위해 쏟아부었다. 그런데 아이는 뜨거운 불판 앞에서 야키소바를 만드느라 심각하다. 조금만 등한시하면 맛이 엉뚱한 방향으로 치달리니 그럴 수밖에. 식당 부엌에서 힘들게 일하는 아들을 보려고 그리도 오랜 세월 공들였단 말인가?
아이는 일본 직장을 그만두고 뉴욕으로 돌아와 내가 매일 산책가는 공원 끝에 있는 대학에 안전한 직장을 잡았다. 날씨 좋은 날이면 리뷰 좋은 식당에서 점심도 함께 먹고 팔짱 끼고 데이트도 할 수 있어 좋았다.
“엄마, 지금 하는 일이 지루해서 다른 일로 바꾸려고요.”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살피며 아이가 말했다.
“그만두고 뭘 하려고?”
“일본식당을 파트너와 하려고요.”
“식당, 쉬운 것 아니다. 네 요리사인 친할아버지가 여러 개 하다가 다 망했잖아.”
아이가 말이 없다. 워낙에 신중한 아이라 조용하면 난 겁을 먹는다. “그래, 어쩌겠니.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 망해도 젊었을 때 망하고. 배우는 것도 많겠지. 네 마음대로 해라.”
걱정과 스트레스 없이 잘 지내고 있는 내 인생에 ‘식당이 망하면 어쩌지?’ 자다가도 문득 눈을 떴다. ‘뭐 망해도 나이가 어리니까 또 직장을 구할 수 있겠지’ 생각하다 잠들곤 했다.
아이는 일본인 파트너와 6개월 동안 일본 요리를 부지런히 연습하고 우리 부부 결혼기념일인 작년 7월 21일, 이스트빌리지에 일식 패스트푸드 식당을 열었다. 내 결혼식 날보다 더 더운 날이었다. 아이가 만들어준 야키소바 맛이 깔깔해 넘어가지 않았다. 젓가락만 들고 불판 앞에서 땀 뻘뻘 흘리며 일하는 아이를 넋이 나가 쳐다보는 내 눈가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아이는 쉬는 날도 없이 주 7일 하루에 15시간 일했다. 식당은 잘됐다. “괜찮아? 힘들지 않아?” “사람도 많이 만나고 재미있어요.”라는 말에 연락도 하지 않고 잊으려 애썼다. 오랜만에 식당으로 찾아갔다. 아이의 볼이 푹 페이고 무척이나 수척했다. “너 왜 이렇게 말랐니?” “바빠서 밥 먹을 시간이 없어요. 아이가 병이라도 나면 어쩌지? 하는 또 다른 걱정이 생겼다.
결국 아이는 식당을 파트너에게 넘기고 8개월 만에 고만뒀다. “엄마 식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봐요. 너무 힘들었어요.” 혼이 난 표정이다. 그동안 엄마가 걱정할까 봐 말 못 한 사연을 열거하는 아이는 예전의 어린 모습이 아니었다.
그리고, 아이는 곧 바로 일주일에 5일 8시간씩 일하는 직장을 잡았다. 이제 페리를 타고 느긋하게 월 스트리트로 출근한다. 아이는 고생해서 철들었고 내 걱정은 싹 사라졌다. ‘너 미국 가서 고생하더니 철들었구나’ 하던 친정아버지가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