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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FF 2018 <5> At Eternity’s Gate


화가감독 줄리안 슈나벨의 반 고흐 정신탐구

영원의 문에서 At Eternity’s Ga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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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em Dafoe as Vincent van Gogh in "At Eternity’s Gate" directed by Julian Schnabel


*예고편 https://youtu.be/T77PDm3e1iE


극적인 삶의 주인공 빈센트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1853-1890)의 극적인 삶을 다룬 영화는 무려 36편에 이른다고 한다. 할리우드에선 커크 더글러스와 안소니 퀸이 반 고흐와 고갱으로 분한  'Lust for Life'(1956)을 비롯,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빈센트와 테오(Vincent and Theo, 1990)', 프랑스 모리스 피알라 감독의 '반 고흐(Van Gogh, 1991)', 그리고 유화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Loving Vincent, 2017)'까지 반 고흐의 짧았던 37세 삶을 그렸다. 


화가 줄리안 슈나벨(Julian Schnabel)의 영화감독 데뷔작은 27세로 사망한 화가 장 미셸 바스퀴아(Jean-Michel Basquiat)의 전기영화 '바스퀴아(Basquiat, 1996)'였다. 바스퀴아와 동시대에 뉴욕에서 활동했던 슈나벨은 한 인터뷰에서 "난 영화감독이 될 생각을 한적이 없었다. 하지만, 바스퀴아에게 말하기 위해, 그를 위해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슈나벨이 새삼스럽게 연출한 반 고흐 영화 '영원의 문에서(At Eternity's Gate, 2018)'가 2018 뉴욕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초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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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 링컨센터 월터리드시어터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 후 기자회견에서 왼쪽부터 시나리오작가 장 클로드 카리에르, 감독 줄리안 슈나벨, 배우 윌렘 데포. 


1970년대 뉴욕 화단의 대세가 미니멀리즘이었을 때 과격하고, 대담한 신표현주의의 길을 걸었던 이단아 슈나벨은 영화제에도 선글래스에 파자마 차림으로 나타나는 기인이다. 뉴욕영화제 언론 시사회장에는 후드와 츄리닝 차림이었다. 그가 '미치광이' '조울증' '알콜중독'으로 알려졌던 반 고흐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은 2014년 프랑스의 전설적인 시나리오 작가 장-클로드 카리에르(Jean-Claude Carrière)와 파리 오르세뮤지엄(Musée d’Orsay)에서 갔을 때였다고 밝혔다. 


카리에르는 특별전('Van Gogh/Artaud: The Man Suicided by Society)'에서 반 고흐의 자화상을 보면서 직관적으로 떠올랐다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슈나벨, 카리에르, 그리고 슈나벨의 디자이너 애인루이스 쿠겔버그(Louise Kugelberg)까지 시나리오에 참가했고, 쿠겔버그는 편집자 크레딧에도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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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원의 문에서'에 영감을 준 반 고흐의 두 그림. Vincent van Gogh, Self-portrait, 1889, Musée d'Orsay, Paris/ At Eternity's Gate, 1890 


슈나벨의 '영원의 문가에서'는 반 고흐의 삶을 연대기식으로 재현하는 전기영화가 아니라 예술혼으로 광기와 투쟁했던 반 고흐의 말년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반 고흐의 삶이었던 그림과 자연에 대해 끝없이 질문한다. 화가 감독의 시각으로 반 고흐의 심리상태로 들어가 예술가의 혼을 카메라로 그려냈다. 제목 '영원의 문에서'는 1890년 반 고흐가 사망하기 3개월 전 프로방스의 생레미에서 그린 슬퍼하는 노인의 모습 'At Eternity's Gate'(1890)에서 따왔다. 그리고, 반 고흐가 말년을 보낸 아를르, 부셰뒤론, 오베르쉬르와즈에서 촬영했다.


영화는 반 고흐(윌렘 데포 분)가 "난 단지 그들 중 한명이 되고 싶었을 뿐이다"라고 고백하는 장면으로 시작되어 파리의 한 카페에 모인 화가 모임을 보여준다. 아웃사이더였던 반 고흐와 유일하게 통하는 화가는 폴 고갱(오스카 아이삭 분)뿐이었다. 증권브로커 출신 고갱은 반 고흐에게 "남쪽으로 가라!"고 조언하고, 아를르에서 함께 지내며 작업하지만, 사사건건 부딪힌다. 목사의 아들이었고, 목사가 될 뻔했던 반 고흐에게 신은 자연이었고, 자연은 아름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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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em Dafoe as Vincent van Gogh in At Eternity’s Gate directed by Julian Schnabel


그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생각을 멈추기 위해서"였다. 말년에 80일간 75점을 그렸다는 반 고흐의 광기어린 폭발적인 열정을 스크린을 통해 친밀하게 느끼게 만들어준다. 슈나벨 감독은 그토록 에너지가 넘쳤던 반 고흐가 권총자살했다는 정설에 반기를 들고, 동네 불량배들의 소행으로 결론 짓는다. 어디까지나 슈나벨의 믿음이며, 바람일 것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플래툰(Platoon, 1986)'과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예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The Last Temptation of Christ, 1988)' 이후 오랫동안 주춤했던 성격배우 윌렘 데포(Willem Dafoe)가 반 고흐 역을 맡아 생애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반 고흐의 미들네임이 윌렘(Willem)인 것은 운명일까? 63세의 데포가 37세의 반 고흐를 연기하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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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em Dafoe as Vincent van Gogh in At Eternity’s Gate directed by Julian Schnabel


하지만, 데포는 열망하는 눈빛, 얼굴의 주름 하나하나, 캔버스의 붓질, 비틀거리는 몸짓, 신발을 벗어 던지는 연기까지 디테일에서 상상했던 빈센트의 모습이 재현된다. 이는 데포의 고도로 정제된 고흐 심리 연구로 길어낸 연기뿐만 아니라 슈나벨이 의도한 것처럼 픽션이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그림에 관한 그림영화'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윌렘 데포는 반 고흐 연기를 위해 실제로 그림을 배웠다고 한다.    


'그린 파파야 향기(The Scent of Green Papaya, 1993)'의 촬영을 맡았던 베누아 델롬므(Benoît Delhomme)의 카메라는 반 고흐의 눈이 되어 밀밭과 말라빠진 해바라기밭을 누비며,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담아낸다. 또한, 반 고흐의 조울증과 광기를 핸드헬드 카메라로 포착해 관객을 어지럼증으로 몰고갈 만큼 반 고흐의 몸이 된다. 영화는 고갱과의 언쟁 끝에 귀를 자해한 사건처럼 극적인 에피소드를 카메라에 담지 않고, 블랙 화면에 데포의 목소리로 전달한다. 


줄리안 슈나벨은 실험영화적인 테크닉으로 110분간의 반 고흐의 정신세계를 탐구했다. 화가 감독이 카메라로 그린 빈센트 반 고흐는 일반 관객에게는 무척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티스트들에게는 반 고흐의 고행을 소림 끼칠 정도로, 몸 전체로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일 것이다. 110분. 11월 16일 미 전역 개봉.



delfini2-small.jpg *파리 오르세뮤지엄의 반 고흐 갤러리

*메트뮤지엄의 반 고흐 회화 17점 한 자리에

*빈센트 반 고흐: 아이리스와 장미@메트뮤지엄

*미완성 회화같은 영화 '고갱: 타히티로의 여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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