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싱싱한 도미구이(Dorade) 별미, 모로코 식당 르 수크(Le Souk)
67% 할인쿠폰 저녁식사
NYU 인근 데카당트 모로코 식당 '르 수크(Le Souk)'
Le Souk, NYC
워싱턴스퀘어파크 남쪽의 르 수크(Le Souk)는 오래 전 이스트빌리지(동촌) B 애브뉴 시절부터 소문난 모로코 레스토랑이다. 모로코에 20여차례 여행한 지인의 말로는 벨리 댄서(배꼽춤꾼)가 춤추며 파티 분위기를 시끌벅적한 식당이었다. 2009년 르 수크는 웨스트빌리지(서촌) 뉴욕대 인근, 라과디아 플레이스의 3층 건물로 이주했다. 서촌시대 르 수크는 yelp.com에 들여다보니 벨리댄서, 파이어 댄서(불춤꾼)에 DJ, 게다가 물담배(후카, hookah)도 버젓이 메뉴에 있는 식당이 되었다. 어찌하여 대학가에 이렇게 데카당트한 식당이 영업 중인지 의문이 가지만, 옆 동네 블리커 스트릿(Bleecker St.)엔 블루 재즈(Blue Jazz)와 푸아쏭 루즈(Poisson Rouge)같은 클럽이 있으니 이해할만도 하다.
워낙 모로코 음식을 좋아하기에 펄스드(Pulsd)에서 2인 3코스(1 애피타이저, 2 앙트레, 1디저트와 칵테일 4잔이나 스파클링 와인 한병: $178-> $59)에 67% 할인해주는 쿠폰을 구입해놓았다. 그리곤, 차일피일 미루었다. 열혈남녀들이 물담배 피는 것도, 디스코나 테크노팝, 힙합 뮤직도 피하고 싶었다. 나이가 들면서는 파티, 젊은 세대의 놀이, 퇴폐에 가까운 이국적인 풍경엔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우리는 이제 이스트, 웨스트빌리지를 누비기엔 늙은이가 되어 버렸다.
그러다가 쿠폰이 만료되기 며칠 전 금요일 시티센터에 김기민씨(마린스키 주역댄서)와 박세은씨(파리로열발레 주역댄서) 발란신(Balanchine) 공연을 보러가기 전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오후 5시 30분엔 르 수크도 고요했다. 사실 수크는 모로코 말로 '시장(market)'이라는 뜻이다. 시장판의 파티라고나 할까, 심야에 벌어지는 풍경을 상상해 본다. 아무래도 우리는 파티과는 아니다.
3층의 길다란 다이닝 공간은 벨리 댄서들이 공연할 수 있는 마루가 깔려있다. Le Souk, https://www.lesoukny.com
3층 다이닝 공간에 오르면, 아름다운 모로코 램프들이 달려있는 천장 왼켠에 바가 있고, 오른켠엔 레드 벨벳 의자들이 극장식으로 길쭉하게 펼쳐진다. 반나의 아라비안 벨리 댄서들의 벽화와 원더우먼같은 여인의 얼굴이 앤디 워홀의 팝아트처럼 반복되는 벽 앞으로 DJ 박스와 특별한 테이블이 있다.
그리고, 각 나무 테이블 위엔 촛불과 장미 꽃 잎파리를 뿌려서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잔잔하던 음악이 갑자기 바뀌면서 댄스 뮤직이 흘러서 신경이 날카로워졌는데, 겨우 3개의 테이블에 손님이 있는 걸 자각했는지 DJ같은 남자가 조용한 음악으로 바꾸었다.
식전빵으로 롤과 짭조롬한 올리브 스프레드 타페나드가 나왔다.
음료는 4종의 칵테일 혹은 프로세코(Prosecco) 한병 중 선택할 수 있었다. 이탈리안 스파클링 와인 프로세코는 샴페인보다 가볍고, 저렴하다. 대개 12달러 내외이기 때문에 이색 칵테일 4잔이 나을 것 같았다.
하네씨 코냑에 히비스커스 시럽, 레몬, 망고 퓨레를 섞은 칵테일 '코냑 펀치(Cognac Punch)'는 상큼하며, 과일향이 풍부했는데, 음식과 함께 마시기엔 조금 달달했다. 스파이스 카르텔(Spice Cartel)은 테킬라(Don Julio Blanco), 파인애플, 계피시럽, 바나나 리커 블렌드인데,짭짤한 맛이 강했다.
애피타이저 미니 버거와 프렌치 프라이
첫 코스 전에 검은깨가 박힌 롤과 올리브를 으깬 스프레드 타페나드(Tapenade)가 나왔다. 짭조름한 올리브와 캐이퍼의 시큼한 맛이 식욕을 돋구었다. 나누어 먹는 애피타이저로 미니 버거(Sliders de Boef)를 레어로 주문하니, 2개의 슬라이더에 프렌치 프라이가 딸려나왔다. 최근 프랑스 여행에서 먹은 프렌치 프라이는 눅눅했는데, 뉴욕의 프라이는 셰이크 섁을 비롯 바삭하고, 고소하다.
메인디시로는 생선을 선호하고, 게다가 생선 한마리를 통째로 구워주면(Grilled Whole Fish) 거부할 수 없다. 생선구이로 도미(Dorade)가 철 쟁반에 누워 나왔고, 구운 감자, 구운 레몬, 그리고 페널 샐러드가 곁들여졌다. 뉴욕에서 생선요리는 화요일과 금요일에 시키라는 말이 있는데, 금요일 저녁 도미는 싱싱했다.
게다가 모로코의 명물이 레몬 피클인데, 구운 레몬즙을 짜니 시큼달큼한 맛이 감미로움을 더했다. 감자 구이 역시 그릴에 구워서 맛이 일품이었는데, 식전 빵과 친구의 쿠스쿠스로 배를 채워서 2개 밖에 먹을 수 없었다. 다만, 페널향과 질감에 거부감이 있어서 샐러드는 즐기지 못했다.
금요일 저녁 주문한 싱싱한 도미(Dorade) 구이가 감자구이, 레몬 구이와 곁들여졌다.
친구는 모로코 뚝배기요리 치킨 타진(Chicken Tagine)에 쿠스쿠스가 함께 나왔고, 쿠스쿠스는 나의 차지가 되었다. 모로코와 중동 식당에서 사이드로 나오는 하리싸(harissa, hot chili pepper paste)는 한식의 설렁탕 다대기처럼 매콤하다. 모로코의 전통 저장음식인 레몬 콩핏이 함께 나왔다.
모로코의 간판 음식 치킨 타진, 쿠스쿠스와 고추 다대기 하리싸(harissa)와 레몬 콩피.
디저트로 피스타치오와 호두 등 견과류가 속으로 들어간 파이 바클라바(Baklava)를 원했지만, 동이 났다고 해서(금요일 저녁에?) 초콜릿 무쓰(Chocolate Mosse)를 집으로 가져가 다음날 아침 라스베리, 블루베리와 곁들여 아침식사로 먹었다.
이른 저녁이라서였는지 우리의 웨이터는 꼼꼼하게 챙겨주었다. 쿠폰을 사용하는 식사에서는 팁을 실제 가격으로 계산해서 넉넉히 주는 것이 좋다. 현금은 더욱 좋아한다. 웨이터는 화요일에 벨리 댄서, 목요일엔 플라멩코와 타파스($6) 나잇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금요일의 이른 저녁 광란의 파티 씬을 피하고, 고요하게 싱싱한 도미 구이를 맛있게 먹은 것으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Le Souk
나중에 조사해 보니 르 수크의 누보 모로칸 메뉴는 스타 셰프 더그 프살티스(Doug Psaltis)가 짰으며, 그는 캘리포니아 와인컨트리의 미슐랭 3스타 식당 프렌치 론드리(The French Laundry)와 모나코의 미슐랭 3스타 르 루이 15세(Le Louis XV) 출신이라고 한다. 그날의 도미 구이가 프살티스 셰프의 솜씨였는지, 그가 키친에 있었는지조차 알 수는 없지만 이제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Le Souk
510 Laguardia Place
https://www.lesoukny.com
주요 모로코 음식
▶쿠스쿠스(Couscous): 세몰리나 밀로 만든 작은 알갱이 파스타
▶타진(Tagine): 뚝배기같은 질(clay) 뚜껑을 덮고 조리한 고기야채 요리
▶비싸라(B’ssara): 아침식사로 빵과 함께 먹는 콩수프
▶체뮬라(Chermoula): 실란트로, 파슬리, 민트, 씨앗, 마늘, 레몬, 파프리카 등을 갈아서 만든 녹색 다대기로 주로 생선요리에 곁들인다.
▶하리라(Harira): 양고기(혹은 쇠고기, 닭고기) 토마토, 렌틀을 넣고 조리한 수프로 라마단 때 먹는 전통요리.
▶케프타(Kefta): 모로코식 미트볼
▶하리싸(Harissa):고추가루, 마늘, 코리안더씨, 사프론 등으로 혼합한 다대기
▶잘루크(Zaalouk): 가지 구워 갈아 만든 소스
▶민트차(Mint tea): '모로코 위스키'로 불리우는 민트차는 식사와 함께 제공되는데, 달달하다.
중동지역 기본 요리
▶팔라펠(falafel): 병아리콩(chick pea)을 갈아 파슬리, 양파, 마늘과 허브로 골프공 크기로 반죽해 튀긴 것.
▶허무스(humous): 병아리콩을 퓨레, 타히니(tahini, 참깨와 올리브 믹스), 마늘, 레몬으로 양념한 것. 피타 빵을 찍어먹는다.
▶바바 가누시(baba ganouge): 가지를 구운 후 으깨어서 타히니, 마늘, 레몬으로 양념한 것.
▶타불리(tabouli): 파슬리를 잘게 다져 토마토, 민트, 올리브오일, 레몬으로 양념한 샐러드.
▶돌마다키아(stuffed grape leaves): 포도 잎사귀 안에 야채 혹은 고기와 밥을 넣은 롤.
▶파울 무다마스(faul mudammas): 파바콩을 토마토, 파슬리, 마늘, 레몬, 올리브오일로 양념에 조리한 것.
▶샤와마(shawarma): 양념으로 버무려서 스탠드 로티서리에 빙빙 돌려가며 장시간 구운 닭고기/양고기.
▶치킨 케밥(chicken kebob): 닭 가슴살을 깍둑썰기해 꼬치에 꽂아 구운 것.
▶시쉬 케밥(shish kebob): 양고기를 깍둑썰기해 꼬치에 끼워 구운 것.
▶카프타 케밥(kafta kebob): 양고기와 양파, 파슬리 등을 갈아 햄버거 패티처럼 만들어 구운 것.
*생선구이 잘하는 뉴욕 식당은 어디에? 보헤미안, 가잘라, 밀로스...
*콜레스테롤 저하 지중해 식단 <4> 뉴욕의 중동 식당: 타임(Taim), 가잘라(Gazala), 타진(Tagine)
*모로코 쿠스쿠스 전문 식당 키쉬캐쉬(Kish K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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