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앤디 워홀 스포트라이트@휘트니뮤지엄 회고전
Andy Warhol as a Filmmaker
인스태그램, 리얼리티 TV 예견한 영화감독 앤디 워홀
Andy Warhol—From A to B and Back Again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Andy Warhol Eating a Hamburger, 1981, 4:15 min.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은 '팝아트(Pop Art)의 대부'라 불리우지만, 실제로 그는 한 시대를 풍미한 르네상스맨이었다. 워홀은 팝아트뿐만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 사진가, 조각가, 작가, 잡지 편집자, TV 프로듀서, 큐레이터, 그리고 또한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했다.
워홀은 58년 생애 카메라를 들고 무려 650여편의 장단편 영화를 연출했다. 그는 1960년대 뉴 아메리칸 시네마에서 가장 도발적인 감독 중의 한명이다. 워홀 자신은 "사람들이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 이라 부르거나 아니면 '언더그라운드 영화감독 앤디 워홀'로 부르곤 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지금 휘트니뮤지엄(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에서 열리는 앤디 워홀 회고전 'Andy Warhol—From A to B and Back Again'(11/12-3/31, 2019)은 방대한 스펙트럼의 작품들 속에서 '영화인' 앤디 워홀의 색깔을 발견할 수 있는 전시다.
'첼시 걸즈(Chelsea Girls, 1966)'를 연출 중인 앤디 워홀
워홀은 왜 영화에 집착했을까?
잭슨 폴락과 뉴 스쿨 화가들은 마음의 상태를 그리는 추상표현주의를 추구했고, 마크 로스코와 아그네스 마틴은 색면화와 미니멀리즘으로 회화의 본질과 그 영향을 탐구했다. 상업 일러스트레이터였던 앤디 워홀은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돈처럼 일상에서, 캠벨 수프와 코카 콜라 등 수퍼마켓에서 흔히 보는 소재들과 마릴린 먼로, 엘비스 프레슬리 등 대중 매체를 통해 친숙한 스타들을 그렸다. 그것도 대량으로 복제해서 대중 소비사회의 특성을 미술에 원용했다.
회화에서 같은 이미지의 복제는 마치 flip book 처럼 moving picture, 즉 영화의 속성을 갖는다. 그것은 그림이 할 수 없는 것, 시간을 회화에 담고 싶어하는 욕망일 것이다. 그러기엔 무비 카메라가 환상적인 도구다. 워홀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공연 뿐만 아니라, 자고, 먹고, 키스하는 것 등 일상까지 모두 기록하고 싶은 열정과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다. 오늘날 리얼리티쇼와 인스태그램을 예견한 셈이다.
카메라를 든 워홀은 캔버스와 실크 스크린 위의 컬러풀하며, 반복적인 이미지 제작에서 탈피하게 된다. 조악한 거리, 성적인 행위, 사람들의 초상 등을 흑백화면으로 담았다. 그것도 오랜 시간 카메라를 정지시키고, 때론 편집조차 하지 않고 현실을 가능한 그대로 기록했다. 1960년대 유행했던 실험영화, 언더그라운드 영화와 궤를 함께 한 것이다.
Andy Warhol—From A to B and Back Again'(11/12-3/31, 2019),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1962년 가을 맨해튼 스테이블 갤러리에서 코카콜라, 엘비스, 마릴린, 그리고 재해 그림을 소개하는 개인전으로 주목받은 앤디 워홀은 이스트 87스트릿의 빈 소방소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이듬해엔 미드타운(231 East 47th St.)로 옮겨 작업실을 '팩토리(Factory)'로 명명한다. 일상에서 친숙한 이미지를 복제하는 미술 공장이었던 것이다.
워홀은 실크스크린 전문가 제라드 말랑가(Gerard Malanga)를 조수로 채용했고, 마당발 말란가는 워홀을 전설적인 언더그라운드 영화감독 요나스 메커스(Jonas Mekas)에게 소개하게 된다. 요나스 메커스는 이스트빌리지의 예술영화 전문관 안솔로지 필름 아카이브(Anthology Film Archive)를 창립한 '실험영화의 대부'다. 메커스를 만난 후 워홀은 실험영화 상영회에 정기적으로 출입하면서 영화에 관한 모든 것을 배웠다. 1963년부터 1968년 사이 워홀은 실험영화, 할리우드 영화, 다큐멘터리, 포르노, 아방가르드 공연, 연극, 초상화, 미니멀리즘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서 수백편의 영화를 만들게 된다.
워홀은 16밀리 볼렉스(Bolex) 카메라를 구입한 후 자신의 애인이었던 시인 존 조르노(John Giorno)가 자는 모습을 6시간 동안 기록한 '잠(Sleep, 1963)'을 연출했다. 이후 '키스(Kiss)' '헤어컷(Haircut)' '먹기(Eat)' 그리고 '엠파이어(Empire)'를 찍었다. 당시 워홀은 키스하는 사람들, 먹는 사람,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8시간 동안 촬영한 미니멀리스트 영화인이었다. 배우, 스토리, 음향, 편집이 없는 흑백 기록영화였다. 아방가르드 영화감독 잭 스미스(Jack Smith)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지칠 때까지 찍는 방식이다.
Sleep(1963, 5:21 min.)/ Empire(1964, 8:5 min.)/ Kiss(1964, 55 min.) 2015 부카레스트국제실험영화제 앤디 워홀 회고전 포스터 중 http://www.galateca.ro
1963년 가을 LA에 간 워홀은 처음 극영화를 찍게 된다. 비버리힐스 호텔에 배우 두명을 데려와서 찍은 타잔 패러디 영화 '타잔과 제인 어느 정도 돌아오다( Tarzan and Jane Regained … Sort of )'. 이어 실험영화감독 잭 스미스를 주연으로 배트맨과 드라큐라 패러디를 만들었지만, 미완성으로 남았다.
이듬해부터 워홀은 은색으로 페인트칠하고, 알루미늄 포일로 도배한 '팩토리'를 영화공장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밑바닥 생활을 하는 동네 청년을 비롯, 화가, 작가, 학생, 유명인사들을 모두 팩토리로 불러와 카메라 앞에 세웠다. 이들의 초상화를 찍어 실크스크린으로 복제하는가 하면 500여편의 영화 '스크린 테스트(Screen Test)'로 남기게 된다.
아마추어 영화감독 워홀도 할리우드처럼 진화했다. 1964년 16밀리 사운드 카메라 오리콘(Auricon)을 구입한 후 8시간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촬영해 '엠파이어'를 만들었다. 가장 성공한 영화는 '첼시 걸즈(Chelsea Girls, 1966)'. 폴 모리세이(Paul Morrissey)와 공동으로 연출한 이 영화는 맨해튼 전설의 첼시 호텔방을 빌려 니코, 온딘, 브리지드 폴크, 제라드 말랑가, 잉그리드 수퍼스타, 인터내셔널 벨벳 등 워홀의 스타들을 캐스팅해서 각자의 방에서 벌이는 일을 담았다.
앤디 워홀의 성공작 '첼시 걸즈(Chelsea Girls, 1966)'. https://youtu.be/d9DjdqYwl8M
흑백/컬러가 교체되며, 와이드 스크린의 화면은 2개로 분할되어 각기 다른 방의 이야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즉, 공간의 확장이다. 러닝타임이 3시간 30분에 달하는 이 아방가르드 영화의 음악은 니코가 이끄는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가 맡았다. '첼시 걸즈'는 상업 영화관에 개봉되어 "그리니치빌리지판 '라 돌체 비타(Greenwich Village answer to La Dolce Vita)"라는 호평과 "조악한 촬영에 편집 감각이 없는 졸작"이라는 악평 사이에서 흥행에 성공을 거두게 된다.
1967년 워홀은 아리조나로 가서 서부극 '론섬 카우보이(Lonesome Cowboys)', 이듬해엔 캘리포니아에서 서핑 영화 '샌디에고 서프(San Diego Surf)'를 찍었다. 그러다 1968년 팩토리에 드나들던 여성 작가 발레리 솔라나스(Valerie Solanas)의 총격으로 2개월간 입원했고, 한동안 충격에 빠졌다. 이후엔 '청색 영화(Blue Movie, 1969)', 그리고 1973-74년엔 두편의 주목할만한 호러영화 드라큐라'와 '프랑켄스타인'을 연출했다.
워홀은 강박적으로 일상사를 카메라에 담았다. 1960년대 수백편의 영화를 찍은 후 1970년대엔 비디오로 포맷을 바꾸어서 '공장 일기(Factory Diaries, 1970-82)'로 기록을 남기는 한편, TV용 프로그램으로 비축했다. TV 프로덕션 회사 앤디 워홀 엔터프라이즈(Andy Warhol Enterprise)에선 1979년부터 1987년 사망하기 전까지 MTV를 포함 방송사를 위한 버라이어티 쇼를 42편 제작했다. 한 에피소드엔 브룩 쉴즈가 존 트라볼타와의 데이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터뷰도 담겨있다.
영화감독으로서 앤디 워홀은 다작이지만, 걸작은 없는 작가일 것이다. 관객들에게는 너무나 지루해서 끝까지 보기 힘들다. 하지만, 실험정신과 기록에 대한 열정을 무기로 끊임 없이 카메라를 들었던 워홀은 그 시대의 독보적인 시네아티스트였다. 그의 마지막 작품이 'BAD'(1976)인 것은 상징적이다.
Andy Warhol—From A to B and Back Again'(11/12-3/31, 2019),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Andy Warhol: Filmography
Sleep (1963) 16mm, 16fps, 6 hours, silent
Andy Warhol Films Jack Smith Filming Normal Love (1963) 16mm, 16fps, 3mins, colour, silent
Tarzan and Jane Regained … Sort of (1963) 16mm, 16fps, 2 hours
Haircut (No. 1) (1963) 16mm, 16fps, 33mins, silent
Kiss (1963) 16mm, 16fps, 50mins, silent
Dance Movie (1963) 16mm, 16fps, 45mins, silent, also known as Roller Skate
Salome and Delilah (1963) 16mm, 16fps, 30mins, silent
Batman (1964) 16mm, 16fps, no running time available, silent
Dracula (1964) 16mm, 16fps, no running time available, silent
Eat (1964) 16mm, 16fps, 45mins, silent
Blow Job (1964) 16mm, 16fps, 30mins, silent
Empire (1964) 16mm, 16fps, 8 hours, silent
Henry Geldzahler (1964) 16mm, 16fps, 100mins, silent
Couch (1964) 16mm, 16fps, 40mins, silent
Shoulder (1964) 16mm, 16fps, 4mins, silent
Mario Banana (1964) 16mm, 16fps, 4mins, silent, also known as Mario Eats a Banana
Harlot (1964) 16mm, 70mins
The Thirteen Most Beautiful Women (1964) 16mm, 16fps, 40mins, silent
Soap Opera (1964) 16mm, 16fps, 70mins, silent, also known as The Lester Persky Story
Taylor Mead’s Ass (1964) 16mm, 16fps, 70mins, silent
The Thirteen Most Beautiful Boys (1965) 16mm, 16fps, 40mins, silent
Fifty Fantastics and Fifty Personalities (1965) 16mm, 16fps, no running time available, silent
Ivy and John (1965) 16mm, 35mins
Suicide (1965) 16mm, 70mins, colour
Screen Test #1 (1965) 16mm, 70mins
Screen Test #2 (1965) 16mm, 70mins
The Life of Juanita Castro (1965) 16mm, 70mins
Drunk (1965) 16mm, 70mins
Horse (1965) 16mm, 105mins
Poor Little Rich Girl (1965) 16mm, 70mins
Vinyl (1965) 16mm, 70mins
Bitch (1965) 16mm, 70mins
Restaurant (1965) 16mm, 70mins
Kitchen (1965) 16mm, 70mins
Prison (1965) 16mm, 70mins
Face (1965) 16mm, 70mins
Afternoon (1965) 16mm, 105mins
Beauty #2 (1965) 16mm, 70mins
Space (1965) 16mm, 70mins
Outer and Inner Space (1965) 16mm, 70mins
My Hustler (1965) 16mm, 70mins
Camp (1965) 16mm, 70mins
Paul Swan (1965) 16mm, 70mins
More Milk Yvette (1965) 16mm, 70mins, also known as Lana Turner
Lupe (1965) 16mm, 70mins
Hedy (1966) 16mm, 70mins, also known as The Most Beautiful Woman in the World, or The Shoplifter, or The Fourteen Year Old Girl
The Velvet Underground and Nico (1966) 16mm, 70mins
Bufferin (1966) 16mm, 35mins, also known as Gerard Malanga Reads Poetry
Eating Too Fast (1966) 16mm, 70mins, also known as Blow Job #2
The Chelsea Girls (1966) 16mm, 195mins, two-screen, colour and b/w
**** (1966–67) 16mm, 25 hours, colour, also known as Four Stars
The Loves of Ondine (1967–68) 16mm, 86mins, colour
I, a Man (1967–68) 16mm, 100mins
Bike Boy (1967–68) 16mm, 96mins, colour
The Nude Restaurant (1967–68) 16mm, 96mins, colour
Tub Girls (1967–68) 16mm, no running time available, colour
Lonesome Cowboys (1967–68) 16mm, 110mins, colour
Flesh (1968-69) 105mins, colour
Blue Movie (1968–69) 16mm, 90mins, colour, also known as Fuck
Trash (1969-1970) 103mins, colour
Women in Revolt (1970-72) 98mins, colour
L’Amour (1971-1972) 90mins, colour
Heat (1971-72) 115mins, colour
Andy Warhol’s Dracula (1973–74) 93mins, colour
Andy Warhol’s Frankenstein (1973–74) 93mins, colour
Bad (1976) 109mins, col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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