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100년간 무슨 꿈을 꾸었을까?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퍼스타 디아나 비쉬네바
'잠자는 숲속의 미녀' 디지털 꿈 꾸다
Sleeping Beauty Dreams, Beacon Theater
ABT's "The Sleeping Beauty" starring Diana Vishneva and Marcelo Gomes photo: Gene Schiavone/ Sleeping Beauty Dreams, Beacaon Theater, NYC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Mariinsky Ballet, 전 키로프 발레)의 수석무용수 디아나 비쉬네바(Diana Vishneva)는 발레계의 수퍼스타다.
비쉬네바는 2005년 뉴욕 ABT(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에 수석무용수로 조인한 후 마린스키 발레와 오가며 활동하다가 지난해 ABT에서는 은퇴했다. 1976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으로 ABT의 수석 무용수인 서희(Hee Seo)씨보다 10살이 많은 비쉬네바는 올 5월 아들을 낳은 엄마로 변신했다.
그리고, 12월 날렵하게 무대에 복귀한 작품은 놀랍게도 멀티미디어 프로젝트 '잠자는 숲속의 미녀 꿈꾸다(Sleeping Beauty Dreams)'. 12월 7일 마이애미 아트 바젤(Art Basel Miami)에 맞추어 아드리엔 아치 센터에서 세계 초연된 후 14일과 15일 맨해튼 비컨 시어터(Beacon Theater)에서 선보였다.
Sleeping Beauty Dreams, Beacaon Theater, NYC
그림 형제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마법에 걸려 100년간 긴 잠이 든 공주가 왕자의 키스로 깨어나는 이야기로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음악과 디즈니의 만화영화(잠자는 숲속의 공주)로 널리 알려졌다. 한편, '잠자는 숲속의 공주 꿈꾸다'는 오로라 공주의 100년 꿈을 디지털과 아날로그로 상상한다.
Sleeping Beauty Dreams, Beacaon Theater, NYC
디아나 비쉬네바가 오로라 공주로 분해서 무대 위에서 춤을 추며, 배경은 발레의 궁전과 숲 대신 독일 출신 디지털 아티스트 토비아스 그레믈러(Tobias Gremmler)의 비디오 아트가 현란하게 상영된다. 음악도 차이코프스키의 고전 발레 음악 대신 작곡가 디스 드 블레저(Thijs de Vlieger of NOISIA)가 테크노팝과 전자음악으로 포장했다.
안무는 루마니아 출신 에드워드 클루그(Edward Clug)가 맡았다. 디지털 아트와 테크노 음악 사이에서 디아나 비쉬네바와 왕자 역의 전 ABT 수석무용수로 비쉬네바와 '잠자는 숲 속의 미녀'로 호흡을 맞추었던 마르첼로 고메즈(Marcelo Gomes)와 남성 댄서 9인의 움직임이 아날로그다.
Sleeping Beauty Dreams, Beacaon Theater, NYC
토비아스 그레믈러는 디아나 비쉬네바의 분신(아바타, Avatar)를 스크린에 등장시켜 무대에서 춤추는 비쉬네바의 움직임에 디지털 싱크로를 시켜 스크린상에서 확대와 복제, 돌연변이로 변형시킨다. 비쉬네바는 동화 속의 중세 공주에서 미래세계로 점프한 사이보그(Cyborg)처럼 변신한다. 이제 엄마로서 차세대, 미래 발레를 위한 행보였을까?
Sleeping Beauty Dreams, Beacaon Theater, NYC
레이디 가가의 무대의상을 디자인한 바트 헤스(Bart Hess)의 특수 의상이 가여운 오로라 공주를 '터미네이터' 속의 캐릭터로 차갑게 만들어 버린다. 비쉬네바는 발레가 아닌 현대무용과 부토(butoh), 좀비 동작을 혼합한듯한 안무로 오로라 공주의 초현실적인 꿈을 연기한다.
Sleeping Beauty Dreams, Beacaon Theater, NYC
한편, 오로라 공주를 단 한번의 키스로 구원해주게될 왕자 역의 마르첼로 고메즈는 아방가르드 패션 화이트 버블 의상을 입고 등장해 로맨틱한 캐릭터에서 벗어난 코믹한 감성을 발산한다. 9명의 남성 코르드발레는 터키의 더비시(Dervish) 남성 댄서들처럼 치마를 입고 무대를 휘젓는다.
Sleeping Beauty Dreams, Beacon Theater, NYC
오로라 공주는 어떤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초현실과 디지털의 명분으로 이미지는 살았지만, 스토리는 실종됐다. 디지털 이미지의 파도 속에서 디아나 비쉬네바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아니라 '꿈꾸는 디지털 아트 속의 사이보그'로 남게 됐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꿈꾸다(Sleeping Beauty Dreams)'는 스타 발레리나의 재능을 소비한듯한 공연이다. 프로그램조차 제공되지 않아서 공연을 감상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 인터미션 때 적지 않은 관객들(주로 중년, 노년)이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