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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 이수임: 줌바 바람난 아줌마
창가의 선인장 (77) Let's Dance!
줌바 바람난 아줌마
내 주변의 지인들은 요리, 재봉질 등 하다못해 얼굴 화장도 매끈하게 잘한다. 그러나 나는 영 타고난 재주가 없는지 딱히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어릴 적 엄마는 사람들 모이는 곳에 가서 ‘잘한다.’며 나서지 말라고 했다. 고달파진다고. 그래서였던가? 친정에 가서도 과일이라도 깎으려면 아버지는 ‘손 빌라 놔둬라.’ 하며 집안일 거드는 것을 말렸다. 지인들도 내가 뭔가 하려고 나서면 ‘놔둬요. 가만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다.’라며 말린다.
교생실습 가기 전 교수님이 절대 붓글씨 잘 쓴다는 소리를 하지 말라던 기억이 난다. 소문이 나면 각급 담임 선생들이 각종 비품, 청소용 버킷부터 시작 오만가지에다 매끈한 글씨체를 써달란다고 하니.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못 해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해서 일 수도 있다. 과연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바텐더다. 이것저것 섞어 술을 만들어 서브하며 사람들과 즐겁게 수다 떠는 것. 낮엔 열심히 작업하다 술맛이 당기는 어스름한 저녁에 술집으로 출근해 돈도 벌고 다른 사람의 삶을 엿듣는 것이다.
춤추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 내가 또 원했던 것은 백댄서다. 앞에 나서서 주인공이 돼서 추면 좋겠지만 조명이 나를 향해 퍼붓는 것은 원치 않는다. 몸매가 받쳐줬다면 주인공 뒤에서 음악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고 싶었다. 춤은 가는 허리선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 특히나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날아다니듯 기분이 좋아진다.
이상하게도 나는 나이를 처먹었는데도 허리 굵기에 아주 민감하다. 얼굴과 키야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이니 포기했지만, 허리선만은 부지런하면 가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배가 나오기 시작하자 큰일 났다면 운동을 심하게 하며 곡기를 조절하다 몸져누운 적이 있다. 아픈 것보다는 배가 나오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며 포기했다. 나온 배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올라와 견딜 수가 없다. 자다가도 옆구리 살이 얼마나 불었나 만져보다 밤잠을 뒤척거리기도 한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사람이다. 즐거움은 지속하지 않을 수 있으니 계속하는 사람이 승자다.’ 어디선가 많이 들은 소리다.
내가 즐기는 춤, 줌바(Zumba)로 다시 도전했다. 유튜브 보고 따라 하며 수시로 흔들다 보니 예전에 운동할 때와는 달리 효과가 났다. 예전엔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느라 오랜 시간 하지 못하고 나가떨어지곤 했다. 줌바는 재미있어 수시로 흔들어대니 뱃살이 흐물거리다 주름이 생기며 가늘어졌다. 배가 푹 꺼질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
그나저나 빠진 살은 다 어디로 가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