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A '양철북' 디렉터스 컷 상영회, 감독+작가와의 대화
감독판으로 20분 복원, 영화 '양철북' 다시 보기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 장-클로드 카리에르 시나리오 작가 MoMA 상영회 재회
The Tin Drum by Volker Schlöndorff
폴커 슐렌도르프(Volker Schlöndorff) 감독의 '양철북(The Tin Drum/Die Blechtrommel) )'은 1979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과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공동 수상했으며, 이듬해엔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쥐었다.
한국이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10. 26) 사건으로 혼란에 빠졌던 시절이다. 부조리한 사회에 저항하며, 성장을 멈추기를 작정한 소년 오스카와 가족의 삶을 통해 독일의 현대사를 그린 영화 '양철북'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즈음해서야 개봉됐다. 그 내용은 그로테스크하며 쇼킹했다. 당시 개봉작은 배급용 편집판으로 러닝타임이 142분이었다.
The Tin Drum by Volker Schlöndorff
'양철북'이 처음 개봉됐을 때 곳곳에서 검열 문제에 부딪혔다. 오스카가 16살 때 가정부로 들어온 마리아와 침대 위 장면이 문제가 됐다. 오스카는 마리아의 배꼽에 셔벳 파우더를 뿌린 후 침을 뱉어 거품이 일 때 빨아먹는다. 그러다가 이불 속으로 들어가 정사하는 장면이 위험수위에 올랐다. 오클라호마주에서는 미성년 성행위 묘사에 관한 외설법에 의해 상영 금지됐으며, 캐나다의 검열위원회에서는 아동 포르노로 상영불가 처분이 내려졌다.
The Tin Drum by Volker Schlöndorff
독일 문호 귄터 그라스(Günter Grass, 1927- )의 1959년 출간 소설 '양철북'은 20년 후 영화로 제작됐고, 40년 후엔 그라스에게 노벨문학상(1999)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50년 후엔 오리지널 버전으로 재편집 되기에 이른다. 마침내 2010년 '양철북'은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에 의해 20분이 추가된 감독 편집판(Director's Cut)으로 디지털 복원됐다. 감독 버전에는 삭제됐던 장면 18개가 새로 삽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The Tin Drum by Volker Schlöndorff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이 '양철북'의 감독 편집판을 5월 11일과 16일 상영한다. 이번 상영회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시나리오 작가 장-클로드 카리에르(Jean-Claude Carrière)의 회고전(5/9-6/16)의 한 프로그램이다. 장 클로드 카리에르는 지난 65년간 루이스 브뉘엘, 루이 말, 밀로스 포만, 장-뤽 고다르, 안제이 바이다, 오시마 나기사, 폴커 슐렌도르프, 필립 카프만, 그리고 줄리안 슈나벨까지 세계의 거장 감독의 작품을 비롯 약 150여편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다. '양철북'의 각색 작업은 슐렌도르프와 카리에르가 공동으로 했다. 11일 상영회엔 큐레이터 조슈아 시겔(Joshua Siegel)의 사회로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이 장-클로드 카리에르와 대화의 시간이 열렸다.
Volker Schlöndorff and Jean-Claude Carrière at MoMA, May 10, 2019
폴커 슐렌도르프(1939- ) 감독은 이전에 사진으로 보았을 때 시가를 피우면 딱 어울릴 것 같은 인상이었는데, 무척 온화하며 지성적이었다. 독일 바이스바덴의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슐렌도르프는 17세에 파리로 이주했다. 소르본대 정치학과를 다니면서 영화학교(Institut des Hautes Etudes Cinematographiques)에서 베르트랑 타베르니에(감독)을 만났고, 그의 소개로 루이 말 감독의 조수가 되었다.
The Tin Drum by Volker Schlöndorff
농부의 아들이었던 장 클로드 카리에르(Jean-Claude Carrière, 1931- )는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이며, 감독이자 배우이기도 하다. 지난해 뉴욕영화제에 줄리안 슈나벨 감독의 빈센트 반 고흐 영화 '영원의 문가에서(At Eternity's Gate)' 기자회견에도 참석했었다. 두 노벨상 수상작가 귄터 그라스와 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1988)이 인정한 87세의 노장이다.
영화 '양철북' 촬영장에서 소설가 귄터 그라스(왼쪽)와 오스카 역의 배우 데이빗 베넨트를 안고 있는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
슐렌도르프와 카리에르는 1965년 루이 말(Louis Malle) 감독의 '비바 마리아!(Viva Maria!)' 제작 때 조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로 처음 만났다. 브리지트 바르도와 잔느 모로가 출연한 코미디였다. 이들은 1979년 '양철북'에서 만나 함께 시나리오를 각색했다. 그러니, 배급자 삭제판으로 잃어버린 20분으로 분노와 실망이 가득했을 법 하다.
실제로 카리에르는 오스카가 엄마와 고모와 책을 읽을 때 상상의 장면에서 누드 여인들과의 광란의 파티에 라스푸틴 역으로 나온다. 40여년 만에 카리에 회고전에서 오리지널 디렉터스 컷 상영회는 두 거장의 우정을 재확인하는 훈훈한 분위기였다.
The Tin Drum by Volker Schlöndorff
그러면, 폴커 슐렌도르프가 감독판으로 편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영화 촬영이 모두 끝난 후 슐렌도르프 감독은 원작자 귄터 그라스에게 가편집판으로 2시간 45분(165분) 버전을 보여주었다. 이때 촬영했지만 아직 프린트되지 않은 장면은 빠졌다. 한편, 배급사 유나이티드 아티스트(UA)에서는 영화관에서 저녁에 2회 상영이 가능하도록 최대 시간인 2시간 15분으로 줄이라고 강요했다. 때문에 슐렌도르프 감독은 기존 편집본에서 30분을 더 삭제했다. 그외 촬영분은 편집은 물론, 볼 새도 없었다고 한다.
The Tin Drum by Volker Schlöndorff
마침내 영화가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었으며, 칸느와 오스카상까지 받아서 상처받은 영화는 영광으로 빛났다. 때문에 굳이 수상작이 완품이 아니었다는 것을 온 세상에 알리며 영예가 실추되기를 원치 않았던 것. 그러다가 2009년 여름, 미사용분 네거티브 필름을 저장하는 랩에서 공간렌탈 계약를 갱신할 것인지, 필름을 처분할 것인지 물어왔다. 슐렌도르프는 30년 후 버려진 필름을 오늘날 다시 본다면 어떨까 궁금해졌다. 먼저 네거티브의 상태는 훌륭했다.
The Tin Drum by Volker Schlöndorff
슐렌도르프는 촬영 때 메모했던 시나리오를 찾아봤다. 다음은 음악이다. 작곡가 모리스 자르의 오리지널 녹음분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다음은 배우들의 목소리였다. 테이프가 훼손되어 새로 더빙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당시 42세가 된 데이빗 베넨트(오스카 역)이 어떻게 12세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이 문제 역시 디지털 프로세스 기술로 해결됐다.
The Tin Drum by Volker Schlöndorff
감독 편집판에는 어떤 장면이 새로 들어갔을까?
오스카 아버지 알프레드 마차라스 역을 맡은 배우 마리오 아도프는 30년 이상 슐렌도르프 감독에게 삭제 장면 때문에 자신의 역할이 훼손됐다고 불평해왔었다. 마차라스는 나치즘에 절대적으로 열광적인 인물이었다. 나치가 오스카를 인간으로서 살 가치가 없다고 분류하며 안락사 명령을 내리자 마차라스는 갑자기 반항한다. 그는 오스카를 데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저항까지 했다. 이 장면에서 데이빗 베넨트(오스카 역)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괴테와 선택적 친화력에 대해 긴 독백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다.
프랑스 샹송가수이자 배우 샤를르 아즈나부르(Charles Aznavour)가 아그네스를 짝사랑하는 유대인 장난감 가게 주인으로 분했다. The Tin Drum by Volker Schlöndorff
또,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파인골드가 나오는 장면을 전부 새로 편집했다. 이로써 단치히의 독일인들이 쫓겨나게 되는 배경을 정확하게 보여주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관객들에게 당시 시대상황을 더잘 이해할 수 있도록 옛날 '타임 마켓' 같은 뉴스필름을 삽입했다. 이로써 영화 '양철북'은 작은 거인 오스카에 관한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현대사에 관한 이야기로, 원작소설과 마찬가지로 서사극이 되었다.
The Tin Drum by Volker Schlöndorff
장-클로드 카리에르에가 밝히는 영화 '양철북'
"'양철북'은 기괴한 소년기를 보낸 오스카의 이야기이자 그를 둘러싼 세계, 도시의 경이로움과 위험함, 나치즘의 등장에 관한 이야기다. 오스카는 폴란드 우체국의 폭력을 목격했다. 그것이 제 2차 세계대전의 첫 발사였다. 전쟁은 이전에 보여지지 않았던 방식의 드라마와 광끼로 펼쳐진다. 이 영화는 단치히 중하 계층의 사소한 일상, 공포와 때로는 어떤 장엄함까지에 관한 리얼리스틱한 작품이다. 이와 동시에 검은 불빛이 교외의 거리, 작은 가게, 단조로운 일상으로 바뀌는 환상적이면서도 야만스러운 영화다. 그리고, 이 영화는 자신의 분노를 두드려내는 놀라운 드러머 오스카, 거인들 사이에서 소인으로 남기로 작정한 오스카에 관한 이야기다."
The Tin Drum
Thursday, May 16, 1:30 p.m.@The Museum of Modern Art
https://www.moma.org/calendar/events/5503
양철북 The Tin Drum
작가 귄터 그라스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영화는 원작의 3부에서 1, 2부까지만 각색했다. 소설에서 3부는 30세가 된 오스카가 정신병원에서 회상하는 서독 피난생활을 담았다.
1899년 폴란드 단치히의 감자밭에서 오스카의 할머니 안나가 경찰에 쫓기는 방화범을 치마 밑에 숨겨 구해준다. 안나는 그와의 사이에 아그네스를 낳고, 아그네스는 독일인 마체라트와 결혼해 오스카를 낳았다. 하지만, 아그네스는 폴란드계 사촌 얀과 외도를 하고 있다. 이 부도덕한 광경을 목도한 오스카는 세살 때 성장을 멈추기로 결심하고 스스로 지하계단에서 추락한다. 지적 능력은 어른이지만, 몸은 아이로 남은 오스카는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분노를 양철북을 두두리며 푼다. 그가 소리를 지르면, 주변 유리가 깨지는 초능력을 갖게 된다. 오스카는 전쟁과 나치즘이 태동하는 것을 목도하며 성적으로 눈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