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728)
- 강익중/詩 아닌 詩(83)
- 김미경/서촌 오후 4시(13)
- 김원숙/이야기하는 붓(5)
- 김호봉/Memory(10)
- 김희자/바람의 메시지(30)
- 남광우/일할 수 있는 행복(3)
- 마종일/대나무 숲(6)
- 박준/사람과 사막(9)
- 스테파니 S. 리/흔들리며 피는 꽃(49)
- 연사숙/동촌의 꿈(6)
- 이수임/창가의 선인장(149)
- 이영주/뉴욕 촌뜨기의 일기(65)
- June Korea/잊혀져 갈 것들을 기억하는 방법(12)
- 한혜진/에피소드&오브제(23)
- 필 황/택시 블루스(12)
- 허병렬/은총의 교실(101)
- 홍영혜/빨간 등대(70)
- 박숙희/수다만리(66)
- 사랑방(16)
(435) 김호봉: 전원도시의 불청객
Memory <5> We Moved to the Garden State, but...
전원도시의 불청객
Hobong Kim, dream desire oblivion 24x48 inch, Oil on canvas, 2019
이번 다섯번째 컬럼은 뉴저지의 아파트 생활 중 겪었던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해 본다. 누구든지 한번쯤 미국 생활하면서 겪어봄 직했을 것이다. 맞닥뜨리기 싫어도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직면해야만 하는 현실~ 사실 세계어디에나 있는것인데 ㅎㅎ 말하기엔 좀 꺼림찍하지만. 우리 부부는 전원도시에 살고싶어 이곳으로 이주를 했는데 말이다.
맨하탄을 떠나 조지워싱턴 브릿지를 건너 5분정도가면 팰리사이드 파크 (Palisades Park) 타운이 있다 이곳은 뉴저지에서 가장 한인 이민자들이 밀집되어있는 곳, 뉴욕 퀸즈에 있는 플러슁(일명 훌라동)과도 비슷한 곳인데 꽤 한인가게들과 그 주변에 한인들이 많이 거주한다. 그래서 이 타운을 지나다 보면 여기가 한국인가 할 정도로 한글 간판들이 여기저기 걸려있고 아이템도 다양하다. 모든 것들이 이곳에 다 있어 이 주변에 살면 불편할 것이 하나도 없다. 영어를 굳이 하고싶어도 할 수가 없는 곳 ㅎㅎ 그러니 어지간하면 나이드신 분들은 주변으로 이사해서 좀 편히 지내시기를 원하는 동네다.
따라서 한인들이 집중되다보니 아무래도 부동산이 들썩들썩한다. 렌트비는 물론이고 상가건물이나 주택을 구입시 가격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승하는 이른바 부동산 경기가 활발한 것이기도 하다. 이 거리를 언뜻 봐도 외모는 한국의 80년대의 모습 정도라고 할까 (이건 나의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임). 건물 자체가 오래되어 다시 재건축되지 않으면 그 자체로는 앞쪽의 간판을 지금의 한국처럼 그럴싸하게 꾸민다해도 뒤편으로 가보면 오래된 뒷태가 눈에 거슬리기도하는 분위기다. 어찌됐건 한인들에겐 아주 편리한 점들이 많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리테일 상점들이 이곳으로 모여든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만만치 않듯이 엊그제 들어온 가게가 얼마 지나면 없어지고 다른 상점들이 입주하서 그 가게 어디로갔지? 여기쯤에 있었는데 하면서 갸우뚱할 때도 종종 있다. 그많큼 롱런하기가 쉽지않다는 얘기가 된다.
요새는 한국 왕래가 활발해 의류나 음식 등이 세련되고 맛나지 않으면, 금방 소비자들이 느껴 생존율을 높이기엔 쉽지가 않다. 특히 젊은이들의 트렌드에 맞춰지지 않으면 말이다. 이곳 거리를 느린 속도로 차로 지나가도 10분도 채 안걸리는 정도의 작은 곳이다. 하지만 한국 슈퍼마켓 대형업체들이 여러개 있어 서로 피튀기는 경쟁을 하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마운 요소이기도 하다. 멀리 떨어져사는 한인들도 차로 한시간 이상 걸려 장을 보러와 그 짧은 거리에 트래픽이 많을 정도, 이 정도로 이 타운을 소개해봤다.
이곳에 우리는 몇 타운을 걸쳐 이사를 왔다 뉴저지에 온지 10년도 안된 때였는데 몇번을 이사를 해서 그땐 이사를 우습게 생각했다. 가지고 있는 물건이 많치 않았을 때니 수월하게 옮기곤했다. 지금 현재 이사를 생각한다면 대형 트럭을 두대 정도는 불러야할 정도로 살림살이가 엄청나게 늘어 생각하고 싶지않다. 우리 부부도 편한 이민생활로 돌입하기 위해 작은 원베드룸 하나를 렌트했다. 그 당시는 지금보단 렌트비가 저렴한 편이고 교통편도 좋은 위치라 바로 앞에서 버스를 타면 맨하탄까지 안막히면 30분 정도로 아주 편리한 위치였다. 삼층 건물의 삼층이었는데 둘이 살기엔 좁진 않은 공간이었다. 한 2년 가까이 산 것같다.
한 일년 되가는 즈음에 부억에서 기어다니는 벌레를 발견하였는데 다름아닌 바퀴벌레다. 이게 어디서 왔는지 우린 더럽게 쓰지않는데 (체질상 더러운 건 못참음 ^^) 알고보니 그 주변의 어느 곳에 일단 침입을 하면 그 건물자체는 장악된다고 주변사람들이 말한다. 참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 아내가 기겁을하고 이사가야 된다고 하였지만 그래도 아파트 계약기간이 있으니 한번 좀 참아보고 버틸 수 있으면 버텨보자라고 달랬다. 그리곤 몇일 지났는지 모르지만 한밤중에 난 이놈들을 피부로 느껴야 하는 역겨운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난 매트레스를 방바닥에 놓이고 그 위에서 자는 옛날 스타일이어서(아내는 좀 높이가 있는 프레임화된 침대를 선호하지만) 또한, 이사를 그동안 여러번 해서 프레임 침대를 사용하는 것도 부담이 되고, 아내도 동의하고 해서 우린 이렇게 자는 것에 익숙해져 갈 때였다. 하지만 한밤중의 그놈들의 습격을 받은 후론 완전 다른 상황이 되었다.
디테일하게 말하자면 이렇다. 자는 동안 얼굴에 뭔가가 지나가는 느낌을 받아 잠을 깨고 일어나 불을 키니 순간적으로 확! 먼가가 달아나는 것이다. 뒷태를 보니 분명 그놈이 틀림없다. 다행인것은 내 얼굴이었으니 ㅎㅎㅎ, 그 사건이 있은 후론 잠을 깊게 들 수가 없었다. 이러다간 불면증으로 우린 계속 시달릴 것같았다. 물론 건물 매니저에게 말해서 소독을 대대적으로 하긴했으나,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어서 불안감은 가시질 못했다. 우린 할 수 없이 좀 더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침대 세트를 사서 높이를 높여 조금이라도 습격에 최소한 피해를 줄여보기로 하고 구입했다.
그후 얼마 동안은 심적으론 조금 나아지는듯 했으나 결국은 또 다시 당했다. 물론 잘 때 당한 것이 아니라 불행중 다행이지만 말이다. 대낮 방에 나타난 그놈을 마주하고 이미 준비되있던 킬러 스프레이로 확 뿌려 출구쪽으로 유인해서 복도로 몰아갔다. 그런데 이놈이 날아서 나에게 반격을 해오는것이 아닌가! 그때의 소름은 이유우~. 이런! 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높은 침대도 필요없다는 아주 쉬운 결론이 나온다. 망했다. 알고보니 그놈의 정체는 바퀴벌레의 일종인 영어로 water bug라 한다. 이놈들은 날개도 있어 나는 건 당연한 건데 미처 알지못해 우리 전략은 무용지물 ~ ㅠㅠ 앞으로 어찌할고~ 아직도 계약 종료가 일년 가까이 남아있는데 말이다.
김호봉/화가, Artcomcenter 대표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 졸업 후 주요 미술 공모전 등에서 여러차례 수상했다. 뉴욕대학 대학원에서 Studio Art를 전공하면서 비디오 아트에 매료되어 졸업후 수년간 비디오 작업을 하며 전시를 했다. 이후 뉴저지로 건너와 평면작업으로 이어져 수차례 개인전과 단체전을 가졌으며 현재는 코리안 커뮤니티센터와 개인스튜디오 아트컴센터(Artcomcenter)에서 성인들과 학생들을 가르치며 작업하고 있다. https://www.artcomcent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