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뮤지션 제이슨 모란(Jason Moran) 휘트니뮤지엄 개인전(9/20-1/5, 2020)
제이슨 모란: 휘트니뮤지엄으로 간 재즈 피아니스트
Jason Moran
Sep 20, 2019–Jan 5, 2020@Whitney
Jason Moran,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뮤지엄(MUSEUM)은 예술적, 문화적, 역사적, 과학적으로 중요한 유물을 수집하는 기관이다. 미술관(Art MUSEUM)은 미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21세기 미술과 다른 장르 예술의 경계는 해체되고 크로스오버가 성행한다. 2019년 미술의 메카 뉴욕의 뮤지엄들도 타 장르를 흡수하는 탄력성을 발휘하고 있다.
쥬이시뮤지엄은 가수 레오나드 코헨의 회고전 'Leonard Cohen: A Crack in Everything'(4/12-9/8)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록큰롤 악기 특별전 'Play It Loud: Instruments of Rock and Roll'(4/8-10/1)을 열고 있다. 청각예술의 시각화가 공감각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Jason Moran,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휘트니뮤지엄(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은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제이슨 모란(Jason Moran)을 초대해 음악을 포용하는 미술관으로 첫 행보를 시작했다. 제이슨 모란 개인전 'Jason Moran'이 9월 20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휘트니 건물 8층에서 열린다. 메트뮤지엄이 케냐 출신 여성작가 왕게치 무투(Wangechi Mutu)의 청동조각 4점으로 건물 외관을 혁신적으로 재단장한 것. 구겐하임이 지난해 사이몬 리(Simone Leigh)에게 휴고보스상을 시상하고 개인전을 여는 것과 맥락이 통하는, 블랙 아티스트에 헌정하는 전시다.
한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오는 23일 찰스톤의 흑인 이야기를 다룬 조지 거쉰 작곡 오페라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로 2019-20 시즌을 개막한다. 그리고, 내년에는 메트 오페라 136년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작곡 오페라를 공연한다. 작곡가는 다름 아닌 재즈 트럼펫주자 테렌스 블랜차드(Terence Blanchard). 흑인 아티스트 전성시대다.
화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는 1947년 컬러풀한 종이 컷아웃(cutout) 콜라쥬 작품집을 재즈(JAZZ)라는 타이틀로 냈다. 제이슨 모란은 재즈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이자 미술가이기도 하다. 예전에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모란은 퍼포먼스 아티스트 조안 조나스(Joan Jonas), 애드리안 파이퍼(Adrian Piper), 카라 워커(Kara Walker), 캐리 매 윔스(Carrie Mae Weems)를 비롯 로나 심슨(Lorna Simpson), 글렌 리곤(Glenn Ligon), 스탠 더글라스(Stan Douglas), 아담 펜들톤(Adam Pendleton), 테아스터 게이츠(Theaster Gates), 줄리 메레투(Julie Mehretu), 라이언 트레 카틴(Ryan Trecartin), 리찌 피치(Lizzie Fitch) 등 여러 미술가들과 협연해왔다.
Jason Moran,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Jason Moran,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제이슨 모란은 실험적으로 사운드와 이미지를 교접한다. 콘서트 공간과 조각, 연주와 퍼포먼스 아트, 드로잉과 악보의 연관성 등을 탐험해왔다. 2015 베니스 비엔날레에 전시했던 믹스드 미디어 '세트(set)' 설치작 '스테이지드(STAGE)' 시리즈 '사보이 볼룸(Savoy Ballroom 1)'과 쓰리 듀스즈(Three Deuces, 2015)'과 신작 '슬러그스 살롱(Slugs’ Saloon, 2018)'은 뉴욕에 사라져간 재즈 클럽에서 영감을 받아 재현한 오마쥬 작품이다.
제이슨 모란의 설치작 'STAGED' 시리즈 세점
# Jason Moran, STAGED: Three Deuces, 2015
'쓰리 듀스즈'는 한때 재즈 클럽이 운집했던 MoMA 인근 52스트릿에 자리했던 비밥재즈 클럽이다. 전설적인 트럼펫주자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와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 색소폰주자 찰리 파커(Charlie Parker), 드러머 맥스 로치(Max Roach) 등이 연주했다. 1940년대 쓰리 뉴스즈의 재즈 뮤지션들은 춤을 위한 음악이 아니라 음악을 위한 연주, 즉흥 연주를 시도하면서 재즈의 품격을 높이게 된다. 제이슨 모란은 여기에 스타인웨이 스피로(Steinway Spiro)를 설치해 피아노가 모란의 연주를 자동으로 연주한다.
# Jason Moran, STAGED: Savoy Ballroom 1, 2015
사보이 볼룸은 1920년대 중반부터 1950년대말까지 할렘(레녹스 애브뉴, 140 & 141스트릿)에 자리했던 클럽으로 빅밴드 재즈와 스윙 연주자들이 전성기를 누렸다.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듀크 엘링컨(Dukie Ellington), 재즈 싱어 엘라 피츠제랄드(Ella Fitsgerald)가 활동했던 무대다.
제이슨 모란은 사보이 볼룸에서 영감을 받아 네덜란드제 왁스 프린트 원단을 사용했다.
# Jason Moran, STAGED: Slugs’ Saloon, 2018
달팽이 살롱은 1964년부터 1972년까지 다소 험악했던 이스트빌리지(3스트릿, 애브뉴 B&C)에 자리했던 재즈 클럽이라기 보다는 술집이다. 봅 톰슨(Bop Thompton)의 벽화에 색색 조명이 있던 이 바에는 알버트 아일러(Albert Ayler), 재키 맥클린(Jackie McLean), 선라의 아케스트라(Sun Ra’s Arkestra), 파라오 샌더스(Pharoah Sanders), 세실 테일러(Cecil Taylor) 등 프리 재즈, 실험음악가들이 몰려들었다. 제이슨 모란은 두개의 대형 거울, 나무 바닥에 빈티지 피아노와 드럼세트와 불리처 아메리칸 II 주크 박스를 설치했다. 아래의 톱밥 바닥에는 의자를 넘어뜨렸다.
Jason Moran
제이슨 모란은 1975년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태어났다. 투자은행가였던 아버지는 모타운 레코드부터 아방가르드 재즈까지 레코드를 1만여장 이상 수집한 음악광이었고, 엄마는 문화적 소양을 키워준 교사였다. 휴스턴의 공연시각미술고교 재학시절 재즈 밴드를 결성해 활동했다. 맨해튼 음대에서 재즈 피아노를 전공했으며, 2010년 맥아더 펠로쉽을 수상했다. 2003년 트리오 '밴드웨이곤(Bandwagon)'을 결성해 웨스트빌리지의 재즈클럽 빌리지 뱅가드에서 녹음했다. 2014년부터 워싱턴 D.C. 케네디센터의 재즈프로그램 예술감독으로 일해왔다. 메조 소프라노 알리시아 홀과 결혼해 쌍둥이를 두었다.
Jason Moran,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전시 기간 중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7시엔 'Jazz on a High Floor in the Afternoon' 프로그램에서 콘서트가 열린다. 전시는 8층에서 진행되어 비디오를 보며 재즈를 감상하고, 옆의 카페와 테라스를 오가면서 색다른 뮤지엄 나들이를 하기에 좋다.
이 전시는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의 워커아트센터(Walker Art Center, 4/26-8/26, 2018)에서 시작해 ICA 보스턴(Institute of Contemporary Art/Boston, 9/19-1/21, 2019),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웩스너 미술센터(Wexner Center for the Arts, 6/1-8/18, 2019)를 거쳐 휘트니뮤지엄(9/20-1/5, 2020)에서 마감되는 순회전이다.
*쿠바 출신 여성작가 카르멘 헤레라(101) 휘트니 데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