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ater
2020.01.14 01:03
라스 프리다스(Las Fridas):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관계 탐구 무용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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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냉정과 열정 사이
마크 드가르모 연출 2인 무용극 '라스 프리다스(Las Fridas)'
코끼리와 비둘기, 1931년의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왼쪽). "Las Fridas" directed by Mark DeGarmo
당대 멕시코의 파워 커플이었던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와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 1886-1957)는 대조적이며, 관계는 극적이다. 먼저 디에고는 프리다보다 21살 연상이었고, 몸무게는 무려 200파운드가 더 무거웠다. 프리다는 5피트 3인치에 100파운드에 불과한 왜소 체형이었지만, 디에고는 6피트에 300파운드의 거구였다. 그래서 프리다의 엄마는 이들의 결혼에 대해 '코끼리와 비둘기의 결합'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브루클린뮤지엄의 프리다 칼로 특별전. Frida Kahlo: Appearances Can Be Deceiving, Brooklyn Museum
소아마비에 신체 장애자였던 프리다는 자화상을 즐겨 그렸고, 황소같은 스태미나의 디에고는 대규모의 벽화가 전문이었다. 이들은 1929년 결혼 후 10년만에 이혼했다가 1년만에 다시 재혼하는 영화같은 삶을 살았다. 프리다 칼로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면서 그림으로 승화한 아티스트였다. 오늘날 아웃사이더들의 우상이며, '프리다 매니아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그녀의 삶은 영화, 연극, 오페라로도 제작됐고, 소설과 바비인형까지 나왔다.
"Las Fridas" directed by Mark DeGarmo
맨해튼 브로드웨이 극장가에서 멀리 떨어진 로어이스트사이드의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 댄스 스튜디오에서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관계를 조명하는 무용극(dance-theater) '라스 프리다스(Las Fridas)'가 1월 9일부터 13일까지 공연됐다. 마크 드가르모(Mark Degarmo)가 안무와 연출을 담당하고, 직접 디에고 리베라로 분했다. 프리다 칼로 역은 마리 베이커-리(Marie Baker-Lee)가 맡은 2인극, 즉 Pas de deux다.
프리다 칼로는 47세에 세상과 이별했다. 멕시코 출신 안무가 마크 드가르모는 "프리다 칼로가 47세 이후로 살았더라면?"하는 가정에서 2인극을 시작한다. 무대엔 미술관이 된 프리다 칼로의 고향집 '블루 하우스(La Casa Azul)'을 떠올리는 파란색 병풍에 열대 화초가 설치되어 있다. 그 앞에는 벤치가 놓여있고, 병풍 중앙의 창에는 노인의 손을 클로즈업한 비디오가 흐른다.
마크 드가르모는 1부와 2부를 각각 8개의 에피소드로 나누어서 무언극의 춤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1화에선 핑크와 블루가 대조적인 민속 의상 차림의 프리다와 검은색 양복에 눈썹을 짙게 그린 디에고가 등장해 벤치에 앉는다. 이들이 잡은 손은 애정의 손길, 화가라는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료의식, 함께 늙어가는 동병상련적인 감정의 교류같다.
"Las Fridas" directed by Mark DeGarmo
러시아에서 망명한 레온 트로츠키와와 친했던 이들 부부는 사회주의자들이었다. 프리다가 휘두르는 붉은색 천은 공산주의('레드')의 상징이자 이 커플의 열정을 은유하는듯 하다. 비바람이 치고, 비명을 지르고, 폭력을 행사하고, 열애를 하면서도 해골 목걸이와 베개로 보여주는 죽음의 그림자를 떨칠 수 없다. 프리다와 디에고는 일본의 절제의 춤 부토(舞踏, Butoh)처럼 움직이다가 왈츠를 추고, 바닥에서 구르며, 감정을 표현한다.
프리다 칼로는 페미니스트이자 동성연애자이기도 했다. 민속의상을 벗어 던지고, 검은색 양복을 입고 등장한 프리다는 주머니와 몸 안에서 붉은 스카프를 빼내서 던져버린다. 붉은색 천은 두 화가의 갈등을 촉발시키는 줄다리기의 줄이 되기도 한다. 결국 프리다와 디에고는 카톨릭의 미사보천으로 온몸을 가리고, 순결한 신앙인, 순수의 시대로 회귀한다. 그리고, 디에고는 프리다와 이별을 준비한다.
붉은색 스카프와 쉬트, 카펫은 열정, 피, 공산주의를 모두 함축하고 있는듯 하다.
마크 드가르모는 프리다 칼로나 디에고 리베라의 그림 대신 세트와 소도구, 춤과 음악으로 이들의 열정적인 관계와 죽음이라는 숙명을 탐구한다. 1부의 창 비디오는 노인의 손이었고, 2부에선 욕조의 발을 클로즈업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불타는 이미지다.
'라스 프리다스'는 마크 드가르모가 상상한 프리다 칼로의 노년 스토리를 무언의 춤, 연극, 비디오, 그리고 음악으로 블렌딩한 실험공연이라는 점에서 신선하다. 2015년 '라스 프리다스' 뉴욕 초연 때 프리다 역의 배우가 갑작스럽게 아픈 바람에 프리다 역을 남성이 맡은 적도 있다. 칼로 프리다는 어느 한가지로 정체성을 규정될 인물이 아니므로 성유동성(Gender Fluidity)까지 포괄할 수 있는 드라마틱한 캐릭터가 됐다. 1월 9일-13일. 60분. http://markdegarmodance.org
Photo: Wikipedia
공연장 마크 드가르모 댄스(Mark DeGarmo Dance) 스튜디오가 자리한 건물은 1897년 찰스 B. J. 스나이더가 네오 고딕 양식으로 설계한 빌딩으로 공립학교(P.S. 160)로 사용되었다. 1970년대 화재로 학교가 철거되었다가 1981년 라틴계 주민 교육기관으로 사용되었다. 1993년 푸에르토리코 출신 시인 에드 베가, 우루과이 배우 넬슨 랜드리유,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배우 마테오 고메즈가 '클레멘테(The Clemente)'를 창립한 후 건물 내에 4개의 소극장, 2개의 갤러리, 그리고 거주작가 스튜디오를 두고 운영해오고 있다. '위안부' 시리즈의 이창진씨가 현재 레지던시 작가로 입주해 작업하고 있다. http://www.theclemente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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