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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일가, 빌 클린턴, 빌 게이츠, 조지 클루니의 테이블 

52스트릿 '재즈 거리'에 살아남은 레스토랑 21 Club


the-21-club-new-york-city-cwj61h.jpg 21클럽 입구의 경마 기수들


한국의 영화잡지 '시네21', 한인이 소유한 캐주얼 의류 브랜드 '포에버 21', 뉴욕엔 할인 백화점 '센추리 21'이 있으며, 가수 아델(Adele)은 앨범 '21'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보다 훨씬 전인 1922년 맨해튼 미드타운에는 고급 식당 '21클럽(21 Club, 21 West 52nd St.)'이 문을 열었다. 이름은 '클럽'이지만, 누구나 환영하는 레스토랑이다. 단, 청바지는 금물이며, 남성은 반드시 재킷을 입어야 한다.


21 클럽은 좀 구식이지만, 특별한 날, 기억에 남을만한  식사에 한번쯤 가볼만한 레스토랑이다. 지난해 11월 15일, 도날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후 뉴욕에 돌아와 21클럽에서 식사를 했다고 보도됐다. 자신이 살고 있던 트럼프 타워에서 5블럭 떨어져 있으며,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 때부터 단골인 트럼프는 테이블 11을 차지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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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21 다이닝룸(Bar Room)의 유명인사들이 좋아하는, 좋아했던 테이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한 블럭 남쪽의 52스트릿(5-7애브뉴)은 한때 '재즈의 거리' 'Swing Street'였다. 1933년 금주법이 철폐된 후 1950년대까지 이 거리엔 재즈 클럽이 홍수를 이루었다. 브로드웨이 극장가와 CBS 스튜디오에 인접해 클럽에서 연주하는 것도 편리했다. 마일스 데이비스같은 재즈 전설을 비롯, 해리 깁슨, 디지 길레스피, 빌리 할러데이, 델로니우스 몽크, 찰리 파커 등이 52스트릿 재즈 클럽에서 연주했다. 21클럽도 재즈 뮤지션들의 연주를 볼 수 있는  클럽의 하나였고, 유일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서며 재즈 클럽은 차례로 문을 닫았고, 할렘과 맨해튼 곳곳으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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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5월 1일 자 뉴요커 표지에 등장한 '52스트릿 재즈 거리'(위). 1948년 52스트릿. Photo: William P. Gottlieb/Wikipedia


21클럽은 미국 정부가 국민의 음주 습관을 통제하던 금주법 시대(Prohibition, 1920-33) 중인 1922년 잭 크라인들러와 찰리 번즈가 그리니치빌리지에 오픈했다. 이때 이름은 'Red Head'. 이어 워싱턴 플레이스의 지하, 49스트릿으로 옮기며 이름을 바꾸었다가 1929년 록펠러센터가 건축되면서 지금의 52스트릿으로 이전하며 '잭과 찰리의 21(Jack and Charlie's 21)'로, 이후 '21클럽'으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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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21 Club


금주법 시대엔 알콜음료의 생산, 운송, 판매를 금지했지만, 불법으로 밀주를 공급하던 식당(speakeasy)들이 꽤 있었다. 21클럽도 그중 하나였다. 경찰의 수차례 단속에도 술을 재빨리 숨기는 재량으로 주인들은 한번도 체포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 당시의 비밀 와인 창고는 지금도 와인셀러로 운영되며, 20명의 고객이 회식을 할 수 있는 공간(사진 위)이라고.



108.JPG 천장의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


이 와인 셀러에서 존 F. 케네디,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대통령을 비롯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마릴린 먼로, 주디 갈란드, 소피라 로렌, 조안 크로포드, 진 켈리, 소설가 어네스트 헤밍웨이, 선박왕 아리스토틀 오나시스, 철도왕 밴더빌트 가문의 손녀이자 앵커 앤더슨 쿠퍼의 엄마인 글로리아 밴더빌트 등 파워 엘리트들이 이 와인셀러에서 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FDR부터 도날드 트럼프까지 미 역대 대통령 중 21클럽에 오지 않은 대통령은 조지 W. 부시뿐이라고. 하지만, 부시는 대통령이 되기 전 21에서 식사하던 중 아버지가 로날드 레이건의 러닝메이트로 선택되었다는 뉴스를 전해들었다.   


할리우드 영화 '이브의 모든 것(All ABout Eve)' '이창(Rear Window), '월 스트릿' '원 파인 데이(One Fine Day)' "섹스 앤더 시티' 등 수많은 영화들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113.jpg 메뉴판 뒤.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


글로벌 시대, 1995년 21클럽은 영국의 호텔/크루즈 운영 그룹 오리엔트-익스트레스 호텔 산하로 들어갔다. 남성은 넥타이&재킷이 필수였다가 2009년 1월 재킷만 필수가 됐다. 재킷 차림이 아니며, 21클럽이 준비한 재킷(랄프 로렌, 휴고 보스, 마이클 코스 등)을 입고 들어가야 한다. 


21클럽의 입구 발코니엔 경마 기수(jockey ) 인형 33명이 줄지어 서서 환영한다. 1930년대 경마용 말을 소유했던 부유한 고객이 기증한 것으로 입구 안쪽에 두명이 더 있다. 내부의 다이닝룸 공간 천장은 장난감 가게같다. 모형 비행기, 미니 요트, 헬멧, 축구공, 럭비볼, 미니 트럭 등 고객들이 기증한 앤틱 장난감과 스포츠 기념품들이 빼곡하게 매달려 있다.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 백화점의 천장같다. 순수의 시대, 동심을 갈구하는 인테리어인지는 모르겠으나, 처음엔 떨어질까봐 불안감이 생겼다. JFK 등 고객들이 기증한 '장난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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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ner at 21 Club


아주 오래 전 21클럽의 대표 메뉴인 버거‘21’ 비프 카르파치오, 21 시저 샐러드를 맛보았다. 보통 햄버거 빵이 아니라 프랑스의 부드러운 브리오쉬빵에 양파조림이 들어간 버거. 얄팍한 육회 카르파치오는 입에서 살살 녹았고, 직접 파미자노 치즈 통을 가져나와 제공하는 시저 샐러드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너무도 미국적이며, 마초풍 스테이크 하우스처럼 느껴졌다. 지난해 5월 켄터키 더비 경마대회 때 이벤트에 다시 가보았다.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후 21클럽에서 식사했다는 뉴스에 가고싶지 않았던 식당이었지만, 오래 전 친구와의 약속으로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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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피타이저 위부터 Foie Gras Terrine fig and hazelnut chutney, petite greens, toasted brioche, Jumbo Shrimp Cocktail, Clayton's Jumbo Lump Crabmeat traditional mustard sauce


애피타이저 푸아그라는 브리오쉬 빵과 함께 나왔는데, 특별하지 않았다. 왜 아메리칸 레스토랑에서 프랑스 요리를 시켰던지 후회스러울 정도. 짜장면 시켰더니 친구의 짬뽕이 더 맛있어 보이는 것처럼 후회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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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akeasy” Steak Tartare mesclun greens, truffle vinaigrette, toast points 


21클럽의 명물이라는 '스피크이지' 스테이크 타르타르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월 스트릿'에서 마이클 더글라스가 찰리 쉰을 교육시키면서 삶에 세련된 것들로 21클럽의 스테이크 타르타르와 비싼 정장 이야기를 한다. 한식 육회와 유사한데, 거의 햄버거 사이즈로 양이 많다. 


웨이터가 주문받을 때 맵기 정도를 묻는다. '맵게 해달라'고 요청하니, 계란, 마요네즈 약간, 올드베이 파우더가 매콤하게 들어갔다. 육질은 최상이었지만, 배가 곁들여진 상큼하고, 달착지근한 우리의 육회맛에는 못 미쳤다. 양이 많은데다가 좀 느끼해서 메인디쉬지만 다 먹기 힘들 정도였다. 게다가 토스트까지 나왔다. 식전 빵, 푸아스라의 브리오쉬에 또 토스트까지. 완전히 재난성 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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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er Cut Filet Mignon Served with pommes duchesse, watercress, beurre maître d’ and red wine jus


친구가 시킨 필레미뇽은 육질이 부드럽고, 식감이 고소했다. 피터 루거는 메뉴에 필레미뇽이 없고, 갤러거 스테이크하우스보다 한등급 위, 뉴욕에서 맛본 최고의 필레미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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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레 미뇽 위에는 버터, 파슬리, 마늘, 레몬을 믹스한 메트르 디 버터(beurre maître d’)가 올려졌다. 옆에는 매쉬드 포테이토에 황란, 소금, 후추, 넛멕을 섞어 구운 후 한국식 호두과자처럼 예쁜 모양의 뽐므 뒤세즈(pommes duchesse), 물냉이(watercress)를 곁들였다. 레드와인 소스에 사이드로 야생버섯 볶음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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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Saint-Domingue Chocolate Soufflé(왼쪽)와 Profiterôles toasted almonds, chocolate sauce, vanilla ice cream. 


21클럽 로고가 새겨진 디저트 초콜릿 수플레는 버본이 가미되어 진하고, 깊은 맛으로 흡족스러운 피날레였다. 인근 프랑스 식당 베누아(Benoit)와 라 그레누이(La Grenouille)처럼 수플레는 잘 했다.


다니엘 불루의 DB 비스트로 모던 럭셔리 햄버거엔 푸아그라, 트러플이 들어가지만, 미국 최초로 럭셔리 버거는 1940년대 21클럽에서 내놓은 '21 버거'다. 갈비(short rib)을 포함 3종의 부위를 혼합한 패디를 넣은 버거에 피클, 토마토, 그릴드 오니온과 스페셜 21소스가 나오며, 치즈(체다 & 블루치즈)는 선택이다. 시저스 샐러드는 예전에 파미자노 치즈 통째로 가져와 로마노 상치 위에 뿌려주었다. 


21-club.png Photo: 21 Club


도날드 트럼프의 '황제식 식사'는 웰단 21버거에 아메리칸 치즈를 올리며, 사이드로는 버진 블러드 메리 칵테일, 아이스티나 다이어트 콜라를 주문한다고. 멜라니아 트럼프는 크리미 치킨 해쉬(creamy chicken hash)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21클럽은 런치 3코스($42), 극장 전(pre-theater) 3코스($48)도 제공한다. 총괄 셰프는 실베인 델피크(Sylvain Delpique), 패이스트리 셰프는 이쿠마 모토키(Ikuma Motoki). *메뉴 https://www.21club.com/web/onyc/menus.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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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CLUB                   

21 West 52nd St.

212-582-7200

https://www.21cl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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