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과 나 (3) 미슐랭 스타 제주누들바(Jeju Noodle Bar)의 오너셰프 더글라스 김(Douglas Kim)
코로나19...불확실성의 시대
미슐랭 1스타 제주 누들 바 오너셰프 더글라스 김(Douglas Kim)
셰프 더글라스 김(Douglas Kim, 김주언, 42)의 경력은 화려했다. 미요리학교(Culinary Institute of American)에서 수학한 후 뉴욕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퍼세(Per Se)와 셰프즈 테이블 브루클린 페어(Chef's Table at Brooklyn Fare), 그리고 노부 크루즈(Nobu Cruise)에서 수련한 바 있는 그는 2017년 여름 그리니치빌리지의 라면 전문 식당 제주 누들 바(Jeju Noodle Bar)를 오픈했다.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의 걸작 '나이트호크(Nighthawks, 1942)'의 배경으로 알려진 그 건물 1층에 자리 잡았다. 맨해튼의 기존 일본 라멘집과 차별화한 메뉴로 2019년 미슐랭 1스타를 받았다.
그후 제주 누들 바는 순항 중이었다. 지난 16일 코로나19으로 식당 영업을 중단하기 전까지는. 더글라스 김은 뉴욕 매거진(New York Magazine)의 Grub Street에 코로나19로 인한 극적인 변화와 그의 식사 메뉴를 일기체 형식으로 기고했다. 에세이는 3월 13일의 금요일 아침 식사부터 시작한다.
Jeju Noodle Bar, NYC
# 3월 13일 금요일
콜레스테롤 때문에 육류와 유제품을 기피하는 그는 곰부차와 핑크레이디 사과, 이디오피아 원두 커피, 에어프라이에 고구마 구이, 바나나와 귤을 먹었다. 그의 부인이 수퍼마켓이 붐빈다고 해서 뉴저지 동네 근처의 코스트코에 갔더니 아마게돈을 방불케했다. 사람들이 아시안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한인 마켓이 나을 것 같았다. 생수를 사려했는데, 폴란드 스프링같은 브랜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에비앙과 피지를 사갖고 나왔다. 그리고 카페 트롸에서 카프레세 샌드위치를 먹었다. 저녁으로는 한인 마켓에서 코쿠마로 카레 믹스를 사다가 치킨 카레를 만들어 먹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완벽한 쌀밥이며, 그것은 예술과도 같지만 식이요법 때문에 밥을 기피하고 있는 현실이다.
코스트코에서 본 광란의 사재기 현장을 여러번 목격했지만, 자신은 별 걱정해본 적이 없다. 직장(식당)에서 먹기에 쇼핑할 필요도 없었고, 9/11 때 트라이베카의 체임버스트릿 지하철에서 나와 첫 비행기가 충돌하는 것을 봤다. 이번은 그때보다 심각한 것이라 생각한다.
Jeju Noodle Bar, NYC
# 3월 14일 토요일
다음날 그는 좀 비싼 Bio-K+ fermented soy probiotic(망고맛)과 부인의 치아씨앗과 사과를 넣은 토마토 쥬스, 에어프라이에 구운 고구마, 호박씨와 바나나를 먹고, 컬럼비아 커피를 네스프레소에 만들어 더블로 마셨다. 그날 점심은 제주 누들 바로 가서 생선가마(fish collar)와 파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다.
점심 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뉴스를 더 들을 수록 스트레스를 받아서 신라면 생각이 간절해졌다. 스트레스는 더욱 심해졌다. 예약 손님은 급속이 떨어졌고, 취소가 이어졌다. 모든 것이 극적으로 변했다. 금요일에 식당들이 테이블 수를 절반으로 줄여야한다는 지침이 내려왔을 때 정말 스트레스가 만땅이었다. 최소의 스탭으로 일하고 있는데.
현재 식당의 이윤은 무척 적다. 10-15% 수익이 있다면 좋은 비지니스 모델이다. 여기에 테이블을 50% 축소해야 하니 그 영향은 무척 크다. 그래도 그의 식당은 보통 200회전 돌아가므로 다른 식당에 비해 괜찮은 셈이었다. 손실을 보는 것이지만, 이전에서 70-8-%의 감소는 아니었다. 손익분기점에서 약간 낮은 것이었다. 그는 최대한으로 해볼 작정이었다.
그런데, 대규모 레스토랑(대니 마이어의 USHG 등)들이 문을 닫고 있었다. 더글라스 김은 그의 멘토 드류 니에포렌트(Drew Nieporent, *노부, 트라이베카 그릴 등을 소유한 Myriad Restaurant Group 대표)에게 자문을 구했다. 매니저들에게도 물었다. 결론은 모든 이들에게 일자리가 필요하므로 계속 영업한다는 것이었다. 그날 저녁식사는 생선가마 구이, 퀴노아 샐러드로 먹었다.
Edward Hopper(1882-1967), Nighthawks, 1942, Oil on canvas, Art Institute of Chicago
Jeju Noodle Bar, NYC
#3월 15일 토요일
15일 일요일은 정상적으로 시작했다. 토마토, 사과, 치아씨앗 주스, 망고와 네스프레소 커피와 알로에 추출액이다. 그후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 갈 때는 바나나와 고구마를 갖고 간다. 직원들은 오트밀을 먹었다.
더글라스 김은 그날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얼굴빛이 침울했다. 매니저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집으로 가라고 했다. 보통은 늘 식당에 있으므로 음식을 집으로 가져가지는 않지만, 그날은 식당에서 amberjack-radish stew를 들고 귀가했다. 일요일 제주 누들 바는 평균 130-150 회전이지만, 그날은 55에 그쳤다. 급강하다.
그날 밤 드류 니에르폰트가 전화해서 정부가 월요일 오후 8시까지 식당 문을 닫으라는 조치를 내렸다고 전했다. 그주 초에 더글라스 김은 식재료 비용을 줄이기 위해 메뉴를 감축할 예정이었다. 일요일이 되니 그럴 필요조차 없게 됐다. 식당 문을 닫아야 하니까. 그는 수석 셰프와 스탭에게 재고가 있으므로 픽업과 배달을 하자고 말했다. 그것이 그때까지 그들의 계획이었다.
Gochu Ramyun at Jeju Noodle Bar, NYC
#3월 16일 월요일
늘 그대로 같은 식사를 한 후 식당으로 갔다. 픽업과 배달 체계를 세우려했지만, 직원들은 우려를 표했다. 대부분이 아시아권 출신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위협을 느꼈으며,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수석 셰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직원들은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거의 외계인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더글라스 김은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운영을 중단할 필요를 느꼈다. 중국식당을 운영하는 그의 친구와 아들은 좋은 동네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백인 청년들의 공격을 받았다. 2주간 지켜보기로 했다.
배달과 픽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후 전직원들과 모여 앉아 라면 한사발을 먹었다. 그들이 다시 식당으로 돌아올지 모르므로. 그리고, 식당 문을 닫았다.
그날 저녁을 해결해야 했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그가 먹는 것은 로스트 치킨과 샌드위치.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을 때면, 통닭 한마리까지 먹어치울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곳은 TAK Room의 로스트 치킨이다. 수석 셰프와 로스트 치킨을 먹으려 했지만, 그들은 일찍 닫을 예정이라 프라이 치킨을 공짜로 주었다. 싸갖고 집에 가서 먹었다.
Jeju Chicken Wings at Jeju Noodle Bar, NYC
#3월 17일 화요일
제주 누들 바의 문을 닫은 첫날, 여느 아침처럼 먹은 뒤 식당으로 갔다. 식당 근처 웨스트빌리지의 이탈리안 델리 '파치오 이탈리안 스페셜티(Faicco’s Italian Specialties)'에 들렀더니 사람이 15여명으로 붐볐다. 고민하다가 이탈리안 스페셜 샌드위치를 샀다. 비싸지만, 2인분이다. 그가 주문할 때는 항상 고기를 좀 빼달라고 요청한다. 거의 1파운드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식당문을 닫은 후 식습관은 나빠졌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다. 그는 오징어를 튀긴 후 건조 타이거피시와 귤을 먹었다. 그리고, 버건디 한병을 꺼냈다. 그는 특히 샴페인과 가벼운 화이트 와인을 좋아한다. 레드 와인으로는 버건디나 빈티지 보르도를 즐긴다. 사람들은 그가 와인 속물이라 생각하지만.
이번 재난으로 대부분 식당들이 돈을 아예 못벌거나 본전치기를 할 것이다. 다시 복귀할 수 있을지조차 모른다. 더글라스 김도 2년 전 제주 누들 바가 미슐랭 1스타를 받기 전까지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식당 문을 닫을까? 무엇을 위해서? 돈도 못버는데. 매일 조금씩 손해를 보고 있는데. 그때는 운명이 그의 손에 달려있었다. 잘못한 것에 대한 비난도, 걱정도. 그런데, 지금은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 같은 고민이지만, 그가 아무 것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 다르다.
최소한 그에게는 빚이 별로 없다. 그는 오래 전부터 이런 사태를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식당이 만회한 후에는 조달업자와 배급업자들에게 현찰로 지불했다. 렌트는 건물주에게 말했더니 4월치를 반으로 깎아주었다. 겨우 이틀이 지났지만, 이 업계의 모든 이들은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른다. 그들은 모두 침울해있다. "맙소사, 무엇을 해야 하나?" 그 외에는 생각할 수도 없다.
http://www.jejunoodlebar.com
Chef Douglas Kim Doesn’t Know What’s Next “Everything was changing dramatically.”
https://www.grubstreet.com/2020/03/douglas-kim-grub-street-diet.html
*미슐랭 1스타 제주 누들바(Jeju Noodle Bar)
All rights reserved. Any stories of this site may be used for your personal, non-commercial use. You agree not to modify, reproduce, retransmit, distribute, disseminate, sell, publish, broadcast or circulate any material without the written permission of NYCultureBea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