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도로시아 랭(Dorothea Lange)의 대공황기 '레 미제라블'@MoMA(2/9-5/9)
대공황기의 사진가
도로시아 랭의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
Dorothea Lange: Words & Pictures, MoMA
Feb. 9-May 9, 2020@Museum of Modern Art
샌프란시스코 뉴스에 실린 도로시아 랭의 사진/ Dorothea Lange, Migrant Mother, Nipomo, California, 1936
2월 9일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에서 개막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도로시아 랭(Dorothea Lange, 1895-1965)의 특별전 'Dorothea Lange: Words & Pictures'는 코로나19으로 유령도시가 된 뉴욕과 오버랩된다. 도로시아 랭은 특별히 미 대공황기(The Great Depression)의 불행한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지구촌을 뒤흔들며 미술관, 공연장, 레스토랑 등 봉쇄는 물론, 외출도 삼가해야 하는 전대미문의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에 우리는 1929년 미 대공황기를 방불케하는 암흑기를 살고 있다. 뉴욕시에서만 사망자 1만여명, 미국 실업자 1천만명대... 사망자 도로시아 랭의 이름을 널리 알린 흑백사진 '이민자 어머니(Immigrant Mother, 1936)'의 표정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Dorothea Lange: Words & Pictures, MoMA
사실 사진 속의 그녀는 이민자가 아니라 체로키 인디언이었으며, 사진 속의 엄지 손가락이 제거됐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폭로됐다.
MoMA는 굳게 닫혀있고, 언제 재개관할 지 기약도 없다. 이 불확실성 시대에 도로시아 랭의 사진전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나?
Dorothea Lange, White Angel Bread Line, San Francisco, 1933
도로시아 랭은 뉴저지주 호보켄의 독일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맨해튼 로어이스트사이드에서 자랐다. 7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오른쪽 다리의 기능이 마비됐다. 12살 때 아버지가 가정을 버리자 엄마의 성 Lange을 쓰기 시작했다. 고교 졸업 후 사진작가가 되기로 결심, 컬럼비아대에서 클라렌스 H. 화이트에게 사진을 배웠다.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 화가 메이나드 딕슨(Maynard Dixon)과 결혼해 두 아들을 낳았다.
Dorothea Lange, Man beside Wheelbarrow, San Francisco, 1934
작가 생활 초기에는 샌프란시스코의 사교계를 촬영하다가 경제 대공황이 닥친 후인 1930년대에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가 실업자와 홈리스, 극빈자 음식 배급소를 찍게 됐다. F.D. 루즈벨트 대통령 행정부에서 시행하던 농업안전국(FSA, Farm Security Administration)에 고용되어 5년간 농촌 빈민의 상황과 이민 노동자들을 담기 시작했다. 1935년 이혼 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경제과 교수 폴 슈스터 테일러와 결혼했다. 테일러는 농업 노동 연구가 전문이었으며,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는 둘다 기혼자였다.
Dorothea Lange, Migratory Cotton Picker, Eloy, Arizona, 1940
1936년 '이민자 어머니(Migrant Mother)'가 샌프란시스코 뉴스지에 실리며 유명해졌다. 도로시아 랭은 캘리포니아의 니포모 농장의 완두콩 수확 캠프에 들렀다. 이곳에서 얼어붙은 채소에 연명해 천막에서 살고 있는 주름이 가득한 32세의 노동자 여성(Florence Owens Thompson)과 자식들이 엄마에게 얼굴을 파묻고 있는 비참한 모습을 포착해 공황기 미국 농촌의 현황을 전국에 알리게 된다. 그리고, 이 한장의 사진은 미 대공황기의 상징적인 이미지가 됐다.
The Thompson family in Nipomo
그러나, 2018년 MoMA의 사진 큐레이터 사라 마이스터(Sarah Meister)가 쓴 책 'Dorothea Lange: Migrant Mother'에 의하면,
'이민자 어머니'의 모델이었던 플로렌스 오웬스 톰슨은 유럽 이민자가 아니라 오클라호마 출신 체로키 인디언이며, 모델료를 한푼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분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다큐멘터리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도로시아 랭은 사진 속 오른쪽 코너의 엄지 손가락을 제거하는 '포토숍'을 한 것도 폭로됐다.
Dorothea Lange: Words & Pictures, MoMA
1941년 진주만 습격 후 F. D. 루즈벨트 대통령은 서부 해안 지역에 거주하던 일본인 12만명을 격리 캠프에 강제 수용했다. 이후 도로시아 랭은 일본계 미국인들을 주제로 작업했다. 1945년 사진자 안셀 아담스의 초대로 캘리포니아미술대(SFAI)에서 이모젠 커닝햄, 마이너 화이트와 함께 강의했다. 1952년엔 사진잡지 '아퍼처(Aperture)'를 공동 창간했다. 1965년 10월 식도암으로 사망했으며, 3개월 후 MoMA에서 여성 사진작가로서는 최초로 회고전이 열렸다.
Dorothea Lange: Words & Pictures, MoMA
Dorothea Lange: Words & Pictures, MoMA
다큐멘터리 사진가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 1924-2019)는 도로시아 랭에게서 영감을 받아 '미국인들(The Americans)' 시리즈를 시작했다. 또한,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 리 프리드랜더(Le Friedlander), 개리 위노그랜드(Garry Winogrand) 등 차세대 사진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캘리포니아주 니포모 샌루이스 오비스포 카운티의 한 초등학교엔 도로시아 랭의 이름이 붙여졌다.
MoMA Museum of Modern Art
11 West 53 St.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폐관.
티켓: $25(성인), 노인(65세 이상, $18), 학생(풀타임, $14), 16세 이하, 회원(무료)/ *유니클로 금요일 무료(Uniqlo Free Fridays, 금요일 오후 5시 30분-9시, 54스트릿 입구) https://www.moma.org
*MoMA 재개관 <1> 더 크게, 더 많이 The Bigger, The More
*MoMA 재개관 <2> 소장품 디스플레이: Themes & Variations
*MoMA 재개관 <3> 특별전: 여성, 흑인, 남미작가 오마쥬
*MoMA 개개관 <4> 여성작가들의 재발견 Feminists/ Humanists
*MoMA 재개관 <5> 흑인작가 전성시대 #BlackArtistsMatters
*양혜규: 핸들(Haegue Yang: Handles)@MoMA
*쿠바 작가 카르멘 헤레라(Carmen Herrera) 첫 뮤지엄 회고전@휘트니, 2016
*서사적 추상화 여성작가 열전 <5> 카르멘 헤레라(Carmen Herrera), 메트뮤지엄
*엘리오 오이티시카(Hélio Oiticica)@휘트니 뮤지엄, 2017
*메트뮤지엄 루프 가든 아드리안 빌라 로하스(Adrián Villar Rojas), 2017
*브라질 구체미술의 기수 리지아 파페(Lygia Pape) 회고전@메트 브로이어, 2017
*MoMA, Making Space: Women Artists and Postwar Abstraction,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