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음식 열정 (2) 엘비스 프레슬리와 피넛버터바나나 샌드위치
The Great Food Obsession <2> 엘비스 프레슬리: 피넛버터바나나 샌드위치
로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식탐 오디세이
1958년 3월 군 입대 후 첫 점심식사 로스트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엘비스 프레슬리/ "Are You Lonesome Tonight?" 엘비스가 즐겼던 음식 레시피를 모은 요리책 'Are You Hungry Tonight'.
'로큰롤의 황제(The King of Rock and Roll)'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1935-1977)는 조각같은 외모, 감미로운 목소리, 카리스마, 날렵한 몸매로 한 시대를 풍미한 수퍼스타였다. 프레슬리는 전성기(1956-1969)에 할리우드 영화 31편에 출연했다. 엘비스가 나오면 여성 관객들이 몰려갔다. 엘비스는 고대 그리스 조각 아폴로와 에르메스를 닮았다고들 한다. 2008년 뉴욕 보냄(Bonhams) 경매에 나왔던 2세기 고대 로마 대리석관 모서리에 장식용으로 조각된 인물 두상(33인치)은 프레슬리를 연상시켜 별명도 '엘비스'로 붙여졌다.
2세기 고대 로마 대리석 조각 '엘비스'/ 엘비스 프레슬리
엘비스는 1977년 8월 16일 42세에 심장마비로 요절하며 전설 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사망 원인으로 폭식과 고지방, 고당분의 식습관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킹 엘비스는 늘 캐비아, 송로버섯(트러플), 푸아그라 등 세계의 3대 진미를 먹으며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테네시주 멤피스 출신인 엘비스는 달달하고, 기름끼 많은 서민들의 음식, 정크푸드를 탐닉했다. 사실 먹는 것이야말로 엘비스가 삶에서 유일하게 즐긴 일이었다고 한다.
#피넛버터바나나베이컨 샌드위치
Peanut Butter, Banana & Bacon Sandwich
피넛버터&바나나 샌드위치와 레시피 마그넷. https://store.graceland.com
엘비스가 가장 좋아했던 음식은 피넛버터 샌드위치였다. 그것도 30cm의 긴 이탈리안 롤빵을 세로로 썰어 딸기잼과 땅콩 버터를 발라 바나나와 튀긴 베이컨 1파운드을 끼워 버터에 지진 피넛버터바나나베이컨 샌드위치(PB&B, Fried Peanut Butter and Banana Bacon Sandwich)였다. 일명 '엘비스 샌드위치', 열량이 무려 4만2천 칼로리에 달했다고 한다. 4인분이다.
#풀즈골드 로프 샌드위치 Fool'd Gold Loaf
덴버의 식당 콜로라도 마인 컴퍼니에서 엘비스가 즐긴 풀즈골드 로프 샌드위치. 피넛버터와 잼이 한병씩 들어간다.
1976년 2월 1일 엘비스는 테네시주 멤피스의 그레이스랜드 자택에서 한밤중에 샌드위치를 먹으러 콜로라도주 덴버까지 자가용 제트기를 타고 날아갔다. 콜로라도 마인 컴퍼니(Colorado Mine Company) 레스토랑의 샌드위치(Fool'sGold Loaf)를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풀즈골드로프는 1피트 길이의 사워도우 브레드에 버터를 발라 땅콩 버터 1병, 블루베리잼 1병을 바른 후 튀긴 베이컨 1파운드를 넣어 만든다. 엘비스에게는 1인분, 하지만 잘라서 8-10명이 먹을 수 있다. 이 샌드위치는 당시 16세였던 요리사 닉 안듀라키스(Nick Andurlakis)가 개발했다.
엘비스는 일행과 풀즈 골드 로프 샌드위치를 30개 주문해서 2시간 동안 페리에(Perrier)와 샴페인을 곁들여 먹었다. 그리고, 딸 리사 마리(Lisa Marie)의 생일 선물로 샌드위치를 싸갖고 돌아갔다. 당시 그 샌드위치는 $49.95였으며, 2019년 현재 $224이다. 엘비스의 깜짝 비행에 든 비용은 1만6천달러였다. 멤피스에서 덴버까지1천마일 거리로, 자동차로는 16시간, 비행기로는 2시간 반쯤 걸린다. 엘비스는 생전에 8번 이 샌드위치를 먹으러 콜로라도 마인 컴퍼니를 방문했다고 한다. 지금도 매년 1월 8일 엘비스의 생일날엔 팬들이 엘비스 복장을 하고 몰려가 풀즈 골드 샌드위치를 먹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브렉퍼스트 브레드 Breakfast Bread
1958년 신병 엘비스의 식사시간/ 1959년 군복 차림으로 아침식사 중인 아버지(버논 엘비스), 엘비스와 할머니.
"엘비스는 소시지, 베이콘, 달걀, 감자튀김, 가정식 롤, 커피가 포함된 방대한 아침식사를 좋아합니다. 그의 아내가 될 분은 우아하거나 값비싼 취향을 절대로 개발해서는 안됩니다."
제임스 그레고리(James Gregory)의 엘비스 전기 'The Elvis Presley Story'(1960)에는 엘비스와 데이트하려는 여인들을 위한 조언에 관한 챕터가 있다. 여기서 엘비스의 미래 와이프에게 주는 메모가 나온다. 1967년 그의 부인이 될 프리실라 프레슬리(Priscilla Presley)도 알았을 법한 내용이다.
엘비스가 아침식사로 즐겼던 빵은 냉동한 밀가루 반죽을 해동해서 얇게 민 다음 바삭한 베이컨, 매운 소시지와 모짜렐라 치즈 가루를 뿌려 말아올린 후 구운 브렉퍼스트 브레드였다. 해장용으로 좋은 빵으로 소시지 패티, 스크램블드 에그, 베이컨과 함께 즐겼다.
#저녁 식사 Elvis' Dinner at Home
엘비스의 식생활과 레시피를 다룬 책들.
1963년 엘비스의 가정부로 시작해 그가 사망할 때까지 14년간 요리사로 일한 흑인 메리 젠킨스 랭스톤(Mary Jenkins Langston)은 BBC 다큐멘터리 'The Burger and the King'(1996)에서 "프레슬리가 유일하게 즐겼던 것은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랭스톤에 따르면, 엘비스가 집에서 가장 즐겼던 저녁식사 메뉴는 로스트 비프, 드레싱으로 채운 오리고기, 스트링 빈즈, 크림포테이트, 야채와 비스킨 브레드였다. 고기는 항상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주기를 요청했다. 엘비스는 육류를 선호했고, 생선요리를 기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가 엘비스를 위해 종종 조리한 음식은 미트로프, 바나나 아이스박스 파이, 치즈버거, 치킨 프라이 스테이크, 햄버거 스테이크, 카라멜 케이크, 바나나 푸딩 그리고 프라이드 피넛버터 & 바나나 샌드위치다.
프레슬리는 랭스톤을 "brown mama"라 부르며 가족처럼 대우해주었고, 랭스턴은 프레슬리를 "Mr. P"라 불렀다. 엘비스는 그녀에게 자동차 4대, 3베드룸 하우스까지 사주었다. 랭스턴은 1984년엔 'Memories Beyond Graceland Gate'를 출간했다. 2000년 랭스톤이 사망했을 때 뉴욕타임스가 부고기사를 냈다.
# 라스베가스 결혼식 웨딩 케이크 Wedding Cake
1967년 5월 1일 프리실라 볼리유와의 라스베가스 결혼식에 제공된 6단 웨딩 케이크.
1967년 5월 1일 엘비스 프레슬리는 프리실라 볼리유와 라스베가스의 알라딘 호텔 그레이스랜드 채플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이날 웨딩 케이크는 5피트 높이에 6단 케이크로 살구 마말레이드와 키르쉬맛의 바바리안 크림이 섞인 노란 스폰지 케이크에 키르쉬맛 퐁당 아이싱으로 마감하고, 1천600개의 장미 마르치판으로 장식했다.
#크리스마스 디너 Christmas Dinner
엘비스는 크리스마스 때 항상 그레이스랜드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보냈다.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엔 수많은 선물 포장이 쌓였다. 저녁 식사엔 터키와 스터핑이 나오지만, 엘비스는 그보다 햄, 감자 샐러드, 미트로프, 몽키 브레드(피넛버터, 카라멜, 베이콘)을 즐겼다.
#미트로프 Meatloaf
엘비스 요리책 'Graceland's Table: Recipes Fit for the King of Rock and Roll'에는 그가 특별히 좋아했던 미트로프 레시피가 나온다. 소고기 어깨등심 간 것에 양파, 피망, 토마토, 고추, 소금, 후추, 토마토 케첩, 흑설탕, 우스터소스를 섞어 오븐에 구어낸다.
영화 '블루 하와이(Blue Hawaii, 1961)'
#엘비스 프레슬리 케이크 Ice Box Cake
엘비스의 엄마 글래디스 러브는 코코넛 케이크를 잘 만들었다. 엘비스는 파운드 케이크를 하루에 한개 이상을 먹었다. 특히 메리 젠킨스 랭스톤의 레시피인 아이스박스 케이크(일명 엘비스 프레슬리 케이크)를 사랑했다. 파인애플 주스, 크림치즈, 피칸을 넣은 파운드 케이크다. 또한 크리스피 크림 도넛의 글레이즈드 도넛 한 상자를 다 먹은 일화도 전해진다.
그는 이외에도 프라이드 비스킷, 베이컨으로 싼 미트볼(Elvis's party meatballs), 프라이드 치킨 스테이크, 잼 도넛, 바비큐 피자 등 고지방, 고당분 음식을 좋아했다.
#그레이스랜드 맨션의 쇼핑 리스트
제인과 마이클 스턴(Jane & Michael Stern)의 요리책 'Elvis World'( )에는 실제 엘비스의 가정부가 샀던 식료품 목록을 소개했다. Pepsi, ground beef, canned sauerkraut, bacon, peanut butter, boxed banana pudding, canned frozen biscuits 등이다.
미씨시피 트럭운전수에서 록스타로
1953년 고교 졸업 후 트럭운전수로 일하면서 달달한 소스의 멤피스 바비큐 샌드위치를 즐겼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어디까지나 바비큐와 튀김 요리를 즐겨 먹는 남부 출신이었다. 1935년 미씨시피주 튜펠로에서 태어난 엘비스의 엄마는 요리를 잘했다. 엘비스는 특히 엄마의 프라이드 치킨, 매쉬드 포테이토, 옥수수빵, 그레이비 등을 좋아했다. 엘비스는 어릴 적 가난해서 식탁에 다람쥐, 토끼 고기가 올랐으며, 족발(pig's feet), 돼지 귀 등을을 즐겼다는 설도 있다. 엘비스가 14살 때 가족은 멤피스로 이사했고, 고등학교 시절 엘비스는 슬로피 조(Sloppy Joe, 양념한 간 쇠고기에 케첩을 뿌린 버거)를 좋아했다고 한다.
1953년 고교 졸업 후 엘비스는 아버지처럼 트럭 운전수로 일하기 시작했다. 배우 록 허드슨, 숀 코네리, 리암 니슨,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도 한때 트럭 운전수였다. 크라운 일렉트릭(Crown Electric) 회사의 트럭을 몰게 된 엘비스는 당시 트럭 운전수들 사이에 유행했던 머리 볼륨을 풍성하게 만들어 뒤로 넘긴 헤어스타일로 고속도로를 누볐다. 운전하다가 짬이 날 때면, 가사와 시를 쓰곤했다. 그해 여름 엘비스는 어머니의 생일선물로 레코드를 녹음하기 위해 선 레코드사에서 오디션을 보면서 연예계에 첫발을 디디게 된다.
트럭운전수 시절 멤피스의 BBQ 식당 'Jim Neely's Interstate bar-B-Que'에서 달달한 소스를 친 촙드 포크에 코울 슬로우를 끼운 샌드위치를 즐겼다고 한다. 또한, 그 시절 멤피스의 그리스 식당 '아케이드(Arcade)'에서 8개의 디럭스 치즈버거와 밀크 셰이크 3잔을 즐겨 먹은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 '교도소 로큰롤(Jailhouse Rock, 1957)'의 엘비스 프레슬리.
어쨋거나 엘비스는 프라이드 치킨, 캣 피시, 미씨시피 머드 파이 등 튀기거나 단 남부의 컴포트 푸드를 버리지 않았다. 피넛버터바나나 샌드위치, 풀즈골드 로프 샌드위치까지 그의 식성 때문에 결장은 꼬였고,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복부가 팽창하는 증상에 변비로 고생했다. 엘비스는 식탐과 폭식으로 뚱보가 됐다. 말년에 그의 몸무게는 350파운드(158kg)으로 불었다. 여기에 약물중독까지 겹쳤다.
고당분, 고지방 식습관 때문에 체력 관리를 위해 태권도도 수련했다. 1972년 고향 테네시주의 멤피스에서 한인 태권도 사범 이강희(Kang Rhee)씨로부터 태권도를 일주일에 세번씩 배워 2년 후엔 7단 블랙벨트를 땄다. 엘비스는 옆차기가 특기였고, 친구였던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는 도장을 찾아가 발차기 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배드민턴과 풋볼도 즐겼다.
1974년 이강희 사범과 엘비스/ 1973년 엘비스 프레슬리와 무하마드 알리.
엘비스 프레슬리도 다이어트를 했었다. 먹는 걸 줄이고, 잠을 더 자기 위해 '잠자는 숲속의 공주 다이어트(sleeping beauty diet)'도 시도했다. 의사는 엘비스의 체중을 줄이기 위해 혼수상태에 빠트리기까지 했다. 때문에 이 다이어트는 중단했다. 사망하기 몇개월 전에는 '파파야 주스 다이어트'도 시도했다. 엘비스는 1977년 20세의 진저 알덴(Ginger Alden)과 약혼한 상태였다. 알덴은 2004년 출간한 회고록 'Elvis and Ginger'에서 엘비스의 식습관을 건강하게 고치려고 노력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엘비스는 말년에 약물남용으로 인한 녹내장, 고혈압, 당뇨병, 간손상, 결장비대증, 변비 등 여러 질병을 앓고 있었다. 1977년 8월 16일 오후 한 시대를 풍미한 킹 엘비스는 화장실에서 심장마비로 숨진채 발견됐다.
Elvis: Aloha Hawaii, 1973
엘비스 프레슬리가 세상을 떠난 후부터 1981년까지 6곡의 싱글곡이 출반되어 톱 10 히트를 기록했다. 1982년 엘비스가 살던 저택 그레이스랜드(Graceland)는 뮤지엄으로 오픈해 연간 50여만명의 관광객을 끌어왔다. 미국에서 백악관(White House) 다음으로 방문객수가 많은 하우스로 2006년 미역사 랜드마크로 지정됐다. 2005년 포브스(Forbes)지에 따르면, 엘비스는 4천500만 달러 수입으로 5년째 사망자 수입 1위 유명인사로 조사됐다.
2017년 엘비스 프레슬리 사망 40주기를 맞아 과학자들은 왜 엘비스가 이런 식생활에 빠졌는지 유전적, 신경학적, 생리학적 이유를 연구했다. 세계의 수많은 팬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면서도 정작 본인은 먹는 것에 탐닉하다가 화장실에서 숨진 엘비스 프레슬리, 인생의 슬픈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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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컬빗을 못 뵈었더니 무료함을 느꼈습니다. 반갑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먹방이었네요. 샌드위치를 먹을려고비행기를 타고 타주로 가서 그곳서 만든 샌드위치를 먹었다니 노래만큼이나 음식에도 열정가였네요.10인이 먹을 수 있는 양을 혼자 먹으니 그 에너지가 그가 노래할 때 폭포처럼 터짐을 알겠습니다. 무대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면서 록큰롤을 부르던 모습이 엊그제 같습니다. 엘비스만큼 몸과 마음을 한순간에 불태우는 가수가 또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다른 이름이 안 떠오릅니다. 약물과다 복용으로 40대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그가 애처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50년대 중학생일 때 "Love Me Tender"를 한동안 따라 불렀던 때가 생각키웁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