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년 대통령 출마 꿈꾸는 하버드대 출신 계관시인 아만다 고만(22)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축시 낭송 아만다 고만(Amanda Gorman)
싱글맘, 쌍둥이 자매, 언어장애, 베스트셀러 작가의 스펙터클 스펙트럼
"노예의 자손으로 싱글맘의 손에 자라난 말라깽이 흑인 소녀가 대통령을 꿈 꿀 수 있는 나라와 시대..."
1월 20일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조 바이든 제 46대 대통령 취임식에는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질 바이든 퍼스트 레이디의 백악관 입성 행사와 함께 미셸 오바마 전 퍼스트 레이디, 수퍼스타 레이디 가가와 제니퍼 로페즈가 스펙터클한 게스트로 참석했다. 하지만, 이날 스타덤에 오른 인물은 프라다의 노란색 코트에 붉은색 헤어밴드를 맨 젊은 흑인 여성 시인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아만다 고만(Amanda Gorman), 22세의 청년 계관시인이자 하버드대 졸업생이다. 아만다 고만은 우아한 손짓과 함께 자신이 쓴 축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The Hill We Climb)'을 낭송하며 미국인들을 매료시켰다.
"우리는 우리 나라를 공유하기보다는 산산조각낼 무력을 보았습니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연시킨다면, 우리 나라를 파괴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노력은 거의 성공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주기적으로 지연될 수는 있을지라도
영원히 패배시킬 수는 없습니다."
-Amanda Gorman, from "The Hill We Climb"-
*Amanda Gorman's inaugural poem, 'The Hill We Climb' <YouTube>'
아만다 고만은 취임식으로부터 2주 전 도널드 트럼프의 극렬한 지지자들이 난입했던 국회의사당, 그곳에서 민주와 공화, 블루와 레드로 갈라진 미국에서 상처받고, 분열된 미국을 향해 순수한 영혼,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우아하게 읽어 내려갔다.
고만의 '우리가 오르는 언덕'은 노산 이은상의 시 '고지가 바로 저긴데'(1954)를 연상시킨다.
고난의 운명을 지고, 역사의 능선을 타고/ 이 밤도 허우적거리며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다.
넘어지고 깨어지고라도 한 조각 심장만 남거들랑/ 부둥켜 안고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새는 날 핏속에 웃는 모습 다시 한번 보고 싶다.
흑인 젊은 여성, 하버드 졸업 미 최초의 계관시인이자 패션모델 아만다 고만은 6분간 낭송한 바이든 축시로 미국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마음을 훔쳐갔다. 고만은 시가 멸종해가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문학, 시가 멋질 수 있으며, 인간의 영혼을 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칼보다 글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입증해보였다.
"우리가 그늘에서 벗어날 그날이 오면
불타고, 두렵지 않은
우리를 해방시킬 새로운 새벽이 피어날 것입니다.
그곳에 항상 빛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그것을 볼 만큼 용감하다면,
우리가 그것이 되기에 충분히 용감하다면."
-Amanda Gorman, from "The Hill We Climb"-
스물두살의 흑인여성 최연소 계관시인, 하버드 졸업생, 대통령 취임식 축시 낭송...아만다 고먼은 힐러리 클린턴에게 2036년 대통령 출마를 약속했다. 우리 시대의 신데렐라, 아만다 고만을 주목하시라. 싱글맘, 쌍둥이 자매, 1940년대 시트콤만 허용, 디즈니 노래 패러디, 패션 모델... 아만다 고만에 대해 알아둘만한 사실을 소개한다.
#언어장애 소녀: 대통령 취임식에서 자신의 시를 낭송한 22세의 계관 시인, 고먼은 놀랍게도 언어장애 출신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어릴 적 언어장애자였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아만다는 1998년 LA에서 미숙아로 태어나 만성 귀감염증으로 청각장애에 시달렸고, 이 때문에 알파벳, 특히 R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언어 치료를 받았다. 낯선 사람들은 아만다를 영국이나 나이지리아 이민지로 오해하곤 했다.
하지만, 고먼은 2018년 하버드대 교지 'Harvard Crimson'과의 인터뷰 'American Lyricist'에서 "언어장애를 목발로 간주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겐 선물이었으며, 나에게 힘을 주었다"고 밝혔다. 장애를 겪었기 때문에 대신 읽기와 글쓰기에 집중했고, 탁월해질 수 있었다. https://www.thecrimson.com/article/2018/2/1/amanda-gorman-scrutling
그녀는 언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힙합 뮤지컬 '해밀턴(Hamilton)'의 노래를 불렀다. 축시 중 "저의 증조 할머니는 아만다라는 이름의 노예로 읽을줄도 쓸줄도 몰랐습니다"는 '해밀턴'에서 아론 버(Aaron Burr)가 부르는 'Sir'에서 차용한 것이다.고만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시 쓰기 과정은 극심한 형식이지만, 언어장애가 있는 사람으로서 수백만명 앞에서 말하는 것은 나름의 공포다"라고 밝혔다.
#5살부터 노래 작곡: 아만다는 중학교 영어교사였던 엄마의 격려로 어릴 적부터 독서과 글쓰기를 즐겼으며, 다섯살 때부터는 노래를 작곡했다. 어릴 적 희망은 송라이터였다. 하지만, 노래가 자신의 삶을 구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 자신이 쓰고 있는 것은 노래라기보다는 시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도 여전히 작곡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는 않았다. #BlackLivesMatter 의 여파로 싱어송라이터이자 사회운동가인 MILCK와 협업으로 싱글 "Somebody's Beloved"를 출반했다.
#유엔 청소년 대표: 아만다는 16살에 UN 청소년 대표로도 활동했다. 2013년 파키스탄의 사회운동가이자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2014)인 말라라 유사프자이(Malala Yousafzai)의 연설을 본 후 뉴욕의 유엔 청소년 대표에 등록했다. 그리고, 세계의 빈곤, 기아, 불평등 및 기후 변화 등의 지속되는 문제를 돕는 일에 가담했다. 2017년 유엔 정상회담에서는 "모이는 장소(The Gathering Place)"라는 시를 썼다.
#시집, 동화책 출간: 아만다는 어릴적 놀이터에서도 일기를 썼다. 2015년 시집 "The One for Whom Food Is Not Enough"을 출간했으며, 2016년 청년 문예 창작과 리더십 프로그램을 위한 비영리단체 'One Pen One Page'를 창립했다. 2017년엔 바이킹 출판사와 두권의 동화책 출간 계약을 맺었다.
# 미 최초의 청년 계관시인: 고만은 2014년 LA청년 계관시인에 선정됐다. 2017년 16살엔 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이 주관하는 제 1회 미 청년 계관시인(National Youth Poet Laureate)으로 선정됐다.
#하버드대 사회학과 졸업: 청년 계관시인에 선정됐지만, 아만다 고먼의 전공은 영문학이 아니라 사회학이다. 고만은 밀켄패밀리재단으로부터 하버드대 장학금을 받았다. 흑인 여학생으로서 아이비 리그에서 소외감도 종종 느꼈지만, '놀라운 특권'과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고백했다. 고만은 인스태그램에 "흑인 소녀로, 노예의 후손으로 아이비 리그는 고사하고, 대학을 졸업하는 것은 지식이라는 권력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내가 만나온 가장 거대하고, 막강한 정신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나는 추억과 지식, 무엇보다도 우정에 무척 감사한다'고 밝혔다.
#테크노 매니아: 아만다 고만은 2017년 오지 천재상(OZY Genius Awards)도 수상했다. 부상으로 상금은 1만 달러. 오지 천재상은 차세대 알버트 아인스타인, 마크 저커버그(Facebook CEO)를 발굴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고먼은 이후 '공감 세대(Generation Empathy)'라는 프로젝트를 론칭했다.
#영어교사 싱글맘: 고만의 엄마 조안 윅스(Joan Wicks/ Joan Woods)는 싱글맘으로 왓츠(Watts)의 중학교 영어교사였으며, 교육학 박사 과정까지 공부했다. 엄마는 TV 시청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1940년대의 시트콤 '괴물 가족(The Musters)' '신혼부부들(Honeymooners)' 보는 것만 허락했으며, 그외 TV 시청은 금지시켰다. 엄마는 또한 LA 아파트를 수많은 미니 코끼리 인형으로 장식했다. 이유는 코끼리는 가족의 유대가 긴밀하며 고통을 공감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코끼리는 암컷이 리드하는 모계사회다.
#쌍둥이 자매 가브리엘: 아만다에게는 쌍둥이 자매 가브리엘(Gabrielle)가 있다.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영화과(촬영 전공)를 졸업한 영화감독이자 사회운동가이며 시인이기도 하다. 아만다와 가브리엘은 자라면서 인종차별과 따돌림을 무수히 겪었다. 한때 학교에서 두 자매만이 유일한 흑인인 적도 있었다.
고등학교(New Roads School, Santa Monica) 시절 아만다와 가브리엘은 영어 수업 계획서에 학급의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느껴, 디즈니 만화영화 노래를 패러디를 개작해 발표했다. 아만다와 가브리엘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짐 캐리가 나오는 '그린치(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 2000, 감독 론 하워드)'다. 이유는 주인공의 소외감에 동감하기 때문이다.(*마을 사람과 다른 용모로 왕따 당해 트라우마를 갖고 마을을 떠나 외롭게 개와 살고 있는 그린치가 가장 싫어하는 크리스마스에 벌어지는 이야기)
#미셸 오바마 & 오프라 윈프리: 미셸 오바마(Michelle Obama) 전 퍼스트레이디는 고먼을 백악관에 초청해 구어 대사(spoken word ambassador)로 치하했으며,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는 지난해 9월 Zoom으로 아만다 고먼과 인터뷰했다.
#취임식 초대: 조 바이든 취임위원회는 12월 말 고만에게 연락했다. 화상 통화 중 고만은 질 바이든 박사가 자신이 의회도서관에서 낭송하는 것을 본 후 취임식에 초대할 것을 제안했다는 걸 알게됐다. 취임식의 주제는 '미국의 화합(America United)'였다.
고만은 뉴욕타임스에 "우리나라의 새 챕터와 함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미국 역사의 어두운 장을 인정하는데 시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거기엔 슬픔, 공포, 희망과 단결, 희망과 기쁨의 숨결이 담기길 원했다고 덧붙였다.
미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시인들이 축시를 낭송한 것은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부터다. 케네디의 취임식에서 로버트 프로스트가 시를 낭송한 이후 민주당 대통령들이 전통을 이어갔으며,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흑인 시인 마야 안젤루(Maya Angelou, 1993), 밀러 윌리엄스(Miller Williams, 1997),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엘리자베스 알렉산더(Elizabeth Alexander, 2009), 리터드 블랑코(Richard Blanco, 2013)가 축시를 낭송했다.
#패션계의 러브콜: 대통령 취임식에서 아만다 고먼이 입은 노란색 코트는 프라다(Prada). 고먼은 패션계의 신데렐라다. 2019년 보그(Vogue)지는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독자들을 'Meet the Rising Poet Who Stole the Show' 행사에 초대했다. 지난해 고먼은 이 노란 코트를 입고 프라다 광고에 출연했으며, 헬무트 랑(Helmut Lang)의 'Smart People' 시리즈 광고에도 등장했다.
#2036년 대통령 선거 출마 계획: 아만다 고먼은 37세가 되는 2036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계획이 있다. 미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는 최처 연령은 35세다. 고먼은 2017년 최연소 계관시인이 된 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ICloud 칼렌다에 넣어두세요"라며 대통령 출마를 시사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