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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니뮤지엄의 흑인 거장들 <1> 에드 클락(Ed Clark, 1926-2019)

단지 흑인 작가라는 이유만으로...

파리 유학시절 캔버스 바닥에 깔고 빗자루로 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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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son Pollock, Number 27, 1950(left)/ Ed Clark, Winter Bitch, 1959.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뉴욕현대미술관(MoMA, Museum of Modern Art)은 1929년 석유 재벌 록펠러 가문의 애비 앨드리치 록펠러(Abby Aldrich Rockefeller, 1874-1948)가 교사 메리 퀸 설리번(Mary Quinn Sullivan), 아트 콜렉터 릴리 P. 블리스(Lillie P. Bliss)와 함께 창립했다. 한편, 휘트니뮤지엄(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는 1930년 철도재벌 밴더빌트 가문의  조각가이자 미술가 후원자였던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Gertrude Vanderbilt Whitney, 1875-1942)가 설립했다. 뉴욕의 두 메이저 미술관이 당대의 여성들에 의해 세워졌지만, 전시품이나 소장품은 백인 남성작가 위주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대(2009-2017)와 2013년 시작된 #BlackLivesMatter 운동 이후 소수계였던 흑인 작가들이 대거 부상했다. 메이저 미술관들이 앞다투어서 흑인작가의 전시를 열고, 소장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덩달아 경매시장에서 그들의 작품은 고가에 팔려나갔다. 

 

지금 휘트니뮤지엄 5층에서는 이디오피아 출신 미국 작가 줄리 머레투(Julie Mehretu)의 회고전이 대대적으로 열리고 있다. 8층에선 1960년대 뉴욕의 흑인 사진작가 그룹 카모인게 워크숍(Kamoinge Workshop)의 작품을 소개하는 'Working Together: The Photographers of the Kamoinge Workshop'이 3월 28일까지 열렸다. 휘트니가 '화이트 미술관'이 아니라 '블랙 미술관'이 된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흑인 작가들이 주류가 된 것이다. 

 

 

에드 클락과 노만 루이스: 폴락, 드 쿠닝과 나란히 

제이콥 로렌스 갤러리 별도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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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hitney's Collection: Selections from 1900 to 1965

 

한편, 7층에는 휘트니의 컬렉션 중 1900-65년에 제작된 작품 120여점을 소개하는 'The Whitney's Collection: Selections from 1900 to 1965'(6/28/2019-5/2020)이 진행 중이다. 

 

이 전시에는 조지아 오키프, 에드워드 호퍼, 알렉산더 칼더와 흑인 화가 제이콥 로렌스의 갤러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주목을 끄는 것은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 작품을 모아놓은 갤러리다. 잭슨 폴락 옆에 윌렘 드 쿠닝이 아닌 낯설은 화가 에드 클락(Ed Clark, 1926-2019)의 회화가 걸려있다. 또한, 프란츠 클라인 옆에는 휘트니 웹사이트에 이 전시의 중심 이미지(key art)로 올린 노만 루이스(Norman Lewis, 1909-1979)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었다. 건너편 벽에는 윌렘 드 쿠닝과 조안 미첼의 추상회화가 전시 중이다.  

 

에드 클락과 노만 루이스는 흑인 남성 화가들이다. '미국 미술'을 모토로 한 휘트니뮤지엄이 이제서야 흑인 화가들을 백인 화가들과 나란히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1940-50년대 뉴욕을 풍미했던 추상표현주의는 마초, 마초 백인 남성들의 세계였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뉴욕학파에서 소외되었던 흑인작가들에 새로이 조명을 비추고 있다. #BlackArtistsMatter 

 

잭슨 폴락의 '넘버27'(1950)은 휘트니가 1953년 구입했으며, 프란츠 클라인의 '마호닝(Mahoning, 1956)'은 1957년, 윌렘 드 쿠닝의 '강으로 가는 문(Door to the River, 1960)'은 1960년 사들였다. 노만 루이스의 '아메리칸 토템(American Totem, 1960)'은 2018년, 에드 클락의 '겨울 암캐(Winter Bitch, 1959)'는 2019년 구입한 작품이다. 동시대 흑인 작가들의 작품이 메이저 미술관 소장품으로 들어가는데 반세기 넘게 걸린 셈이다. 

 

 

에드 클락 Ed Clark (1926-2019)

 

"단도직입적으로 생존해 있는 최고 화가 중 한명이다."

"노력한 흔적이 없이 떠도는 빛으로 가득한 스릴 넘치는 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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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 Clark, Self-portrait, 1949-51/ Ed Clark

 

There is a house in New Orleans

They call the Rising Sun

And it's been the ruin of many a poor boy

And God, I know I'm one

My mother was a tailor

She sewed my new blue jeans

My father was a gambling man

Down in New Orleans...

-House Of The Rising Sun, 1964/ Song by Eric Burdon & the Animals 

https://youtu.be/4-43lLKaqBQ

 

에드 클락(Edward Clark, 1926-2019)은 뉴올리언스에서 철도국 직원과 재봉사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도박꾼이기도 했다.(Animals-"House of Rising Sun") 에드가 6살 때 가족은 바톤 루즈의 화장실과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으로 이사했다. 이후 시카고에서 자랐으며, 제 2차 세계대전 때 공군으로 괌에서 복무했다. 

 

난독증이 있었지만,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에드 클락은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에 들어갔다. 졸업 후 파리가 미술의 중심지라는 말을 득고, GI 빌(*참전용사 장학금)을 받아 파리 몽파르나스의 미술학교 아카데미 드 라 그랑 쇼미에르(Académie de la Grande Chaumière: 이성자 화백 모교)에서 수학했다. 1956년 파리 시절 에드 클락은 흑인 소설가 제임스 볼드윈 등 보헤미안들과 어울리면서 캔버스를 작업실 바닥에 놓고, 빗자루로 그리기도 했다. 이 작업은 붓으로는 얻을 수 없는 역동적인 파워와 에너지를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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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 Clark, January 10 – February 18, 2017, Tilton Gallery, NYC

 

1957년 뉴욕으로 돌아가 10스트릿갤러리(저예산의 화가 운영 갤러리 연합)에서 참가했다. 시드니 재니스 갤러리에서 조수로 일하면서 화가 마크 로스코가 갖고 있던 낡은 캔버스를 받아 그리기도 했다. 

 

1958년 뉴욕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으며, 이후 파리와 뉴욕을 오가면서 활동했다. 1968년 세번째 부인 헤디 더햄과 파리 근처 베튜이유에 사는 추상화가 조안 미첼(Joan Mitchell)의 집에 1년간 머물면서 작업했다. 이 시절에 타원형 캔버스를 사용했으며, 1969년엔 파리의 미 대사관에서 전시했다. 

 

1972년 뉴욕에 돌아온 후 에드 클락은 미니멀 조각가 도날드 저드(Donald Judd)가 운영하는 스프링스트릿 로프트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1973 휘트니 비엔날레에 감가했다. 그후 MoMA와 휘트니에 작품이 소장됐다. 

 

2014년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의 틸튼 갤러리(Tilton Gallery)에서 열린 에드 클락의 개인전 'Ed Clark: Paintings'(1/10-2/18)에 대해 비평가 배리 슈와브스키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생존해 있는 최고 화가 중 한명이다... 문자 그대로 육체적인 존재감으로 그리며, 화가의 정신적 육체적 활동의 흔적으로서 빛의 영광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부터 분리할 수 없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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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 Clark, Untitled, 2009, Museum of Modern Art

 

한편, 뉴욕타임스의 비평가 로버타 스미스는 MoMA에서 열린 추상화가 그룹전 'The Long Run'(11/11-5/5)에 전시된 에드 클락의 회화(Untitled, 2009)'에 대해 "노력한 흔적이 없이 떠도는 빛으로 가득한 스릴 넘치는 추상"에 매료됐다"면서 클락이 여기서 보여주었듯이 직설적으로 고요하며, 화려한 감각으로 큰 붓과 화려한 색채를 다루면서 긴 경력의 대부분을 바쳤다"고 편했다. 

 

에드 클락은 2019년 10월 세상을 떠났으며, 파워 갤러리 하우저 & 워스(Hauser & Wirth)에서 그의 작품을 대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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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1.05.28 12:16
    컬빗이 오랫만에 나들이를 하셨네요. 휘트니뮤지움에 문화 산책을 하셨군요. 그림을 감상하시는 컬빗님의 행복한 모습이 상상속에서 보입니다.
    에드 클락이란 흑인작가를 소개하셨습니다. 처음 듣는 화가 이름이어서 자세히 들여다 봤습니다. 역동적인 붓질과 페인트 붓도 사용한다니 에드 클락의 작품은 움직이고 있는 느낌을 받을 것 같습니다. 그의 그림을 보고 감상하겠다고 수첩에 적었습니다. 훌륭한 작가들을 찾아서 컬빗에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상표현주의를 간단히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기에 속하는 작가와 한국 작가의 이름도 알고싶습니다.
    -Elaine-
  • sukie 2021.05.28 12:20

    일레인 선생님 피드백 감사드립니다.
    추상표현주의는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잭슨 폴락, 윌렘 드 쿠닝, 프란츠 클라인, 마크 로스코 등 뉴욕의 화가들이 주도했던 화풍으로 사물(구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마음(추상)을 표현하는 스타일입니다. 특히 잭슨 폴락은 캔버스를 바닥에 깔고 물감을 뿌리고, 담배 꽁초를 짖밟은 그 격렬한 마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캔버스로 '20세기 최고의 미국 화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마크 로스코는 명상을 하는 듯한 색면화(color field painting)로 유명했구요. 추상표현주의로 미술의 중심이 파리에서 뉴욕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http://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Art2&document_srl=3102770

     

    컬빗에서는 2019년 MoMA에서 열렸던 '서사적 추상화전'을 계기로 백인 남성 중심의 추상표현주의 화단에서 헬렌 프랭켄탈러, 조안 미첼, 엘렌 드쿠닝 등 여성 작가들을 모아 소개해드렸습니다.  

    http://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Art2&category=3963956&page=3


    한국에선 김창렬 화백에서 단색화가(정창섭, 정상화, 윤형근, 박서보, 하종현 등)까지 포함됩니다.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71811
    http://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Art2&document_srl=33295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