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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 허병렬: 당신의 삶을 디자인하라
은총의 교실 (70) 생각의 유니폼
당신의 삶을 디자인하라
물건을 고를 때 무엇을 먼저 보나. 가령 옷을 고른다고 하자. 품질, 색깔, 디자인, 크기, 가격...등을 보게 되는데 이중에서 무엇에 치중하게 되나. 가구, 가전제품, 문방구, 문구, 장신구...등을 고를 때는 어떤가. 일상 생활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디자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즉 디자인이 고가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대량 생산으로 물품에 대한 일차적인 갈증을 풀고난 현재는 기능 이상의 미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디자인은 특정한 물품에만 필요한 것일까. 국가의 국토, 도시계획, 크고작은 작업장, 생활용품 말고도 디자인이 필요한 것은 없을까. 여기에 대한 의문은 눈에 보이는 것만 디자인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일이나 말, 글, 그 바탕인 생각도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말이나 글로 발표할 때도 디자인을 잘 하면 듣는 사람의 이해가 쉽고 아름다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생활 전체가 의식하거나 못하거나에 관계없이 하나의 디자인 안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된다. 이 경우 본인이 디자인을 한 생활이라면 더 개성적인 것이다. 개성적이란 뜻은 본인이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주위에서 보더라도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점에서 즐거움을 준다는 뜻이다.
생활 주변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생각'이다. 우선 생각을 디자인하는 것을 즐기고, 마르지 않는 샘물을 가지고 있으며, 새록새록 새로운 생각이 솟아난다. 이것을 말-글에 담으면 각자가 디자인한 말이나 글로써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다.
말 잘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을 가리키나. 자기가 전하고 싶은 내용을 부족함 없이 효과적인말로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하겠다. 이런 표현력은 발표하기 전 마음 속에 디자인이 잘 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글을 잘 쓰는 사람 역시 자기가 전하고 싶은 내용을 부족함 없이 효과적인 글로써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하겠다. 이 경우 말하거나 글을 쓸 때도 생각의 디자인이 먼저 이루어져 그 바탕이 된다.
학생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어도 말할 게 없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글을 쓸 기회를 주어도 쓸 게 없냐는 답이 돌아올 때가 있다. 학생이 말문이나 글문을 열 수 있도록 서로 이야기를 한다. 생각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한다. 들은 차츰차츰 생각을 하는 것 같지만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체념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계속 노력해야하는 일은 주위에 있는 어른들의 몫이다.
말하기와 글쓰기는 의사전달의 도구이다.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표현력이 약해서 제대로 전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애석한 일인가. 그러나, 염려할 것은 없다. 대부분의 기능을 훈련과 연습에 따라 향상될 수 있다. 따라서 그 성패는 본인의 의지와 도와주는 사람의 끈기에 달렸다고 하겠다. 여기에 선행되어야하는 것이 생각의 디자인임을 말할 것도 없다.
영어나 한국어를 아무리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더라도 그것이 생각이 빠진 언어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들은 언어가 생각을 전달하고 교환하는 도구에 불과함을 깨닫고, 매사에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힘써야 한다. 소위 '생각 키우기'는 학습능력 중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이 훈련을 거치면,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를 때 개성에 맞게 디자인하는 즐거움에 흠뻑 젖게 된다.
각자가 제멋대로 생각 디자인하는 사회는 잡다하고 지저분하지 않겠는냐는 염려의 소리가 들린다. 이것은 사람들의 마음에 유니폼을 입히자는 생각이다. 이것은 사람들의 마음에 유니폼을 입히자는 생각이다. 여기에 벌어지는 현상은 다양성이다. 다양성은 풍요로움과 새로움을 준다. 풍요로움과 새로움이 넘치면 개인이나 사회를 밝게 하고 앞으로 나가게 한다.
두장의 널빤지가 비스듬히 엇갈리게 교차된 책꽂이를 디자인한 작품을 보았다. 이색적인 작품에 흥미를 느끼며, 거기에 꽂힌 책이 읽고 싶어졌다. 재미있는 디자인은 생각에 생각을 한 결과 탄생한다. 이처럼 '생각 키우기'는 보이거나, 안보이거나 생활의 자극제가 되며 삶을 즐겁게, 편리하게 한다. 또, 삶을 풍요롭게 한다. '상식'은 가끔 우리는 창살 속에 가두는 습성이 있지만, 그것을 밀어내고 밖으로 나오면 신선한 공기가 기다리고 있다.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
제목부터가 원대합니다. 삶을 계획하고 꿈을 가져보곤 했지만 디자인은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디자인은 오직 예술세계, 특정인들에게만 사용하는 특허처럼 여겼습니다. 그런데 허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너희들도 인생을 디자인해보라는 멋진 글을 써주셨습니다. 엇갈리게 디자인한 책꽂이에 어떤류의 책이 꽂혀있나란, 책꽂이 디자인 하나가 그 책꽂이에 있는 책을 꺼내서 읽고싶은 욕구를 유발함은 디자인이 주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라도 꿈꾸고 간직했던 삶을 구체적으로 디자인해서 내앞에 보이게해서 앞으로 나가야겠습니다.
추신:허병렬 선생님께서는 요양원에서 잘지내고 계시다고 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