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rt



미 뮤지엄 예술로서 퀼트 다시 보기 

Fabric of a Nation: American Quilt Stories

 

October 10, 2021–January 17, 2022

Museum of Fine Arts, Boston

 

IMG_9677.jpg

Fabric of a Nation: American Quilt Stories, Museum of Fine Arts, Boston

 

퀼트(Quilt)는 예술일까? 천과 바늘과 실로 제작하는 퀼트와 자수는 오랫동안 규방예술로 폄하되어 왔다. 가부장적인 체계에서 여성들과 소외계층이 누비이불, 장식, 기념물, 캠페인 등을 목적으로 제작하는 예술품은 '공예(craft)'로 분류되었다.

 

1876년 미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세계 박람회(International Exposition) 미국관에 퀼트와 기타 가정용 미술품이 전시됐다. 당시 전시장 메모리얼 홀을 묘사한 퀼트가 기념품으로 대량 제작되어 판매됐다. 6개월간 계속된 세계 박람회는 1천여만명이 다녀갔다. 이후 퀼트 작가들은 누비 이불이 아니라 벽을 장식하는 공공 미술품으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IMG_9655.jpg

 

IMG_9657.jpg

Fabric of a Nation: American Quilt Stories, Museum of Fine Arts, Boston

 

1960년대 페미니즘과 신 공예운동으로 퀼트가 예술로 부상했으며, 순수예술가들도 혼합 미디어로 퀼트를 흡수하게 된다. 그 분수령이 된 것은 1971년 휘트니뮤지엄에서 열린 특별전 '미국 퀼트의 추상적 디자인(Abstract Design in American Quilts)'이다. 이 전시는 퀼트를 예술로 공인했으며, 여기에 뉴욕타임스의 비평가 힐튼 크레이머(Hilton Kramer)가 "경이로운 계시(A stunning revelation)"라고 거들면서 미국 여성들과 아웃사이더들의 문화유산 퀼트는 격상했다. 퀼트는 1950년대 마크 로스코(Mark Rothko)와 바넷 뉴만(Barnet Newman), 1960년대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 등 추상화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전제였다.  그로부터 50년 후인 올해 네브라스카대학교의 국제퀼트뮤지엄(International Quilt Museum)에서는 휘트니 전시를 재조명하는 특별전 'Abstract Design in American Quilts at 50'(3/26-9/4)을 열었다.

 

 

IMG_9658.jpg

 

IMG_9673.jpg

 

IMG_9672.jpg

Fabric of a Nation: American Quilt Stories, Museum of Fine Arts, Boston

 

휘트니 전시는 전국에서 순회되며 퀼트 열풍이 따랐으며, 1976년 미 독립 200주년을 기해 절정해 달했다. 퀼트 예술가들은 추상 패턴의 반복적인 이음새에서 벗어나 비잔틴 회화처럼 성경의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기념 사진을 재현하고, 노예와 식민지주의, 경찰 폭력을 폭로하는 등 다양한 스토리텔링과 표현 방식으로 확장되어 나갔다.      

 

 

IMG_9665.jpg

 

IMG_9661.jpg

Fabric of a Nation: American Quilt Stories, Museum of Fine Arts, Boston

 

보스턴미술관에서 열리는 국가의 근간: 미국 퀼트 이야기들(Fabric of a Nation: American Quilt Stories)'은 미국의 역사와 미국인들의 삶을 퀼트로 재조명하는 특별전이다. 17세기부터 현재까지 여성, 남성, 무명 작가, 유명 작가, 시골과 도시, 이민자, 흑인, 라티노, 인디언 원주민, 아시아계, 동성애-성전환자들 등 소외 그룹까지... 노예의 후손들이 만든 퀼트에서 아메리칸 인디언 나바호족의 퀼트, 경찰의 폭력을 폭로하는 퀼트, 대학 야구팀의 기념사진을 재현한 퀼트, 파도를 표현한 퀼트 등 다양한 작품이 소개된다. 

 

 

IMG_9648-500.jpg

 

IMG_9644.jpg

 

IMG_9653.jpg

Fabric of a Nation: American Quilt Stories, Museum of Fine Arts, Boston

 

퀼트는 정체성과 커뮤니티, 노동, 의사소통 및 인간 관계를 담고 있는 예술의 형식이다. 퀼트는 제작 방식이 다양하며, 지역마다 스타일도 다르다. 미국만 해도 아미쉬, 볼티모어 앨범, 크레이지 퀼트, 아프로-아메리칸, 그림 퀼트, 하와이, 인디언 원주민 스타 퀼트 등이 있다. 보스턴 미술관 퀼트 전시는 추상적 패턴의 반복부터 성경, 사회적 사건, 노예 제도와 식민지 제국주의, 작가의 체험 등을 기반으로 구사한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펼쳐보인다.    

 

 

IMG_9646.jpg

 

IMG_9681.jpg

Fabric of a Nation: American Quilt Stories, Museum of Fine Arts, Boston

 

한편, 오하이오주 톨레도 뮤지엄(Toledo Museum)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혁신적 전통: 미국의 퀼트와 사회변화(Radical Tradition: American Quilts and Social Change)'를 주제로 퀼트 특별전이 열린 바 있다. 

 

미국이 United States 인 만큼, 조각조각이 모여 하나를 이루는 퀼트는 미국의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는 예술이기도 하다. #BlackLivesMatter와 여성 참정권 100주년을 즈음해서 퀼트를 재조명하는 것도 미국의 정체성을 찾는 하나의 방식이 될 것이다. 

 

 

IMG_9687.jpg

 

IMG_9641.jpg

Fabric of a Nation: American Quilt Stories

October 10, 2021–January 17, 2022

Museum of Fine Arts, Boston

https://www.mfa.org

 

*보스턴미술관 하이라이트 <1>

*보스턴미술관 하이라이트 <2>

*#MeToo 시대 티치아노의 '포에지' 6점 랑데부@이사벨라스튜어트가드너뮤지엄 

*이사벨라 스튜어트 뮤지엄 도난 미술품 13점 

*보스턴에 가면 꼭 해야할 것

 

 

?
  • sukie 2021.12.21 13:03
    퀼트하면 언뜻 떠오르는게 누비이불입니다. 홈질로 한뜸한뜸 떠서 만든 홑이불 두께의 누비이불이 연상됩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는 아이를 등에 없고 누비이불로 덮고(포대기) 오가는 아낙네들을 자주 봤습니다. 재봉틀을 쉽게 구입할 수 있게되면서 손으로 한뜸식 떠가며만든 누비이불이 차츰차츰 사라져서 아쉽습니다.
    오래 전에 펜실베니아주의 성극만 공연하는 밀레니움 극장을 가는 도중에 애미쉬 마을에 들러 퀼트 공예점에 들어가서 구경을 했습니다. 큰 공간은 아니었지만 퀼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많은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백년도 넘었다는 모자익 무늬의 침대보(bed spread)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것을 완성하기까지는 point finger 바닥이 구멍이 뚫렸겠지하고 상상을 했었습니다. 이런 피땀어린 퀼트 작품이 오늘날 예술로 승화함이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퀼트를 역사와 함께 자세히 실려주셔서 잘 읽었고 새로운 지식을 쌓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