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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아티스트 주디 시카고(Judy Chicago, 82)의 평생 최초 회고전 'Judy Chicago: A Retrospective'이 2021년 8월 28일부터 2022년 1월 9일까지 샌프란시스코 드 영뮤지엄(de Young Museum, DF, 디렉터 토마스 캠벨)에서 열린다. 이번 회고전은 주디 시카고가 1960년대 캘리포니아의 빛과 공간 운동에 참가하면서부터 2015년 시작된 죽음과 환경파괴를 주제로 한 작업까지 회화, 판화, 드로잉, 도자조각 및 영화, 다큐멘터리 130여점이 소개된다. https://deyoung.fams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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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dy Chicago, Birth Hood, 1965/2011. PHOTO RANDY DODSON/©JUDY CHICAGO/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COURTESY FINE ARTS MUSEUMS OF SAN FRANCISCO

Judy Chicago: A Retrospective

August 28, 2021 – January 9, 2022

de Young Museum, San Francisco

 

 

"우리 여성들은 역사에서 배제되기를 거부한다" 

페미니즘 걸작 '디너 파티' 작가 주디 시카고 Judy Chicago, NYC,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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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뮤지엄에서 열린 '디너파티 제작기'  출간 토론회에서 주디 시카고. Photo: Sukie Park
 
#1. 올 여름 뉴욕의 메이저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에 주목해 보자.
 
▶뉴욕현대미술관(MoMA): 르 코르뷔지에, 엘스워스 켈리, 빌 브란트, 워커 에반스 ▶메트로폴리탄뮤지엄: 켄트 프라이스, 임란 쿠레쉬 
▶구겐하임뮤지엄: 제임스 터렐 ▶휘트니뮤지엄: 에드워드 호퍼, 데이빗 호크니, 로버트 어윈 ▶브루클린뮤지엄: 엘 아나추이…
 
2013년 8월 현재 ‘현대미술의 메카’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11개의 주요 전시가 모두 남성 아티스트들이다. 이것은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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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MA에서 엘스워스 켈리(오른쪽)와 글렌 로우리 관장.                          구겐하임에서 열리고 있는 제임스 터렐 특별전.
 
#2. 1985년 봄 뉴욕에 ‘게릴라 걸즈(Guerrilla Girls)’가 결성됐다.
 
게릴라 걸즈는 7인의 여성 미술가들이 성차별주의와 인종차별주의와 싸우기 위해 결성된 그룹이다. 게릴라 걸즈가 나온 계기는 1984년 MoMA에서 시작된 그룹전 ‘최근 회화와 조각의 국제전시’에 현대미술가 169명 중 여성작가는 13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얼굴을 숨기기 위해 고릴라 가면을 쓰고, 시위했다.
 
게릴라 걸즈가 1989년 메트로폴리탄뮤지엄 소장품을 분석한 결과 근대미술 부문에서 여성 화가는 5%에 불과하지만, 누드의 85%가 여성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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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의 드로잉. 휘트니뮤지엄에서 호퍼 드로잉전이 열리고 있다.
 
#3. “제프 쿤스나 데미안 허스트 같은 남자들처럼 여성작가들이 큰 돈을 버는 날은 아직도 멀었다. 
미술 시장에서의 성차별은 아마도 이 불평등의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건 또한 여성들이 만드는 작품의 본질과도 무슨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켄 존슨, NYT-
 
지난해 11월 뉴욕타임스 비평가 켄 존슨은 펜실베이니아아카데미오브파인아트의 'The Female Gaze: Women Artists Making Their World'전 비평을 쓰면서 여성작가를 비하했다. 이와 함께 인종차별적인 MoMA PS1의 비평을 써서 논란이 됐다. 이에 미술가들과 비평가들이 1144명이 서명으로 뉴욕타임스에 진정서를 보냈다. 하지만, 8월 현재 켄 존슨은 여전히 뉴욕타임스에 미술 비평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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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작가를 위한 갤러리를 보유한 브루클린뮤지엄

 

뉴욕의 미술계가 후퇴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7월 11일 브루클린뮤지엄의 토론회에 등장한 페미니스트 아티스트의 대모 주디 시카고(Judy Chicago, 74)는 미술계에 여전히 깔려있는 성차별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1979년 도발적인 걸작 ‘디너 파티(The Dinner Party)’로 페미니스트 아트의 최전선에 섰던 주디 시카고다. 본명은 주디스 실비아 코헨이지만, 아버지와 남편의 성을 버리고 고향인 시카고를 쓰고 있는 열혈 여전사다.
 
원조 페미니스트 아티스트 주디 시카고는 이날 최근 출간된 ‘디너 파티 제작기(Making of The Dinner Party: Judy Chicago and the Power of Popular Feminism, 1970-2007)’의 저자 제인 F. 게이하드(Jane F. Gerhard)와 대화의 시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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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서 왼쪽부터 사이샤 그레이슨 큐레이터, 주디 시카고와 저자 제인 F. 게이하드.
 
브루클린뮤지엄은 2007년 3월 여성 작가들을 위한 갤러리 ‘엘리자베스 A. 새클러 페미니스트아트센터’를 설치했다. 
 
개막전으로 1990년대 이후 한인작가 이불씨를 포함한 세계의 페미니스트 작가전 ‘글로벌 페미니즘(Global Feminism)’을 열었다. 
오랫동안 유랑해왔던 시카고의 ‘디너 파티’가 정착해 있는 브루클린뮤지엄에서 큐레이터 사이샤 그레이슨(Saisha Grayson)의 사회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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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 시카고는 토론회에서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어릴 적에 랍비이신 아버지는 집에서 토론 그룹을 이끌었는데, 여성들까지 모두 포함했다. 난 그걸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화가의 꿈을 안고 캘리포니아로 가서 캠퍼스 안에서부터 성차별을 경험하게 된다. 시카고는 70년대 자신의 꿈 많던 대학시절을 회고했다.
 
“UCLA에서 유명한 사학자의 유럽 지성의 역사 강의를 들었다. 그 교수는 학기 끝에 여성의 공헌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로 약속했다. 난 미술사에서 획을 긋고 싶었기 때문에, 나 이전의 여성들이 한 일에 대해 알고 싶었다. 마침내 마지막 수업 시간이 왔다. 교수는 강의실로 들어와서는 성난 얼굴로 말했다. ‘여성의 공헌,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평가는 날 괴짜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어떻게 감히 내가 아무 여성도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에 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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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시카고는 “미술계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10여년 동안 고군분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성취하기 위해 나는 남장을 해야 했다. 즉, 남성 동료 미술가들처럼 보이고, 그들의 관심을 메아리 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마침내 나는 그런 짓에 진저리를 치고, 나 자신이 여성이 되기로 했다. 
나는 역사를 탐구해서 나 이전에 이런 장애물에 부딪힌 여성이 있는지를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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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tluck in The Dinner Party studio; Photo courtesy of Through the Flower Archives
 
 
그때만해도 여성학 강의가 없었다. 주디 시카고는 직접 조사에 나섰고, 역사 속의 여성들을 불러내면서 분통이 터졌다.
 
“수세기 동안 여성들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책을 쓰기 위해 미술과 음악 작업을 하기 위해 여성들의 삶에 드리워진 많은 제한에 도전하기 위해 투쟁해왔다. 그러나, 그들의 성취는 반복적으로 역사에서 제외되어 왔다. 난 서구문명에서 기념비적이고, 상징적인 여성의 역사인 ‘디너 파티’에서 지속적으로 삭제되어온 연대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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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inner Party © Judy Chicago, 1979, Mixed media, 42’ x 48’ x 3’, Elizabeth A. Sackler Center for Feminist Art, Collection of the Brooklyn Museum, Photo © Donald Woodman
 
역사(History)는 his story, 즉 남성들에 의한 남성들의 역사였으며, her story는 묵인되어온 것이다. 여기에 아마조네스 주디 시카고가 깃발을 든 셈이었다.
 
시카고는 1979년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SFMoMA)에서 역작 ‘디너 파티’를 공개했다. 당시 ‘디너 파티’는 뮤지엄 여러 곳으로 이어져 순회 전시될 예정이었지만, 취소된다. 독설로 가득한 리뷰가 이어지면서 취소 도미노 사태가 됐다. 시카고가 가장 슬펐던 사실은 악평가 중에는 여성이 있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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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view, Wing One, featuring Primordial Goddess and Fertile Goddess place settings from The Dinner Party © Judy Chicago, 1979, Embroidery on linen and china paint on porcelain, Elizabeth A. Sackler Center for Feminist Art, Collection of the Brooklyn Museum, Photo © Donald Woodman
 
 
가장 영향력 있던 뉴욕타임스의 수석 비평가 힐튼 크레이머는 “저속할 뿐 아니라 조악하고, 침통하며, 외골수적이다. 매우 나쁜 미술, 실패한 미술…”이라고 비하했다. 
이후 주디 시카고는 절망에 빠졌고, 3만 달러의 빚더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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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view, Wing Three, featuring Virginia Woolf and Georgia O'Keeffe place settings from The Dinner Party © Judy Chicago, 1979, Embroidery on linen and china paint on porcelain,Elizabeth A. Sackler Center for Feminist Art, Collection of the Brooklyn Museum, Photo © Donald Woodman
 
 
주디 시카고가 명예를 회복한 것은 그로부터 23년 후인 2002년이다. 뉴욕타임스의 로버타 스미스가 크레이머의 평을 바꾸어놓았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노만 로크웰, 월트 디즈니, W.P.A. 벽화와 AIDS 퀼트만큼 미국문화의 한 부문이며, 유사하게 논쟁의 소지가 있는 작품”이라고 재평가한다. 그리고, ‘디너 파티’는 15년 후 종착역이 될 브루클린뮤지엄에서 선보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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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dy Chicago  Photo: Donald Woodman
 
 
“이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호주 등지에서 ‘디너 파티’를 3개 대륙, 6개 국의 16개 장소에서 세계적인 투어 전시를 기획했다. 그리고, 이제까지1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봤다. 그리고, 힐튼 크레이머는 죽었다!”며 껄껄 웃었다.
 
주디 시카고는 힘차게 말했다.
 
“남성 우월적인 미술계에서는 여성 작가의 공헌을 무시해왔다. 
우리 여성들은 역사에서 배제되기를 거부한다.”
 
이날 토론회에는 남성들도 상당 수였으며, 주디 시카고가 사인한 ‘디너 파티 제작기’는 매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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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 시카고와 제인 F. 게이하드가 '디너파티 제작기'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The Dinner Pa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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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dy Chicago (American, b. 1939). The Dinner Party, 1974–79. Ceramic, porcelain, textile, 576 x 576 in. (1463 x 1463 cm). Brooklyn Museum, Gift of the Elizabeth A. Sackler Foundation, 2002.10. © Judy Chicago. Photo: © Aislinn Weidele for Polshek Partnership Architects

 

삼각형(48ft)의 테이블에 39인용 식기 세트가 배열되어 있는 믹스드미디어 설치작으로 1974년부터 5년에 걸쳐 제작됐다. 

 

저녁 식사에 초대된 인물들은 고대부터 근대까지 서구 문명에 등장하는 신화와 역사 속의 여성들로 메소포타미아의 이쉬타르, 힌두의 여신 칼리에서 엘리자베스 1세, 버지니아 울프와 조지아 오키페 등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도자 접시는 여성기를 상징하는 나비와 꽃 모양이 그려져 있다. 내프킨의 자수와 함께 도예를 통해 시카고는 가사 미술과 공예로 평가절하되어온 여성의 미술을 통해 여성사를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1979년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에서 처음 전시된 후 2007년부터 브루클린뮤지엄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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