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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Keys to Decoding the Korean Wave, Hallyu! #10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10 도서 한류(K-Book)와 한국여성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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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의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이 세계 17개국에서 번역 출간된다. 한국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일본판, 대만판, 베트남판, 인도네시아판, 태국판, 중국판, 스페인판. 사진: 민음사

 

2016년 출간되어 한국에서만 150만부 이상이 팔린 조남주(Cho Nam-Joo)의 소설 '82년생 김지영(민음사, Kim Jiyoung, Born 1982)'이 2020년 2월 영국에서, 4월엔 미국에서 영문판으로 나왔다. 일본, 중국, 대만에서는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독일,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 헝가리, 베트남 등 31개국 29개 언어로 출간되며, 도서 한류(K-Book)를 일으키고 있다. 영문판은 뉴욕타임스의 2020 주목할만한 도서 100(100 Notable Books of 2020)에 선정됐다. 이 소설은 또한 2016-2020년 사이 10개의 언어권에서 약 30만부 이상 판매되며, 한국문학작품 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1982년생 김지영이 비단 보통 한국 여성의 삶만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여성들이 체험해온 크고작은 성차별이라는 보편성을 갖추고 있다는 증거일까? 아니면, 한국의 성차별이라는 특수성이 주목을 끄는 것일까? 경제, 문화, 기술 선진국인 한국에서 여성의 인권은 놀랍게도 세계에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82년생 김지영' 세계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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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의 프랑스판(왼쪽부터), 미국판, 영국판. 

 

서른네살 주부 김지영의 삶을 통해 한국사회 곳곳에 내재한 성차별을 드러낸 페미니즘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지난해 김도영 감독의 동명 영화로 제작되어 36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여성 작가 원작 소설, 여성 시나리오 작가(유영아), 여성 감독, 여성 제작자(박지영, 곽희진)가 참여한 페미니즘 영화다.  

 

김지영은 1980년대 전후에 태어난 여아에게 가장 많이 붙인 이름이다. 보통 한국여자를 대표하는 김지영은 태어날 때부터 성차별을 체험해왔다. 남아선호 사상을 보여주는 여동생 낙태, 가족의 서열이 엄격하게 지켜진 밥 주는 순서(아빠-아들-할머니 순), 학교에선 남학생 급식이 우선이며, 여학생들의 복장은 더 엄격하게 규제되는 이중잣대, 성폭력 피해여성에게 던져지는 비난들, 취직에선 성차별, 회식 자리에선 성희롱 그리고 퇴직 후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상황에서 '맘충(Mom蟲)'이라는 욕을 먹은 김지영씨. 그는 마침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게된다. 

 

외국에서의 '82년생 김지영'의 반응도 뜨겁다. 뉴욕타임스의 알렉산드라 알터는 "한국 계급격차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상 수상작 '기생충'처럼, 조남주의 소설은 예술작품일뿐만 아니라 사회적 학술논문처럼 평가된다. 한국 여성의 새롭고, 전복적인 소설들은 #MeToo 운동의 부상과 교차되면서 문학계를 넘어선 토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문예지 커커스 리뷰(Kirkus Review)는 "이 소설의 강점은 조남주가 한 여성의 삶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성차별의 사례를 간결하게 포착한데 있다...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인식될 크고 작은 여성혐오를 완벽하게 잡아냈다"고 평했다. 영국의 메트로(Metro)는 "지영은 분노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수동적인 사람으로 궁극적으로 신경쇠약보다 강력하게 만드는 한편, 침착하고, 사실적인 산문 스타일은 독자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고 평가했다. 

 

 

 

#환자와 화자: 김지영과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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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감독의 '82년생 김지영'(2019)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 안경모 연출 동명 연극(2022) 포스터.  

 

소설 속에서 김지영은 하소연한다.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돼?" 21세기 한국여성 김지영은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Lucia di Lammermoor)' '몽유병의 여인(La sonnambula)'의 여주인공들처럼 미치고 만다. 도니제티 작곡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 루치아는 오빠의 강요로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부잣집 신부가 된다. 벨리니 작곡 '몽유병의 여인'에서 물방앗간집 양녀 아미나는 지주 엘비노와 약혼한 후 몽유병으로 오해를 산다. 

 

1982년생 김지영씨는 1993년 프랑스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의 소설 '여자의 일생(Une Vie/ L'Humble Vérité -어느 인생/겸손한 진실)'의 주인공 잔느를 연상시킨다. 남작의 딸 잔느는 아버지의 강요로 열일곱살 때까지 수도원에서 조신하게 지내다가 희망을 품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 열일곱살에 자작 줄리앙과 결혼하지만, 남편은 하녀를 임신시키고, 백작 부인과도 바람 피우다가 살해당한다. 잔느는 마지막 희망으로 아들 폴에 의지했지만, 폴은 도박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한다. 집까지 넘어가 심신이 지친 노년 잔느는 손녀를 안고 "인생은 그렇게 행복하지도, 그렇게 불행하지도 않은 것"이라고 느낀다.   

  

'82년생 김지영'의 '화자'는 남성 정신과 의사이며, 김지영은 '환자'다. 소설은 의사가 김지영의 증상을 상담한 자료로 그녀의 삶을 재구성했다. 그 의사는 김지영에게 산후 우울증과 육아우울증이 있다고 진단한다. 결말에서 의사는 자신의 전문의 아내가 전업주부가 된 것을 고백하고, 출산으로 퇴직하는 상담사 후임으로는 미혼을 구한다고 밝힘으로써 성차별을 드러낸다. 잔느의 일생은 모파상이 기술한 HiStory이며, 김지영의 삶은 조남주의 HerStory일 것을 기대하지만, 의사가 나레이터다. 결국 지영의 삶조차 HiStory로 남았으며, 소설의 엔딩은 잔느의 삶보다도 절망적이다.

 

 

#KOREA: 경제 선진국, 여성 인권 후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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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Data: Gender wage gap Employees, Percentage, 2021 

 

 

조남주 작가는 "전업주부는 임금도, 휴식도, 휴가도 전혀 없고 승진할 일도 없는 가장 열악한 노동자"라고 밝혔다. 한국은 2021년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이 2071조7천억원(1,798.53B 달러)로 세계 10위다.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 Gross National Income)은 4,024.7만원(3만5천168달러)로 27위에 랭크됐다. 분명 한국은 경제적으로 선진국이다.  

 

하지만, 남녀의 성평등 순위는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특히 직장에서 남녀 임금 차별은 세계에서 최악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한국 남녀 노동자의 임금 격차는 31.1%에 달한다.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68.9% 수준으로 회원 30개국 중 최하위다. 일본은 22.1%이며, 미국은 16.9%, 가장 격차가 적은 나라는 2.6%에 불과한 불가리아다. https://data.oecd.org/earnwage/gender-wage-gap.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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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이 발표한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20)'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153개국 중 108위로 조사됐다. 2006년 첫 조사 때의 92위에서 13년 후엔 16계단이 떨어진 순위다. 2020 톱 10은 아이슬랜드(1위), 노르웨이(2위), 핀란드(3위), 스웨덴(4위), 니카라구아(5위), 뉴질랜드(6위), 아일랜드(7위), 스페인(8위), 르완다(9위), 독일(10위) 순이다. 프랑스는 15위, 영국은 21위, 미국은 53위, 중국은 106위, 그리고 일본은 121위로 조사됐다.  

 

성 격차 평가 기준은 경제활동 참여와 기회(economic participation and opportunity, 한국 127위), 교육 기회(educational attainment, 한국 101위), 건강과 생존(health and survival, 39개국 공동 1위), 정치적 권한(political empowerment, 한국 79위)의 4개 부문이다.

 

#경제활동 참여와 기회 부문의 세부 항목에서 노동력 참여비(92위), 유사업종 임금 평등성(119위), 예상 수입(4121위), 국회의원-임원-매니저 비율(142위), 전문 기술직(88위)으로 전체 순위가 127위로 나타났다. #교육 기회 부문의 세부 항목에선 식자율(읽고 쓸줄 아는 능력)은 세계 1위였지만, 초등교육 등록율(84위), 중등교육 등록율(107위), 고등교육 등록율(120위)로 통합 101위로 내려갔다. #건강과 생존 부문에서는 탄생시  성비(1위), 건강 수명(1위)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정치 권한 부문의 세부 항목인 의회의 여성비(108위), 장관직 여성비(73위), 남녀국가 원수 연도(29위)로 통합 79위에 랭크됐다. 

http://www3.weforum.org/docs/WEF_GGGR_2020.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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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강경화 유엔사무총장 정책특보를 외교부 장관에 임명했다. 사진: 청와대

 

코로나19 창궐로 세계가 위기에 빠진 지금, 세계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은경 질병본부장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한국 여성들의 정치 참여율은 세계에서 하위권이다.

 

국제의원연맹(IPU, Inter-Parliamentary Union)은 1997년부터 매월 세계 각국 여성 국회위원 비율(Percentage of women in national parliaments)을 조사하고 있다. 2020년 3월 현재 한국(Republic of Korea)의 여성의원 수는 총 의원 295명 중 51명으로 17.29%로 세계 193개국 중 125위다. 2017년 119위, 2018년 116위, 2019년의 118위에서 더 밀려난 수치다. 한편, 북한(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은 최고인민회의 총 687명중 여성의원이 121명(17.61%)로 120위로 한국보다 상위다. 1위는 르완다(61.25%), 쿠바(53.22%), 볼리비아(53.08%), 아랍에미레이트연합(50%), 멕시코(48.2%) 순이며, 스웨덴(6위, 46.99%), 핀란드(11위, 46%), 스페인(13위, 44%), 스위스(16위, 41.5%), 프랑스(26위, 39.51%), 오스트리아(28위, 39.34%), 이탈리아(35위, 35.71%), 영국(40위, 33.85%), 독일(49위, 31.17%), 중국(75위, 24.94%), 그리고 미국은 23.49%로 81위에 랭크됐다. https://data.ipu.org/women-ranking?month=3&year=2020

 

*강경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보와의 대담(2013, 12 @코리아 소사이어티)

 

 

#여성가족부와 인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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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성 인권은 후진국 수준이지만, 2001년 한국 정부 직속으로 여성부가 설치된 후 2005년부터 여성가족부(如性家族部)가 확대 개편됐다. 영어로 'Ministry of Women and Family'가 아니라 '성평등 및 가족부((MOGEF,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라는 점이 주목을 끈다. 

 

미국에는 없지만, 프랑스는 1975년에 세계최초로 여성부(Ministry of Women's Rights)를 설치했다. 독일은 1953년 가족부라는 이름으로 설치된 후 1994년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Federal Ministry of Family Affairs, Senior Citizens, Women and Youth)로 운영해오고 있다. 이외에도 뉴질랜드(Ministry for Women), 인도,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캄보디아, 네팔, 나이지리아, 짐바브웨, 가나, 페루, 니카라구아 등이 여성부를 갖추고 있다. 한편, 영국은 문화언론스포츠부 산하에 여성부처(Gender Equality Office)가 운영된다.  

 

1995년 9월 UN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베이징에서 열린 제 4회 세계여성회의(World Conference on Women: Action for Equality, Development and Peace)에서 남녀평등 선언문이 발표됐다. 베이징 선언에선 여성인권과 양성평등을 위한 12가지 과제(여성과 빈곤/ 여성과 교육/ 여성과 건강/ 여성에 대한 폭력/ 여성과 전쟁/ 여성과 경제/ 여성과 권력/ 제도적 장치/ 여성의 인권/ 여성과 미디어/ 여성과 환경/ 여아의 인권)를 제시했다.  

 

당시 미 영부인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이 "여성의 권리는 인권입니다(Women's rights are human rights)"라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유엔은 세계여성행동강령을 채택하며 각국에 여성정책전담 국가기구를 설치할 것을 권고했으며, 세계 187개국에서 여성정책을 전담하는 기구 및 부처를 운영하게 됐다. 한국에선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며, 대통령 직속으로 여성특별위원회가 신설됐다. 1999년 남녀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정되고 이후 2000년 중앙행정기관 여성부로 승격됐다. 2010년 이명박 정부는 보건복지부의 청소년과 가족 업무를 이관하며 여성가족부로 개칭했다. 

 

여성가족부는 여성의 취업/법률/안전/주거/교통 등 분야에서 정책을 시행해오고 있다. 여성할당제 · 여성가산점 · 여성새로일하기센터(취업), 여성폭력방지기본법 · 경력단절여성법 ·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 · 여성농어업인 육성법 · 성별영향분석평가법 · 양성평등기본법(법률), 여성안심귀가서비스 · 여성안심택배(안전), 여성아파트·근로여성임대아파트(주거), 여성전용칸 · 임산부 배려석 · 여성 전용 주차장(주거) 등이다. 

 

하지만, 한국의 여성가족부는 존폐 논란에 휩싸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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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1975년 3월 8일을 세계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로 정했다. 1917년 3월 8일에 러시아의 여성 노동자들이 제정 타도를 외치며 페트로그라드 거리에서 시위를 벌여 2월 혁명에 불을 질렀다. 혁명으로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가 축출됐으며, 여성 노동자들의 주장은 이어 10월 혁명에서 여성 평등권 신장의 기초를 다지게 된다. 

 

한국에선 1920년 일제 강점기에 나혜석, 김일엽, 김명순, 박인덕, 김활란 등 자유주의 계열과 허정숙, 정칠성 등 사회주의 계열이 각각 여성의 날 기념 행사를 시작했다. 해방 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선 사회주의적 경향으로 축소됐으며, 1985년부터 3월 8일을 기념하며 여성단체들이 참가하는 정치, 문화행사로 자리잡았다.

 

유엔은 1981년 인권 시스템 산하에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를 설치했다.  2018년 제네바 유엔최고인권사무소 본부에서 열린 CEDAW 제 8차 국가 보고서 심의에서 위원회는 한국의 여성차별, 노동문제, 폭력 및 낙태 문제 등을 지적하고, 정부에 53개의 견해문을 제시했다. 견해문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합당한 가정폭력 범죄의 해결 및 처벌, 온라인 성폭력 예방조치 강화를 비롯, 고위직 여성 대표성, 형법 297조 개정 및 배우자 강간 범죄화, 직장 내 성희롱 관리, 공공기관 내 성폭력 범죄자의 엄격한 처벌 보장, 포괄적 인신매매 방지법 제정, 여성경찰관의 성별 분리모집 폐지, 공사기업에서의 임금 공시제 시행, 비례대표제 강화, 위안부 피해자 배상 등이 포함됐다. 

 

한국은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을 제정했으며, 2014년 이를 양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했다. "양성평등"이란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을 말한다"(제 3조), "모든 국민은 가족과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한 대우를 받고 양성평등한 생활을 영위할 권리를 가진다"(제 4조)라고 명시하고 있다. 

 

 

#뿌리깊은 성차별: 여성비하 속담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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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izabeth Keith(1887-1956), Country Wedding Feast, Korea, 1921

 

왜 경제, 문화, 기술 선진국인 한국에서 유독 여성들의 인권은 시대에 뒤쳐져 있을까? 유교문화의 영향일까? 

 

고 노회찬 의원은 2017년 '82년생 김지영 대담회'에서 "남자가 최고의 스펙인 대한민국의 많은 제도, 문화, 관습을 깨기 위해서라도,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야만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남성들이 이 책을 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었다. 노회찬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82년생 김지영을 안아주십시오'라는 당부의 글을 써서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은 여성우위가 아니라 인권이다. 당신의 어머니, 당신의 부인, 당신의 딸, 당신의 손녀가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평가절하되는 일은 사라져야할 것이다. 한국의 대다수가 아직도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에 젖어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많은 여성 비하 속담들이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일까? 

 

1.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2. 여자가 똑똑하면 팔자가 드세다.

3. 첫 손님이 여자면 그날은 재수가 없다.

4. 여자와 북어는 사흘 걸러 때려야 한다.

5. 그릇과 여자는 밖으로 내돌리면 금이 간단다.

6. 가을 가지 며느리가 먹어서 해롭다.

7. 굿하고 싶어도 며느리 춤추는 것 보기 싫어 안한다.

8. 시집살이 못하면 동네 개가 다 업신 여긴다.

9. 여인은 나가면 버리고 그릇은 벌리면 깨진다.

10.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

11. 집안이 화합하려면 베개 밑 송사는 듣지 않는다.

12. 집안 망신은 며느리가 시킨다.

13. 한 놈의 계집 한 덩굴에 열린다.

14. 계집의 독한 말보다 오뉴월 서리가 싸다.

15. 귀머거리 삼 년 벙어리 삼 년.

16. 길에 떨어진 홍합에 임자 있나

17. 꽃이 좋아야 나비가 모인다.

18. 꽃이라도 십일홍 되면 오던 봉접도 아니 온다.

19. 남편 밥은 누워서 먹고, 아들 밥은 앉아서 먹고, 딸년 밥은 서서 먹는다.

20. 내 손이 내 딸이다.

21. 딸 다섯 둔 집에는 도둑도 들지 않는다.

22. 딸은 하나도 많고 아들은 셋도 모자란다.

23. 식량 없는 밥은 딸보고 하라고 하고 반찬 없는 밥은 며느리보고 하라고 한다.

24. 여자 안 낀 살인 없다.

25. 여자가 셋 모이면 솥뚜껑이 안 남아난다.

26. 여자가 손 커서 잘 되는 집안 없다.

27. 사위는 백년 손이요, 며느리는 종신 식구라.

28. 아들 못난 건 제집만 망하고, 딸 못난 건 양 사돈이 망한다.

29. 딸은 두 번 서운하다.

30. 여자는 제 고을 장날을 몰라야 팔자가 좋다.

31. 계집이 늙으면 여우가 된다.

32. 사내가 어디 가나 옹솥하고 계집은 있다. 

33. 딸이 하나면 과하고 반이면 모자란다.

 
 

미국과 한국 여성 참정권 

 

1960년대 미국은 여성해방운동의 거대한 물결이 시작됐다. 1971년까지 미국 여성들의 권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제한됐었다. 여성 자신의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었으며, 직장인이 임신하면 해고될 수도 있었다. 배심원 자격이 없었으며, 아이비리그대 진학도 금지됐다. 전선에서 싸울 수 없었으며, 남성과 같은 비용으로 건강보험에 들 수도 없었다. 그리고,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도 금지됐었다. 

 

미국 참정권의 역사를 보자. 

1776년 미국은 독립을 선언했다. 식민지 시대와 독립 전쟁 중 투표권은 토지 소유주에만 제한됐다. 대부분은 21세 이상 백인 개신교도 남성들이었다.

1790년 귀화법(Naturalization Law)이 승인된 후 백인남성들만 시민권을 갖고,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1868년 전 노예들에게 시민권을 주다. 그러나, 투표권은 남자들에게만 주어졌다.

1876년 인디언원주민의 투표권 박탈하다.

1882년 중국계 이민자에 시민권 거부하다.

1912-13년 여성 참정권 요구 행진(뉴욕과 워싱턴 D.C.)

1919년 제 1차세계대전 중 군 복무한 인디언 원주민은 시민권 제공하다.

1920년 제 19차 수정헌법 통과로 여성의 참정권 허용되다. 

1952년 아시아계 이민자에 시민권(=투표권) 제공하다. (McCarran-Walter Act)

 

미국 흑인 노예(남성)들의 참정권은 1868년 주어졌지만, 여성들의 투표권은 1920년에야 허용됐다. 반면, 한국은 1948년 제헌헌법에서 남녀의 평등한 참정권이 보장됐다. 사회운동가이자 변호사였던 이태영(1914-1998) 여사는 1949년 서울대 법학과에 진학한 최초의 서울대 여대생으로 기록됐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미국보다 뒤늦게 시작되었어도 여성의 참정권과 남성과 평등한 교육기회는 앞서갔던 것이다. 한국이 근대화를 급속하게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인한 여성들의 롤 모델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작가들의 힘: 한강-수잔 최-최돈미-캐시 박 홍-미셸 자우너-이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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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의 인권은 낮을지언정 국외에서 문학으로 혁혁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한인 작가들은 여성들이다. 

 

2016년 소설가 한강(Han Kang)씨가 한인 최초로 맨부커상 국제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2020부터 이름 변경: 국제부커상/ International Booker Prize)을 수상했다. 수상작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는 어릴 때 고기에 얽힌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여자가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극단적인 채식주의자가 되면서 죽음에 이르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번역자는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

 

한강씨는 2018년에도 소설 '흰(The White Book)'으로 맨부커상 최종 후보 6편에 올랐다. 한강씨는 1993년 시인으로 등단한 후 소설로 전향, 2005년 '몽고반점'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1988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한승원('해변의 길손' '아제아제 바라아제')씨가 아버지다.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Prix Goncourt)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우는 부커상은 그해 영어로 쓰여진 최고의 소설에 시상한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2005년 맨부커상의 외국소설 문학상이다. 작가와 번역가에게 상금 5만파운드가 주어진다.  1969년 영국의 식료품유통회사 부커그룹이 제정했으며, 2002년부터 2019년까지 헤지펀드회사 맨그룹이 주최했다. 2020년부터 억만장자 기업가 마이클 모리츠의 크랭크스타트 재단이 후원하면서 이름을 부커상(Booker Prize)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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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브루클린의 소설가 수잔 최(Susan Choi)는 한국계 작가 최초로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s) 소설 부문상을 거머쥐었다. 수상작 '신뢰 연습(Trust Excercise)'은 텍사스의 한 예술고등학교 연극반에서 벌어지는 교사와 학생간의 섹스, 권력, 신뢰를 탐구한 작품이다. 

 

한인 아버지(최창 인디애나대 수학과 교수)와 러시아계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수잔 최의 친할아버지는 문학평론가 최재서다. 1998년 한국전쟁의 악몽에서 벗어나려했던 아버지의 삶을 토대로 쓴 첫 소설 '외국인 학생(The Foreign Student)'로 아시안아메리칸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두번째 소설 '미국 여성(American Woman)'으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수잔 최는 예일대에서 소설창작을 강의한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으로 꼽히는 전미도서상은 소설/시/넌픽션/청소년 도서/ 번역문학의 5개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한다. 소설 부문 수상자로는 윌리엄 포크너(1951, 1955), 사울 벨로우(1954, 1965), 필립 로스(1960, 1995), 존 업다이크(1964, 1972), 손톤 와일더(1968), 조이스 캐롤 오츠(1970), 토마스 핀천(1974), 앨리스 워커(1983), 수잔 손탁(20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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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2020 전미도서상에도 한인이 나왔다. 시애틀의 시인이자 번역가 최돈미(Don Mee Choi)씨가 전미도서상 시 부문상을 수상했다. 수상 시집 'DMZ 콜로니(DMZ Colony)'는 한반도 비무장지대를 소재로 군사폭력과 미 제국주의가 민간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증언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최돈미씨는 또한 2021년 '천재상(Genius Grant)'으로  불리우는 맥아더 펠로(MacArthur Fellows) 25인에 선정됐다. 2019년엔 김혜순씨의 세월호 후유증을 담은 시집 '죽음의 자서전(Autubiography of Death)'을 번역, 그리핀시문학상(Griffin Poetry Prize)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 도서상 시부문 수상자로는 W. H. 오든(1956), 프랭크 오하라(Frank O'Hara), 알렌 긴스버그-애드리안 리치(1974), 2020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루이즈 글릭(Louise Glück, 2014) 등이 있다. 

 

 

또한, 2020 미 도서상 번역문학 부문에선 재일 한국인 작가 유미리(Miri Yu)씨의 소설 '우에노역 공원 출구(Tokyo Ueno Station/ JR上野?公園口)'를 번역한 모건 가일스(Morgan Giles)가 받았다. 이 소설은 동경 우에노역의 공원에서 홈리스로 살다 죽은 뒤 귀신이 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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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의 시인 캐시 박 홍(Cathy Park Hong)은 자전적 에세이집 '마이너 필링스: 이 감정들은 사소하지 않다(Minor Feelings: An Asian American Reckoning)'로 2020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회고록/자서전 부문상을 수상했으며, 2021 퓰리처상 넌픽션 최종 후보에 올랐다. '마이너 필링스'는 미국에서 아시안아메리칸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부모세대의 트라우마 등을 다루었다. 2021년 캐시 박 홍은 '미나리'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씨, 스티븐 연과 함께 타임(TIME)지의 '2021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됐다.  

 

그런가하면 한인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이수지(Suzy Lee)씨는 2022년 3월 한인 최초로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상(Hans Christian Andersen Awards)을 수상했다. 이수지씨의 글이 없는 그림책은 "독특한 문학적 미학적 혁신"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수지씨의 'WAVE(파도야 놀자, 2008)'는 뉴욕타임스 최우수 그림동화책에 선정됐으며, 미일러스트레이터협회의 '올해의 원화전'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우는 안데르센상은 1956년 덴마크 출신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상의 이름을 따서 제정됐으며, 수상자는 2년마다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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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뉴욕에서 인디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의 리더이자 보컬리스트인 한국계 록뮤지션 미셸 자우너(Michelle Zauner)는 뮤지션으로보다 회고록 작가로서 먼저 유명해졌다. 2021년 한국음식을 통해 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와의 추억, 자신의 정체성과 성장과정을 담은 'H마트에서 울다(Crying in H Mart)'는 언론의 찬사를 받으며, 5월 현재 30주 이상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랐다. 

 

'H-마트에서 울다'는 한국식품 마켓 H마트(구 한아름)와 한국 음식을 널리 알리면서 K-푸드와 시너지 효과를 냈다. 유명세 덕분에 자우너의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도 재발견되어 앨범 '쥬빌리(Jubilee)'로 2022 그래미상 신인 아티스트와 얼터너티브뮤직앨범 후보에 올랐다. 'H-마트에서 울다'는 할리우드 오라이언 픽처스에서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자우너가 시나리오로 각색하고, 그녀의 밴드가 영화음악을 맡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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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한인작가는 아마도 이민진(Min Jin Lee)씨일 것이다. 할렘에 사는 이민진씨는 예일대 역사학과와 조지타운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다가 소설가가 된 케이스다. 2007년 뉴욕 금융가에서 고군분투하는 한인 여성 이야기를 그린 데뷔 장편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Free Food for Millionnaires)'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로 시작하는 두번째 소설 '파친코(Pachinko)'는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에서 시작, 오사카를 거쳐 미국에 정착한 4대 가문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의 뒤안길에서 억압당한 한인들의 인내를 그린 대하소설이다.  뉴욕타임스, BBC , 가디언지 등에 의해 '올해의 책 10'에 선정되었으며, 이민진씨는 전미도서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세계 30개국어로 출간된 '파친코'의 일본어판은 뒤늦게 2020년 7월에야 번역 출간됐다.

 

'파친코'는 2022년 3월 애플 TV+에서 8부작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 방영됐다. 윤여정, 이민호, 김민하, 진 하가 출연하며, 연출은 한국계 코고나다(Kogonada)와 저스틴 전(Justine Chon)이 맡았다. 

 

 

2022년 3월 뉴욕공립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은 '여성역사의 달'을 맞아 추천도서 31권(31 Books for March: Women's History Month)'을 선정했다. 수잔 최의 '신뢰연습', 이민진의 '파친코', 그리고  캐시 박 홍의 '마이너 필링스'를 미셸 오바마의 회고록 '비커밍(Becoming)'과 함께 추천했다. 무소의 뿔처럼 당당한 한국계 여성작가들의 위상을 보여주는 리스트다. 

 

 

박숙희/블로거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한양대 대학원 연극영화과 수료. 사진, 비디오, 영화 잡지 기자, 대우비디오 카피라이터, KBS-2FM '영화음악실', MBC-TV '출발! 비디오 여행' 작가로 일한 후 1996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Korean Press Agency와 뉴욕중앙일보 문화 & 레저 담당 기자를 거쳐 2012년 3월부터 뉴욕컬처비트(NYCultureBeat)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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