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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enico DeMarco(1936-2022) 

브루클린 디파라 피자의 전설 도메니코 드마르코(85)씨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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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미드우드의 명물 피자리아 디파라(Di Fara's)의 주인 도메니코 드마르코(Domenico DeMarco)씨가 별세했다.  드마르코씨의 딸 마지 미엘스(Margie Mieles)씨는 소셜미디어에서 아버지의 사망을 알렸다. 

 

1936년 이탈리아 중부 프로빈시아 디 카세르타에서 태어난 드마르코씨는 1959년 뉴욕으로 이주, 1965년 디파라 피자를 오픈했다. 셰프 안소니 부르댕, 뉴욕 전시장 빌 드블라지오 등이 '뉴욕 최고의 슬라이스'라 불렀으며, 에릭 아담스 시장은 그를 "전설"이라 칭송했다. 배우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도 다녀갔다. 마크 이아코나(Mark Iacono)씨는 브루클린 캐롤가든에 피자리아 루칼리(Lucali)를 오픈하기 전 드마르코씨에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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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니코 드마르코씨. 2018. 3. 23. Photo: Bic Banana/NYCultureBeat 

 

이젠 더 이상 드마르코씨의 네모난 시칠리안 피자에 포치니 버섯, 아티초크, 브로콜리 랍과 소시지 토핑을 맛볼 수 없게 됐다. 20여년간 한조각의 피자에서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신 드마르코씨의 명복을 빈다. <Update 2022.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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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라의 페퍼로니, 소시지 토핑 시칠리안 피자 Photo: Bic Banana/NYCultureBeat 

 

One Pizza at a Time, He Defined the New York Slice

Domenico DeMarco, who founded Di Fara Pizza in 1965, has died. He was a link between the cooking of Southern Italy and the city’s corner-slice culture.

https://www.nytimes.com/2022/03/17/dining/dom-demarco-dead-di-fara-pizza.html

 

Di Fara Pizza founder Domenico DeMarco dead at 85 

https://nypost.com/2022/03/17/di-fara-pizza-founder-domenico-demarco-dead-at-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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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Dom) 선생도 없고, 디파라는 프라이빗 파티 중

 

뉴욕영화제 시사회는 마라톤 여정이다. 하루에 3편씩 잡혀있기에 이 나이엔 스태미나도 신경써야 한다. 게다가 여행을 앞두고 있어서 체력 보강을 위해 우리의 뉴욕 소울 푸드를 찾아 브루클린 디 파라(Di Fara Pizzeria)로 향했다. 화요일 저녁 키안티 반병을 들고, 도메니코 드마르코 선생님의 정성어린 시칠리안 피자를 먹을 요량이었다. 

 

웹사이트에는 오후 8시까지 오픈한다고 해서 4트레인 타고, 아틀랜틱 터미널에서 Q 트레인으로 갈아타고 J애브뉴에 내렸다. 오후 7시 경, 아뿔싸! 디 파라는 프라이빗 파티 중이었다. 키친 쪽으로 열린 창가에는 수염을 기른 젊은이가 테이크 아웃 주문을 받고, 아시아계 청년이 피자를 만들고 있었다. 시칠리안 네모 피자 하나를 주문했다. 토핑을 요청할 수 없었다. 기름이 지글지글하게 튀긴듯한 피자가 아니라 파티용으로 제공하고 남은 조각인듯. 재료가 좋아서 그런대로 허기를 채울 수는 있었지만, 소울이 없는 피자였다. 수염 청년에게 물으니 '돔(Dom)은 목요일에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휴식을 취하시는지 휴가를 가셨는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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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한 조각으로 먼 길의 스트레스를 조금 해소하고 집으로 돌아와 파스타로 저녁을 때운 날. 디 파라는 이제 월요일에도 문을 연다고. 웹사이트에는 업데이트되지 않았지만, 다음부터는 프라이빗 파티가 있는지, 도메니코 선생님이 피자를 만드시는지, 전화로 꼭 확인해야할 것 같다.

<Update 2018. 9. 18> 

 

 

디 파라의 피자 마스터 도메니코 드마르코씨

 

The Legendary Pizza Master 

Domenico DeMarco at Di Far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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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부터 한결같이 한 자리에서 완벽한 피자를 만드는 디 파라의 도메니코 디마르코(77)씨.
 
 
노동절(Labor Day)을 앞두고 '피자 성지(聖地)'로 순례를 다녀왔다. 그리고 아름다운 요리사 아저씨를 소개하고 싶어졌다.
 
브루클린 깊숙한 곳 미드우드 애브뉴 J에 자리한 허름한 디 파라 피자(Di Fara Pizza)를 굳이 '성지'라고 부르는 것은 가서 기다려서 먹고 돌아오기까지 체험이 색다르기 때문이다. 
 
걸어서 5분 거리에 그리말디 피자리아(Grimaldi's Pizzeria), 걸어서 15분 거리에 루칼리(Lucali's), 뉴욕 최고의 피자집에 갈 수 있는 동네에 살고 있지만 몇 개월에 한번씩 디 파라로 가야한다. 지하철 두번 혹은 세번 갈아타고 가는데 왕복 1시간 반 걸리고, 주문 후 먹기까지 2시간, 그래서 피자 두 조각에 4시간 이상이 걸리는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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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광들이 줄을 서있다. 디파라는 월,화요일 문닫고, 오후 4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휴식 시간이다. 
 
디 파라에 다니기 시작한지 15년이 흘렀다. '자갓 서베이'가 '뉴욕 식도락가들의 성경'이었던 시절 디 파라는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1998년 식탐가들의 언더그라운드 웹사이트 'chowhound.com'의 수장 짐 레프(Jim Leff)가 브루클린 허름한 유대인 동네의 디 파라 피자의 맛을 소문내고 다닌 장본인이다. 
 
재즈 트럼본주자이자 음식 비평가였던 짐 레프는 20여년 전부터 맨해튼보다 브루클린, 퀸즈, 브롱스, 스태튼아일랜드의 세계 민족의 맛집들을 발굴했다. 플러싱 어느 한식당이 갈비찜을 잘하는데, 문닫았다고 비통해하기도 했다. 그는 식당 가이드 책도 몇권 냈지만, 서점 낭독회에 갔더니 얼굴을 공개하지 않기위해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철저한 프로정신.
 
우리는 샌프란시스코, 하와이, 키웨스트 등 미국 내 여행할 때는 chowhound를 애용했다. 그러나, 2006년 chowhound.com은 CBS에 팔리면서 상업적인 웹사이트로 오염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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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레프의 '뉴욕시 절충 식도락 가이드'에서 디 파라에 별 4개를 주었다.
 
디 파라의 도미니코 드 마르코씨의 피자를 예찬한 이가 짐 레프였고, 1999년 '빌리지 보이스'의 커버에 '뉴욕 최고의 이탈리안 레스토랑'로 실리면서 디 파라는 순식간에 컬트 피자리아가 된다. 인기 요리사 이자 '푸드 채널' 호스트 안소니 부르댕은 "최고 중의 최고'라고 찬사를 보냈고, 2008년 마침내 자갓 서베이에서도 27점을 주면서 뉴욕 톱 15 식당에 오르게 된다.
 
그러면, 무엇이 디 파라 피자를 최고로 만들며, 드마르코씨를 피자 마스터로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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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의 드마르코 아저씨
 
이탈리아 나폴리 인근의 카세르타(Caserta)에서 태어난 도메니코 드마르코(Domenico DeMarco)씨는 1959년 뉴욕으로 이민왔다. 롱아일랜드 헌팅턴의 농장에서 일하다가 1965년 어느날 브루클린 애브뉴 J에 가게가 하나 났다는 말을 듣고 어느 토요일 밤 브루클린으로 왔다. 가게를 본 다음날 건물주를 만나 렌트 예치금을 주었고, 동업자 파리나(Farina)씨와 자신의 이름 드 마르코(DeMarco)를 합성해서 디 파라(Di Fara)라는 이름으로 피자가게를 연다. 1978년 가게를 완전히 인수하면서 이름을 고수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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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교통사고를 당했고, 최근엔 체중도 불어 건강이 우려되는 디마르코씨가 가위로 싱싱한 베이질을 자르고 있다. 옆은 따님.
 
포마드를 바른듯 단정하게 빗은 머리칼에 안경테, 주로 와이셔츠는 체크 무늬다. 그 위에 에이프런을 두르고 묵묵하게 피자 반죽을 만지고, 모짜렐라를 넉넉하게 펼쳐 올린 후 토마토 소스를 빈틈 없이 바른 후 올리브 오일을 촉촉하게 뿌려준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피자가 드마르코씨에게는 '슬로우 푸드(Slow Food)'이자 온 정신을 쏟아 만드는 '소울 푸드(Soul Foo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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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범벅이 된 손으로 모짜렐라를 넉넉히펼치고 있는 피자 마스터. 
 
"피자 만드는 일은 예술입니다"라고 말하는 디마르코씨. 
디파라 아저씨만 피자를 구워낸다. 그는 피자리아에서 단 한 사람만이 피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완벽주의자다. 드마르코 아저씨가 아픈 날은 문을 열지 않는다. 2009년 즈음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가 그랬다. 그리말디나 루칼리, 혹은 다른 명물 피자리아처럼 주방 직원들이 대체하지 않는다. 드마르코가 아프시면, 디파라 피자도 없다.
 
모모푸쿠의 데이빗 장, 바보의 마리오 바탈리 등 성공한 요리사들은 스타덤에 오른 후에는 키친을 떠나 경영인이 된다. 디파라가 번창했지만, 그는 오늘도 키친을 지킨다. 최고의 식재료로 최고의 피자를 만든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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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라운드 피자가 잘 나가지만, 두터운 시칠리안 스타일의 사각 피자가 하이라이트.
 
2010년 드마르코씨의 아들 도미닉 드마르코 주니어(Dominick DeMarco Jr. 42)가 라스베가스에 피자리아 돔 드마르코스(Dom DeMarco's)를 열었다. http://www.domdemarcos.com
 
디 파라의 키친에도 아들과 딸들이 본격적으로 아버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웹사이트에 페이스북도 시작했으며, 지난해엔 코너에 아들이 한다는 MD 키친이 문을 열었다. 그러나, 드마르코 아저씨의 손맛이 나지 않는 샌드위치는 실망스러웠다. 아마도 문을 닫아버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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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디 파라의 메뉴. 예전에는 샐러드와 스파게티, 마니코티도 있어서 테이크아웃을 했는데, 지금은 피자와 칼조네만 한다.
 
 
2009년 7월 디 파라는 슬라이스 하나에 4달러를 5달러로 올리면서 뉴욕에서 제일 비싼 피자집이 됐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산 마르자노 토마토, 이탈리아 카사풀라에서 수입한 버팔로 모짜렐라 치즈, 그리고 이탈리아산 파미자노 레지아노 치즈, 이스라엘산 베이질(바질)과 오레가노까지 최고의 재료를 사용한다. 여름철 키친 창가에는 타임, 오레가노, 베이질, 로즈마리, 고추 화분이 놓여있기도 하다.
 
디파라의 키친에서는 아들이 토핑 재료를 만들고, 카운터에서는 딸이 줄무늬 노트패드에 볼펜으로 주문을 받는다. 하루에 100개에서 150개의 파이를 구워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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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언론에 보도된 디파라 기사 액자만이 인테리어를 장식한다. 15개 남짓한 의자와 허름한 식탁이 있다.
 
지난 15년간 인테리어도 조금 깔끔해졌을 뿐 별로 바뀌지 않았다. 각종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액자로 만들어 걸어놓았을 뿐, 15인 정도 앉을 수 있는 싸구려 식탁과 형광등 조명이다. 따라서 디파라 피자를 주문한 후 기다리는 피자광들은 서서히 배가 고파진다. 그러나 아무도 기다리는데 지쳐있는듯 해도 아무도 화난 표정을 짓지 않는다. Hungry, but not Angry.
 
이들은 카운터 주변에 서서 드마르코 아저씨의 '선(zen)'스러운 반복적인 행위와 방금 오븐에서 나온 지글거리는 피자를 경이롭게 지켜본다. 
 
 
photo 1 (40).jpg 돌체토 달바
 
디 파라는 BYOB(Bring Your Own Bottle)을 할 수 있다. 
키안티나 바롤로 혹은 돌체토 등 이탈리안 레드와인 한병 들고 가서 조금씩 마시면서 시간을 떼워 본다. 친구는 중간에 코니아일랜드 애브뉴의 오차드(Orchard Fruits, http://www.orchardfruit.com)로 과일과 야채를 사러 가며 미드우드까지 행차하는 보람을 곱배기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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쌉쓸한 브로콜리 랍과 소시지 토핑의 시칠리안 슬라이스($7). 씁쓸한 브로콜리랍과 짭잘한 소시지, 쫄깃한 모짜렐라의 트리오. 
 
그렇게 1시간, 2시간 기다려야 하니, 어느 피자라도 맛있겠지만, 디 파라의 피자, 특히 시칠리안 사각파이는 특별하다. 
마치 튀긴듯 지글거리는 두꺼운 파이에 이색 토핑($2)으로 페퍼로니나 보통 피자집에 없는 포치니 버섯, 아티초크, 브로콜리랍과 소시지 컴비네이션을 즐긴다. 사각거리는 피자 크러스트, 모짜렐라의 깊은 맛과 진한 토마토 소스, 그리고 토핑이 피자 한 조각을 명품 요리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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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안 포치니 머쉬룸 토핑($7). 시큼하고 담백한 포치니와 모짜렐라, 토마토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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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로니 토핑의 슬라이스($6). 뉴욕 피자리아 중 가장 맛있는 페퍼로니.
 
50년 가까이 한결같은 피자 마스터 도메니코 드마르코 아저씨.
77세에도 디 파라의 키친을 사수하고 있는 드마르코 아저씨는 노동절 감사하고 싶은 요리사, 우리 시대의 아름다운 장인이 아닐까? 
 
디 파라로 가는 길은 멀고, 고단하지만, 돌아오는 길은 가뿐하다. 드마르코씨의 장인 정신이 빚어내는 슬로우 푸드 피자의 전설이 오래오래 지속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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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수요일-일요일 정오-오후 4시 30분, 오후 6시 30분-9시. 월-화요일 휴업, 오후 4시 30분-6시 30분 휴식
지하철: 브루클린 행 Q 타고 애브뉴 J 하차
 
Di Fara's
1424 Avenue J, Brooklyn. 718-258-1367 http://www.difara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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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8.28 22:12
    드파라 피자는 단연 최고라는 생각. 할아버지 사진을 보니 정말 체중이 많이 늘으셨군요.
    다시 한번 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sukie 2014.08.29 13:12
    그러게요, 건강하셔야 하는데...
    드마르코 아저씨가 더 훌륭해보이시는 점은 그렇게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버셨을텐데 쉬임 없이 직접 피자를 '천천히, 정성스럽게' 만들어 우리를 맥여주신다는 점이지요. 대부분 그 연세 되시면, 은퇴하실텐데요. 그 장인 정신이 정말 놀라워요.
  • sukie 2022.03.18 22:38
    피자의 거장인 도메니코 드마르코씨가 별세하셨군요. 피자를 좋아해서 집근처에 있는 이태리 나폴리에서 이민 온 주인이 25년간이나 경영하고 있는 빌라 마리아에 자주 갑니다. 나폴리 피자의 진수를 맛봅니다. 피자 도우의 두께가 얇아서 구위내 놓으면 바삭바삭해서 바삭하는 씹는 소리가 들립니다. 토핑은 주로 버섯과 브로컬리를 얹어달라고 합니다. 그린데 디파라의 피자는 격이 다르네요. 주인인 드마르코씨가 직접 만들어서 구워내고 아플 때는 문을 닫고 남을 시키지 않는다니 자기의 손맛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신 분같습니다. 그의 피자의 맛이 이조시대 대장금의 장금이의 손맛과 견줄만하지요? 드마르코씨의 피자 맛을 맛보지는 읺았지만 입에 군침이 도네요. 세기의 피자 맛을 탄생시킨 도미네코 드마르코씨도 세월을 뛰어 넘지를 못 하시고 가버리시니 무상함을 느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