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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 

'아나이스의 연인들(Anais in Love/ Les Amours d'Anaïs)'이 4월 29일 맨해튼 안젤리카필름센터(Angelika Film Center)에서 개봉된다. (2022. 4. 29)

https://www.angelikafilmcenter.com/nyc/film/anais-in-love

 

아나이스의 연인들(Les Amours d'Anaïs) ★★★★☆

이별은 비바체, 사랑은 안단테, 안단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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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ïs in Love/  Les Amours d'Anaïs by Charline Bourgeois-Tacquet

https://youtu.be/MlJJVLiywDM

 

파리의 여성들은 왜 매력적일까? 예전에 런던의 하비 니콜스 백화점 서점에서 발견한 책('Parisian Chic')에 의하면 '꾸미지 않은듯한 스타일(Casual Chic)'이 파리지엔의 매력이라고 한다. 헝크러진 머리카락, 재킷에 청바지처럼 어울리지 않을듯한 매치로도 매력을 발산하는 파리의 여성들. 프랑스 여성감독 샬린 부르주아-타케(Charline Bourgeois-Tacquet)의 데뷔작 '사랑에 빠진 아나이스(Anaïs in Love/*불어 제목은 '아나이스의 연인들-Les Amours d'Anaïs)'의 주인공은 그런 매력의 파리지엔이다. 헝크러진 머리에 꽃무늬 원피스와 샌달, 무거운 백팩을 메고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게다가 우리는 그녀가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 호기심으로 충만한 아나이스에게 사랑은 모험이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해 후회하느니, 일단 가보고 마는 스타일이다. 

 

서른살의 아나이스(아나이스 드무스티에 분)는 늘 뛰고 있다. 꽃가게 문 닫기 전에 꽃 한다발을 사고, 밀린 렌트를 독촉하러온 집주인과의 약속도 늦었다. 석사논문을 마쳐야 하는데, 덜컥 임신해버렸고 남자친구와도 헤어진다. 그러나, 서른 잔치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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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ïs in Love/  Les Amours d'Anaïs by Charline Bourgeois-Tacquet

 

충동적인 행동은 아나이스의 특기다. 어느날 아나이스는 지인의 출판 파티에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중년의 출판사 대표 다니엘(데니스 포달리데스 분)을 만난다. 아나이스 자신은 좁은 엘리베이터에 자전거만 태우고 16층을 뛰어 올라간다. 다니엘은 전처와 12년만에 헤어졌고, 성공한 작가 에밀리(발레리아 브루니-테데스키 분)와는 12년 동거해왔다. 그에 따르면, 이제 아나이스가 그 앞에 운명처럼 나타났다. 다니엘은 에밀리가 알프스로 집필하러 간 사이 아나이스와 바람을 피운다.

 

아나이스는 한국인 관광객 부부(김성용, 에스텔 천 분)에게 아파트 서브렛을 주고, 짐을 싸서 다니엘의 집으로 들어간다. 다니엘이 그녀에게 아들의 방을 내주자, 분노한 아나이스는 뛰쳐나간다. 다니엘이 원하는 것은 현 애인 에밀리와의 관계를 깨지 않으면서 젊은 애인과 사귀는 것,섹스 파트너 그뿐이었다.

 

그후 아나이스는 다니엘의 애인 에밀리가 쓴 책과 인터뷰를 보며, 자신과 닮은 점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녀가 집필하는 시골로 찾아간다. 아나이스와 에밀리는 서로에게 끌린다. 여기에 다니엘이 나타나면서부터 예상 밖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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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ïs in Love/  Les Amours d'Anaïs by Charline Bourgeois-Tacquet

 

아나이스와 에밀리는 극과 극이다. 그리고, 극끼리는 통한다. 자기 앞의 현실과 고군분투하는 질풍노노의 청춘 아나이스는 감정적이며, 충동적이고, 거짓말도 불사한다. 반면, 성공한 중년 작가 에밀리는 사색적이며, 이성적이며, 정직하다. 갈색 머리의 아나이스가 빨강 미니 원피스를 입었을 때 금발의 에밀리는 파랑 맥시 원피스를 입고 '베티 데이비스 아이즈'에 맞추어 유혹의 춤을 춘다.

 

에밀리는 아나이스에게 닮은 꼴이 아니라 20년쯤 후 되고 싶은 롤 모델일지도 모른다. 처음에 아나이스의 접근은 다니엘에 대한 복수처럼 보인다. 그런데, 아나이스와 에밀리의 가슴 속 깊이 숨어있던 열정들이 깨어난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의 해변에서 친밀해지는 아나이스와 에밀리는 본능과 감정에 맡겨버린다. 

 

아나이스와 에밀리의 관계는 인간의 본능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겐 이성애/ 동성애의 심지가 숨어 있으며, 누군가 성냥불을 붙여주면 타오를 수도 있는 칩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도시의 차가운 이성적 관계는 시골 풍경 속에서 본능으로 복귀한다. 그 사랑의 다리를 놓아준 이는 아나이스와 불륜을 하는 다니엘이었다.

 

다니엘은 아나이스에게 "이건 영화가 아니야! 오리지널하군! 왜 여기에 있는거야?"하고 소리지른다. 픽션으로 돈을 버는 다니엘의 아이러니다. 다니엘은 결국 에밀리와 아나이스 두 여인으로부터 버림을 당한다. 두 여인의 자매애/여성간의 연대(sisterhood/ female bond)와 가부장적 남성에 대한 통쾌한 복수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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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ïs in Love/  Les Amours d'Anaïs, 2021 by Charline Bourgeois-Tacquet/ Opening Night, 1977 by John Cassavetes 

 

샬린 부르주아-타케 감독은 두 여인이 유혹적인 춤을 출 때 킴 칸스(Kim Carnes)의 노래 '베티 데이비스의 눈(Betty Davis Eyes)'를 들려주며, 존 카사베츠(John Cassavetes) 감독의 영화 '오프닝 나잇(Opening Night, 1977)'를 삽입했다. 베티 데이비스의 눈은 유혹적이면서도 무시무시한 눈이다.

 

한편, 카사베츠가 부인 지나 롤란스(Gena Rowlands)를 연극 배우로 캐스팅한 '오프닝 나잇'은 광적인 10대팬의 죽음을 목격한 알콜중독 배우 머틀 고든이 '두번째 여인(The Second Woman)'을 공연 준비를 하면서 대본벌어지는 이야기다.  머틀은 개막 공연에서 휘청거리다가 즉흥연기에 의존해 갈채를 받는다. 연기는 대본에 의존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에선 대본이 없다. 샬린 부르주아-타케 감독은 아나이스의 충동성이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는 삶이라고 강조하는듯 하다. 

 

에밀리 역의 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는 니콜라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과 결혼한 가수 겸 모델 칼라 브루니의 언니다.  3월 6일엔 샬린 부르주아-타케 감독의 대화시간이 열린다. 지난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La Semaine de la Critique)에서 상영작. 98분. 

Sunday, March 6, 12:45pm (Q&A with Charline Bourgeois-Tacquet)/ Friday, March 11, 3:30pm

 

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March 3-13, 2022

Walter Reade Theater (165 West. 65th St.)

https://www.filmlinc.org/festivals/rendez-vous-with-french-cin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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