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파라다이스 스퀘어(Paradise Square)' 토니상 여우주연상 수상작 ★★★☆
#BLM #MeToo 시대정신(zeitgeist) 맞춤형 뮤지컬
여우주연(조아퀴나 칼루캉고), 안무(빌 T. 존스) 탁월
파라다이스 스퀘어 Paradise Square ★★★☆
'Paradise Square' Photo: Kevin Berne
2022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을 비롯 10개 부문상(오리지널 작곡, 대본, 여우주연, 여우조연, 남우조연, 안무, 의상디자인, 무대디자인, 조명디자인) 후보에 오른 '파라다이스 스퀘어(Paradise Square)'는 시대 흐름에 안성맞춤인 뮤지컬이다.
2020년은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미 사회문화계 전반에 격변을 가져오게될 #BlackLivesMatter(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이 촉발됐으며, 미 여성 참정권 100주년이 된 해였다. #BLM과 여성 참정권 100주년으로 흑인과 여성, 두 소수 그룹이 부상했다. 여기에 뮤지컬 '해밀턴(Hamilton)'이 몰고 온 미국 뿌리를 탐구하는 역사의식이 반영되며, 인종화합을 주제로 한 콤비네이션 뮤지컬이 '파라다이스 스퀘어'다.
*CBS-TV “Sunday Morning” Matinee: “Paradise Square”, Berkeley Repertory Theatre in Berkeley, C, 2019 <YouTube>
https://youtu.be/EfKq5O9Hwrs
'Paradise Square', Ethel Barrymore Theatre
'파라다이스 광장'-'Paradise Square'의 배경은 1863년 여름 빈곤과 범죄의 온상이었던 맨해튼 슬럼 '파이브 포인츠(Fiv Points)'다. 현재 차이나타운과 리틀 이태리의 바워리, 멀베리, 엘리자베스, 박스터 스트릿과 시청 인근 워스 스트릿 지역이다. 파이브 포인츠는 1850년경 아일랜드의 감자 대기근으로 이주한 이민자들과 해방된 노예들이 몰려 살던 곳이다. 이 지역은 소수 민족들이 몰려살며 전염병이 창궐하고, 유아사망률이 높고, 실업, 매춘, 폭력 범죄로 득시글했던 빈민굴이자, 미 최초의 용광로이기도 하다.
'Paradise Square' Photo: Kevin Berne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1870)는 "American Notes for General Circulation"(1842)에서 파이브 포인츠를 이렇게 묘사했다.
https://www.teachushistory.org/node/384
"여기가 좁은 길이 좌우로 갈라지고, 모든 곳이 흙과 오물로 악취가 나는 곳이다. ..썩은 들보가 굴러 떨어지고, 흠집이 나서 부서진 창문이 술취해 다친 눈처럼 희미하게 찡그러져 보인다. 그 많은 돼지들이 이곳에 산다. 그들은 주인들이 네발로 걷는 대신 직립보행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은 적이 있을까? 왜 그들은 꿀꿀거리는 대신 말을 할까?"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아이리쉬계 갱 두목 빌 풀의 이야기를 그린 다니엘 데이 루이스 주연의 '갱즈 오브 뉴욕(The Gangs of New York, 2002)'를 연출한 바 있다. 이후 이탈리아와 중국 이민자들이 몰려들면서 흑인들은 북쪽 할렘으로, 아이리쉬들은 퀸즈 포레스트 힐 등지로 이주했다. 이로써 파이브 포인츠의 북부는 차이나타운, 남부는 연방, 주, 행정부, 법원과 교도소가 들어서게 된다.
'Paradise Square' Photo: Kevin Berne
이 악명높은 '파이브 포인츠' 삼각지대에 실제로 존재했던 거리 이름이 '파라다이스 스퀘어'이며, 동명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1863년 바로 이곳에서 해방된 노예들과 아이리시계 이민자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허구의 이야기다.
노예에서 해방된 흑인여성 넬리와 아이리쉬계 남편 윌리는 파이브 포인츠에서 '파라다이스 스퀘어'라는 이름의 술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흑인들과 아이리쉬계 이민자들이 어우러져 술 마시고 춤을 추는 해방구다. 한편, 에이브라함 링컨이 대통령이었던 시절 바깥 세상은 남북전쟁으로 혼란에 빠졌고, 마침내 윌리는 참전했다가 전사한다. 징집에 반발하는 폭동이 벌어지고, 여기에 주인을 살해한 흑인 노예 워싱턴과 넬리의 시누이인 애니의 조카 오웬이 뉴욕에 온다. 넬리는 징집을 모면할 수 있도록 상금을 건 댄스 콘테스트를 계획하는데...
'Paradise Square' Photo: Kevin Berne
'파라다이스 스퀘어'의 원작은 록밴드 블랙47(Black47)의 리드 싱어이자 작가인 아이리쉬 뮤지션 래리 커완(Larry Kirwan)의 '하드 타임스(Hard Times)'다. '19세기 미국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작곡가 스티븐 포스터(Stephen Foster)와 부인 재니(Janey)가 흑인과 아이리쉬들이 모이는 술집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스토리로 2012년과 13년 첼시의 오프-오프 브로드웨이 극장 더 셀(The Cell)에서 공연됐다. 이후 대본은 크리스티나 앤더슨(Christina Andersen), 마커스 가들리(Marcus Gardely), 크레이그 루카스(Craig Lucas)가 개작하면서 수차례의 워크숍을 거쳤고, 음악은 제이슨 하울랜드(Jason Howland)가 작곡했다.
이로써 술집 주인 넬리가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흑백 커플(흑인여성 넬리와 아이리쉬 남편 윌리, 아이리쉬계 애니와 흑인목사 남편)에 아이리쉬 리버/스텝 댄스가 어우러지면, 작곡가 스티븐 포스터는 조연급 캐릭터로 머무른다. 이러한 에보니&아이보리(ebony & ivory)식의 인종적 하모니와 두 강인한 여성 주인공(넬리와 애니)는 다분히 시대정신에 맞춘, 작위적인 느낌이다. '파라다이스 스퀘어'의 음악은 뮤지컬 '해밀턴'의 톤에 아이리쉬 전통음악을 버무려 친숙한 사운드다.
'Paradise Square' Photo: Kevin Berne
드라마데스크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토니상의 강력한 후보인 넬리 오브라이언 역의 조아퀴나 칼루캉고(Joaquina Kalukango)는 탄탄한 연기에 폭발적인 가창력을 발휘한다. 넬리의 마지막 노래 "Let It Burn"이 디즈니 만화영화 '겨울왕국(Frozen)'의 주제가 "Let It Go"를 연상시키는 것이 친숙성과 독창성의 딜레마다. 조아퀴나 칼루강고는 오늘의 시대정신이 된 #BLM와 여성 참정권 100주년을 반영하는 넬리 역으로 토니상 수상까지 거머쥘 확률이 크다.
'Paradise Square'
'파라다이스 스퀘어'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안무다. 무용계의 전설 빌 T. 존스(Bill T. Jones)의 박력있는 안무(탭댄스!)는 빈약한 스토리를 보완하며, 긴장과 이완의, 혼돈과 조화, 선인과 악인의 에너지를 충전하며 시종일관 다이나믹한 무대로 만든다. 억지춘향의 스토리와 역사는 잊혀지고, 안무가 남는 뮤지컬이다.
Paradise Square
Ethel Barrymore Theatre (241 West 47th St.)
https://paradisesquaremusical.com
파라다이스 스퀘어에 풍성한 먹거리가 많아서 꼭 보고 싶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