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FF60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 ★★★★★: 서래(탕 웨이)를 위한 변명
New York Film Festival 2022 (9/30-10/16)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 ★★★★★
서래는 해준의 구원자일까?
*NYFF60 “Decision to Leave” review ★★★★★ <English version>
http://www.nyculturebeat.com/?mid=Zoom&document_srl=4080690
서래는 바다, 해준은 산.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
우리 모두는 한치의 앞도 알 수 없는 안개 낀 풍경을 살아가는 불완전하고, 미약한 인간들일 뿐이다. 우리 모두 죽음을 향해 걷고 있다.
산을 헤매던 그 앞에 어느날 그 결핍을 채워줄 바다가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 잃어버린 바다를 그리워하고, 슬퍼하며, 절규하는 인간은 그리스 비극 속의 인물들을 닮아 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진 결심'은 단순한 치정극이 아니다. 우리의 아련한 기억을 되감기고, 지금의 나를 환기시키며, 마음 속에 서서히 물들어버리는 영화. 러브 스토리 이상의 메시지가 있다.
*헤어질 결심 예고편 DECISION TO LEAVE | Official Trailer
https://youtu.be/Bmoy73lhs-s
박찬욱 감독 Photo: CJ ENM
박찬욱(Park Chan-wook) 감독은 칸영화 3관왕이다. '올드보이(Oldboy, 2004 심사위원대상/ Grand Prix)'와 '박쥐(Thirst, 2009 심사위원상/ Prix du Jury)'에 이어 올해는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으로 감독상(Prix de la Mise en Scène)을 거머쥐었다. 한국에서 6월 말 개봉된 '헤어질 결심'은 매혹적인 러브 스토리, 탐미주의 미장센, 상징성이 곳곳에 숨어 디테일, 처절한 마지막 장면 그리고 정훈희-송창식 듀오의 '안개'까지 화제가 되며 재관람 열풍을 일으켰다. 세계 193개국에 판매됐으며, 한국의 내년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그리고, '헤어질 결심'은 제 60회 뉴욕영화제에 초대되어 10월 8일과 9일 앨리스털리홀(10/8 9PM, 10/9 2:45PM)에서 상영된다. 박찬욱 감독과 배우 박해일(Park Hae-il)이 관객과 대화의 시간을 연다. 또한, 박 감독은 9일 오후 1시 앰피시어터(Amphitheater)에서 무료 토론회에 참석한다. 영화는 10월 19일 링컨센터에서 개봉된다. https://www.filmlinc.org/nyff2022/films/decision-to-leave
해준은 산, 서래는 바다: 이성과 감성, 냉정과 열정
산과 바다의 모티프.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 포스터
'헤어질 결심'은 이전 박찬욱표 복수극의 잔혹미학에서 멀어지고, 비극적 멜로정서가 강화된 로맨틱 스릴러다. 한 남자가 산 꼭대기에서 추락해 변사체로 발견된다. 담당형사 해준(박해일 분)은 사망자의 부인 서래(탕웨이 분)을 의심하고, 수사를 하다가 호감을 갖게 된다. 단순하게 본다면, 직업정신이 투철한 형사와 중국계 용의자의 선을 넘은 치정극이다. 그러나, '헤어질 결심'이 단순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는 아니며, 서래는 필름 누아(Film Noir, 범죄영화) 속의 전형적인 팜므 파탈(Femme Fatal, 남성을 파멸시키는 여성)도 아니다. 서래는 해준의 삶을 구원하는 여신, 페미니스트일 수도 있다. 그녀는 그저 형사 앞에 나타나기 위해 '살인자'로 변장했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산 꼭대기에서 시작해 바닷가에서 끝난다. 원래 부산이 배경인 1부 시작 때는 '산(山)', 가상의 안개도시 이포에서 벌어지는 2부에선 '바다/海'가 필기체로 적히는 장면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래가 읽는 책은 고대중국 지리서/신화집 '산해경(山海經/ Classic of Mountains and Seas)'이며, 서래는 "지혜로운 자는 바다를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지자요수 인자요산/ 智者樂水 仁者樂山)"는 공자의 말을 인용한다.
서래 역의 탕웨이가 필사한 '산해경(山海經)/ Classic of Mountains and Seas ),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
살인자 서래와 형사 해준은 자부심이 강하고, 품위 있는, 꼿꼿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같은 종족이라는 것을 알아채리고 서로에게 강하게 끌린다. 해준은 바다를 좋아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산(수직)을 대표하는 남자다. 청결하고, 논리적이며, 끈질기고, 냉정한 완벽주의자이지만, 불면증과 안구 건조증에 시달린다. 서래는 그의 불면증을 치유하고, 그의 안약(물)과도 같다. 한편, 건강정보에 정통한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 연구원 부인 역시 해준처럼 열정보다는 냉정, 따스한 감성보다는 차가운 지성을 대표한다.
해준 앞에 '바다(수평)의 여인' 서래가 등장한다. 출장 간병인으로 노인들을 보살피는 서래는 뜨거운 감성의 소유자다. "나한테 선물을 꼭 하고 싶다면, 그 친절한 형사의 심장(마음)을 가져다 주세요. 난 좀 갖고 싶네."서래가 고양이에게 하는 말을 스마트폰의 구글 번역앱으로 재생한 말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라고 해준에게 묻는다.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
등반 중 사망한 서래 첫남편 기도수는 폭군이다. 입국심사관으로 불법 입국자였던 조선족 서래와 결혼하나 폭력을 휘두른다. 소지품뿐만 아니라 서래의 몸에까지 자신의 이니셜 문신을 새기는 소유욕이 강한 인물로 그녀를 중국으로 추방시키겠다고 협박까지 한다. 자칭 '주식 애널리스트'라는 두번째 남편 임호신은 사실 금융사기범이다. 서래는 직접, 간접으로 이들의 삶을 끝장낸다. 남편을 살해한 것도 타오르는 분노로 복수한 셈이다. 서래는 가정폭력범과 사깃꾼을 그녀의 방식으로 응징한다. 사실상 임호신의 죽음은 멀어진 해준을 유혹하는 장치가 된다.
그리스 신화에서 메디아(메데이아)는 남편 이아손이 코린토스 공주와 결혼하려 하자, 공주와 그 아버지를 죽이고, 자기 자식도 죽인다. 그녀는 희대의 악녀이자 페미니스트이기도 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의 이번 2022-23 시즌 개막작은 케루비니 작곡 '메디아(Medea)'다.
산과 바다,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
서래는 해준에게 자신이 갈망했던 바다, 감성일 것이다. 해준은 점점 서래에게 빠져들면서 마침내 완전히 붕괴된다. 영어에서 사랑에 빠진다는 표현으로 'falling in love' 와해, 붕괴의 의미인 fall을 쓴다. 갑작스럽게 통제불가능하고, 연약한 상황에 빠지는 것에 대한 은유다. 해준에게 '붕괴'는 곧 사랑이었다. 첫남편이 산에서 추락한 것처럼, 형사 해준은 서래라는 바다 앞에서 바위(산)에 부딪히는 파도처럼 산산히 부서진다. 서래는 해준에게 잊혀진 여인이 될 수 없었다. 그의 사랑을 도로 찾기 위해 이포를 찾아가고, 결국 해준의 삶을 찾아줄 살인 사건에 연루된다. 그녀의 목적은 해준의 '미결사건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서래는 해준의 냉정과 이성에 불을 붙여줄 열정과 감성이며, 산과 바다를 아우르는 조화로운 인격체로 만들어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서래와 해준은 비(물)오는 날 절에서 데이트하고, 눈(물) 내리는 산에서 키스를 한다. 그리고, 해준은 서래가 사라진 바닷가(*바위가 산처럼 보이는 바다, 산해경같다)에서 절규한다. 서래는 해준에게 결핍됐던 바다(물)를 가르쳐주고 떠났다. 서래의 이름은 한자어로 西來(from west)는 해준 이름에서 '해'는 바다(海, sea)를 뜻하기도 한다. 서래는 살인자의 옷을 입고 나타난 해준의 구원자처럼 보인다. '헤어질 결심'이 단순한 불륜 멜로가 아니라 철학 교과서로 보일 수 있는 영화인 이유다. 박 감독은 서강대 철학과, '친절한 금자씨'(2005)부터 호흡을 맞춰온 정서경 작가는 서울대 철학과 출신이다.
열정과 감성을 대표하는 바다의 여인 서래는 어쩌면 에로스(eros)의 은유이며, 살인 사건에 엔돌핀이 솟는 산의 남자 해준은 학살(massacre)의 메타포일 수도 있다. 그리스 신 에로스(Eros, 사랑의 신)와 타나토스(Thanatos, 죽음의 신)의 메타포로 보이기도 한다. 성과 폭력은 인간의 본능이자 할리우드 영화의 큰 줄기다. 서래와 해준은 인간의 집단 무의식 속에 공통으로 자리잡고 있는 원형(archetype)처럼 보인다. '헤어질 결심'에서 해준의 부인은 "당신은 살인도 있고 폭력도 있어야 행복하잖아"라고 말한다. 박찬욱은 잔혹미학(폭력)을 즐겨온 감독이었지만, '헤어질 결심'으로 러브 스토리(성)로 전향했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장르 전환 선언일까?
서래는 불완전한 해준의 삶을 완성시켜주는 인물이다. 서래 역의 탕 웨이(Tang Wei, 湯唯)는 스크린의 스타에서 '바다의 여신' '구원의 여신'으로 각인됐다.(탕웨이는 '가족의 탄생'의 김태용 감독과 결혼했다. 김태용 감독은 1990년대 필자가 작가로 일했던 MBC-TV 프로그램 '출발, 비디오 여행'의 조감독이었다. 김태용 감독은 최근 탕 웨이, 수지, 최우식, 박보검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SF영화 '원더랜드(Wonderland)'를 연출했다.)
산일까, 바다일까? 벽지.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
서래의 아파트 벽지(*프로덕션 디자인 류성희, 2016 '아가씨'로 칸영화제 기술상 Vulkan Award 수상자)는 산의 능선처럼, 바다의 물결처럼, 녹색(산)과 청색(바다)이 어우러진 '산해경' 벽지다. 서래가 2부에서 입은 청록색 원피스는 산과 바다의 중간색이다. 햇빛과 조명에 따라 달라 보이는 청록색은 흑과 백의 중간인 회색처럼 모호한(vague) 색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사 이름은 모호필름(Moho Film)이다. 박 감독은 '모호함'이 좋은 예술의 조건이라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헤어질 결심'의 오마쥬: 히치콕, 비스콘티, 김승옥, 정훈희, 송창식
해준의 결핍을 메워주는 서래,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
박찬욱 감독은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스탠리 큐브릭은 '라이프' 사진작가 출신 영화감독이며, 빔 벤더스와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뉴욕에서 사진전도 열었다. 그의 동생 박찬경은 서울대 서양화과 출신 미술평론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1990년대 초 영화진흥공사의 폴란드 감독 크리스토프 야네츠코(Christoph Janetzko) 단편영화 워크숍에 박찬경, 박흥식 감독, 필자도 참가했다.) 어려서 미술사학자를 꿈꾸던 박찬욱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을 본 후 영화감독을 결심했으며, 감독 데뷔 전엔 영화비평가(월간 로드쇼 등)로 활동했다.(그는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을 도입해 영화를 분석하는 지성파 비평가로 기억한다) '헤어질 결심'엔 히치콕 영화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현기증(Vertigo, 1958)'에서 고소공포증이 있는 샌프란시스코 형사 제임스 스튜어트는 친구의 부탁으로 그의 부인(킴 노박 분)을 미행하다가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지붕 추적씬이 등장하며, 그녀는 종탑에서 추락사한다. (형사 해준과 미스테리 용의자 서래의 관계) 영화 '이창(Rear Window, 1954)에서 다리 부상을 당한 사진작가 제임스 스튜어트는 건너편 아파트를 망원경으로 훔쳐보다가 살인사건을 목격한다.(해준이 잠복근무하며 서래의 일상을 감시한다) 그리고,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 1960)'에서 괴한들에 쫓기는 케리 그란트는 에바 마리 세인트와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의 아찔한 암벽을 내리탄다.(영화 오프닝에서 해준과 후배 형사가 암벽을 오르며, 조감 촬영)
*Luchino Visconti Morte a Venezia 1971<YouTube>
헤어질 결심'에서 정훈희 노래 '안개' 만큼이나 중요한 음악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Adagietto)'다. 서래 첫남편이 등반할 때 듣는 음악이며, 해준이 서래에게 "완전히 붕괴됐다"고 말하는 장면에 흐른다.
"말러 교향곡 5번 1악장부터 듣기 시작하면, 4악장이 끝나갈 무렵 산 정상에 오른다. 그리고, 산 정상에서 5악장을 듣고 내려온다."
"내가 품위 있댔죠? 품위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아요? 자부심이에요. 난 자부심 있는 경찰이었어요. 그런데 여자에 미쳐서... 수사를 망쳤죠.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할머니 폰 바꿔 드렸어요, 같은 기종으로. 전혀 모르고 계세요.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 데 빠뜨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
이탈리아 루키노 비스콘티(Luchino Visconti) 감독의 걸작 '베니스에서 죽음(Death in Venice, 1971)'으로 널리 알려진 곡이기도 하다. 토마스 만의 소설을 각색한 '베니스에서 죽다'는 베니스로 여행간 독일 작곡가 구스타프 폰 아셴바흐가 호텔에 머물며 폴란드계 미소년 타찌오에 반하지만 해변가에서 죽음을 맞는다. 말러의 '아다지에토'는 '헤어질 결심'에서도 금지된 사랑으로 인해 누군가가 죽을 것을 예고한다. 심지어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가 청록색 드레스를 입고 핸드폰을 바다에 던지는 장면은 '베니스에서 죽음' 마지막 장면에서 타찌오의 포즈와 오버랩된다.
영화사상 명장면으로 기록될 '헤어질 결심'의 엔딩에서 해준은 거센 파도가 치는 해변에서 사라진 서래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한다.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바다 물결처럼 해준은 무너지고, 깨졌다. 이 서사적인 장면은 그리스 계모(페드라)와 양자(알렉시스)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줄스 닷신 감독의 영화 '죽어도 좋아(페드라/ Phaedra, 1962)'에서 안소니 퍼킨스의 절규를 연상시킨다. 멜리나 메르쿠리와 금지된 사랑에 빠진 퍼킨스는 그리스섬에서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토카타와 푸가 F장조 (BWV 540)를 들으며 미친듯이 양모이자 애인 "페드라"하며 절규하다가 바다로 추락한다.
서래의 원피스는 무슨색?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
박찬욱 감독은 정훈희의 히트곡 '안개'에서 영감을 얻어서 시나리오를 쓰게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안개'는 이명세 감독의 로맨틱 스릴러 'M'(2007)에도 사용되었던 노래다.
안개 도시가 등장하는 소설도 그의 영감이 됐다. 소설가 김승옥(1941- )이 23세였던 1964년 사상계에 발표한 단편소설 '무진기행(霧津紀行)'에선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라고 소개한다.
안개와 바다의 도시로 '헤어질 결심'의 가상도시 이포와 유사하다. '무진기행'에선 제약회사 사장 딸과 결혼한 주인공이 고향 무진에 내려가 며칠 묵으며, 음악교사를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사랑을 느끼지만 그곳을 떠난다. 1967년 김수용 감독이 김승옥 원작/시나리오에 신성일, 윤정희 주연 영화 '안개(The Foggy Town)'로 만들었으며, 이때 주제곡이 이봉조 작곡, 정훈희의 노래 '안개'였다. 영화에선 음악교사 역의 윤정희가 신성일 앞에서 '안개'를 노래하는 장면이 나온다. https://youtu.be/GppVzuwaK-Y
산같은 바다(산해경)로 가는 서래.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
우리 모두는 한치의 앞도 알 수 없는 안개 낀 풍경을 살아가는 불완전하고, 미약한 인간들일 뿐이다. 우리 모두 죽음을 향해 걷고 있다. 어느날 자신의 결핍을 채워줄 바다가 나타나고, 사라지기도 한다. 그 잃어버린 바다를 그리워하고, 슬퍼하며, 절규하는 인간은 그리스 신화의 신들, 그리스 비극의 인물들을 닮아 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진 결심'은 단순한 치정극이 아니다. 우리의 아련한 기억을 되감기고, 지금의 나를 환기시키며, 마음 속에 서서히 물들어버리는 영화. 러브 스토리 이상의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해준의 처절한 절규 위로 흐르는 엔딩 곡은 하프 연주로 시작해 현악이 깔리면서 클라리넷 독주가 이어진다.(음악감독 조영욱) 구슬픈 하프는 서래, 애달픈 클라리넷은 해준일까? 그들의 대화처럼 들린다. 그에 이어 정훈희, 송창식이 함춘호의 스패니쉬 기타 연주로 부르는 애잔한 '안개'가 흐르며 자막이 올라간다.
청색 레인코트와 갈색 레인코트,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
'헤어질 결심'을 본 후 어떤 이는 단장(斷腸)의 슬픔을 안고 극장 문을 떠날 것이며, 어떤 이는 살인자와 형사의 불륜 관계에 집착해 메시지를 놓치고 말 것이다. 서래의 원피스에 대해 누구는 녹색(green)으로, 누구는 청색(blue)으로, 누군가는 청록색(turquoise)으로 기억할 것이다. 인생은 '안개'다. "안개 속에 눈을 떠라, 눈물을 감추어라..."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생각하면 무엇하나 지나간 추억
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
아 아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 속에 외로이 하염없이 나는 간다
돌아서면 가로막는 낮은 목소리
바람이여 안개를 걷어가다오
아 아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 속에 눈을 떠라 눈물을 감추어라.
-김승옥, 박(진)현 작사 / 이봉조 작곡, 1966-
*영화 '헤어질 결심' 주제가 '안개' - 정훈희&송창식 듀엣 <youtube>
https://youtu.be/CKSlq-yoNnw
Decision to Leave by Park Chan-wook
SATURDAY, OCTOBER 8 9:00 PM @Alice Tully Hall/ SUNDAY, OCTOBER 9 2:45 PM @Alice Tully Hall
*Opening OCTOBER 19@Film at Lincoln Center
https://www.filmlinc.org/nyff2022/films/decision-to-leave
Free Talk: Park Chan-wook
Sunday, October 9, 1:00pm, Amphitheater, Eleanor Bunim Film Center, 144 W 65th St.